2018/12/31 23:59

2018년 대문짝 객관성 담보 불가


2018/12/31 23:58

영화학개론 조별과제 객관성 담보 불가


2018년에도 영화학개론 조별과제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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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14:28

더 프레데터 극장전 (신작)


일단 영화 외적으로 기분이 좋았던 것은, 찾기가 쉽지 않던 상영관에 결국 들어섰을 때 4,50대의 아저씨들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 많이 보였다 정도가 아니라 그들 밖에 없었다. 물론 나와 동년배이기는 커녕 한참의 인생 선배들이겠지만, 뭔가 동질감? 또는 전우애? 같은 것이 솟구쳐 올랐다고 할까. 솔직히 말해 요즘 10대에서 20대 초반의 관객들이 <프레데터>라는 영화를 아는 게 쉽지 않잖아. 그래서 그런지 뭔가 함께 추억 공유하는 느낌이라 좋았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그렇게나 많은 탄식이 상영관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것일까. 오래된 친구를 하나 잃은 것 같은 바로 그 느낌 때문에?


진짜 스포일러는 지금부터다!


80년대를 양분했던 두 외계 종족이 있었다. 두 말 할 것 없이 <에이리언> 시리즈와 <프레데터> 시리즈. 심지어 스핀오프 기획물이긴 했지만 둘이 맞다이 깐 전적도 영화와 만화, 게임을 통해 화려하니 그야말로 외계 본좌들이었다고 하겠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에이리언> 시리즈가 좀 더 좋았단 말이지. 왜냐하면, 어쨌거나 작품 간의 편차는 있었어도 <에이리언> 같은 경우엔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고른 편이었던데다 각각의 스타일이 너무 명확해 보는 맛이 다 달랐다. 반면에 <프레데터> 시리즈는? 이번 셰인 블랙의 <더 프레데터>를 제외하면 총 세 편의 시리즈가 존재하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 진짜 훌륭한 건 존 맥티아난의 1편이 전부고 그 이후는 그냥 저냥 아닌가. 심지어 <프레데터2>는 그냥 저냥인데 그 다음 나온 <프레데터스>가 별로야. 인생 삼세판이라고들 하는데 세 편의 영화들 중 하나만 좋으면 그게 훌륭한 시리즈라 할 수 있냐는 거지.

문제는 새 시대의 <에이리언> 시리즈도 망해가고 있단 거다. 애초에 메인 크리쳐의 이름이 '그 것' 정도를 의미하는 지칭대명사인 '제노모프' 아닌가. 그럼 그 유래와 기원을 설명하지 않을 수록 신비감 조성에도 좋고 더 무섭지. 그게 그 캐릭터의 매력이었는데 요즈음의 <에이리언> 시리즈는 제노모프 탄생설화에 미친듯이 집착하고 있잖아. 심지어 설득력이나 재미도 별로 없고. 이번 <더 프레데터>도 그러하다. 극 중에서 '프레데터'라는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되는데 '프레데터'라는 호칭이 더 걸맞냐, 아니면 '헌터'라는 호칭이 걸맞냐 극 중 인물들끼리 논쟁을 벌인다. 그러다 결국 결말은, "놈들의 특성이 프레데터보다는 헌터에 가깝긴 하지. 하지만 프레데터라는 이름이 더 간지나잖아?" 정도로 귀결된다. ....... 제작진들이 이 시리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랄까.

잠깐이긴 하지만 오프닝의 우주선 추격전은 굳이 이런 걸 찍어가며 예산을 낭비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불필요하고, 프레데터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멍청해졌다. 아니,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프레데터가 왜 우주선에서 나오자마자 멀쩡한 인간들을 도륙내는 것일까? 너 지구인들 도와주러 왔다며. 하다못해 정당방위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공격하는 군인들을 어쩔 수 없이 죽인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시리즈 내내 등장하는 과시성 시체전시를 벌이며 사람들을 죽여나가잖아! 그냥 클록킹 기술 쓴 상태로 현장을 벗어났어도 괜찮았을 터인데.

영화를 본 시리즈의 열혈 팬 친구가 말했다. 이 시리즈는 항상 주인공이 어떤 형태의 전사인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졌다고. 1편 주인공은 그린 베레 출신으로서 실전 경험이 많고 여러가지 함정을 파며 잠복하는 데에 능했다. 그리고 그걸 영화가 잘 써먹었지. 2편은 배경이 대도시인데다가 주인공이 형사였다. 때문에 자신의 근무지로서 도시의 지형지물을 잘 알아 그걸 요긴하게 써먹었고. 망작이라고 하는 <프레데터스>에서도 어쨌든 주인공은 실전 경험 많은 용병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던가. 근데 이 영화는 주인공이 스나이퍼잖아. 저격수잖아. 게다가 상대는 클록킹 기술을 가진 외계 괴물이잖아. 그럼 두 놈을 한 필드에 떨어뜨려놓기만해도 서로 숨고 저격하고 뭐 이런 재미가 있지 않았겠어? 근데 이 영화는 그걸 안 한다. 주인공이 저격수라는 것도 초반에만 보여주고 끝임.

실질적으로 시리즈의 전통 역시 파괴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프레데터가 지구를 침략하고 싶어하는 단순한 B급 크리쳐로 전락하고 말았다. 얘네 원래 성년식 치르거나 순수한 사냥의 쾌감을 얻기 위해 지구 놀러 오는 거 아니였어? 근데 왜 이제와서 무슨 지구 침략이야... 이게 뭐 어사일럼 영화도 아니고.

프레데터의 사냥개들은 왜 나온 건지 알 수도 없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그나마도 <프레데터스>에서 등장했던 사냥개들과 전혀 다른 디자인이던데 심지어 디자인도 <프레데터스>가 훨씬 나음. 아...... 할 말을 잃었습니다.

프레데터 뿐만 아니라 인간 주인공 쪽에게도 문제가 많다. 올리비아 문이 연기한 박사 캐릭터는 과학자인데 왜 갑자기 전사마냥 총 들고 프레데터를 뒤쫓는 건지 의문. 심지어 후반부에서 더 잘싸움. 주인공의 저격수 설정을 살리지 못한 건 그렇다쳐도 얘 동료 파티원들은 왜 다 그 모양인데? 왜 처음 본 사이인데 주인공 아들 구하러 가는 목숨 건 파티에 흔쾌히 동참하는 건데? 갑자기 술집에 들어가 의리를 불살랐던 어떤 영화가 오버랩 되어 심히 불쾌.

주인공 아들은 심지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천재라는 설정으로 한 번에 프레데터들의 보안 인터페이스를 뚫어버린다. 그것 참 편리하네. 심지어 얘는 자의가 아니었다해도 실제로 사람을 죽였다!

프레데터들은 지구인들의 문화를 어떻게 그리 잘 알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게 긍정의 의미인 건 또 어떻게 알고, 지구인들의 교육 편제는 또 어떻게 알아서 초등학교 이름만 듣고도 그 곳으로 찾아오는 것일까. 구글 맵이라도 깔았나? 그것 참 편리하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뻔뻔함은 역시 결말. 아...... "내 새 수트요"라는 대사로 끝난 영화라니. 감독의 마음은 아직도 MCU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차라리 프레데터 킬러라는 문구가 나오며 1편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등장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2018/09/13 17:27

물괴 극장전 (신작)


제목을 뒤집어놓은 것도 그렇고, 장르 영화에 인색한 한국 영화판의 특성상 같은 장르라는 것도 그래서 여러모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엮이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괴물>과 엮어볼만한 지점은 많지 않다. 그래봤자 정체불명의 괴수가 등장한다는 것 정도와 그 괴수의 기원이 인간들의 탐욕 또는 실수에서 기인한다는 것 정도? 근데 뭐 그런 건 대부분의 괴수 영화들이 다 그러니까 논외로 치고. 어쨌거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보다 사실 더 가까운 친척뻘 영화는 다름아닌 프랑스 영화 <늑대의 후예들>이다. 이 영화도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괴생물체 언급 몇 줄로 만들어진 영화라며. <늑대의 후예들>도 딱 그 짝이거든. 제보당의 괴수였나, 뭐 그랬던 것 같은데.


열려라, 스포천국!


사실 기획 자체는 꽤 그럴 듯하다. 현대물이 아닌 조선시대를 다룬 역사물을 배경으로한 괴수 영화라니. 궁을 배경으로한 괴수 영화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조합 아닌가. 그 자체로 신선한 이미지의 맛이 있다. 그리고 작서의 변을 적당히 섞어 들어가 괜찮은 궁중암투극까지 가미할 수 있으니 꽤 그럴듯 한 건 맞잖아?

하지만 결과는 결국 대찬 실패.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톤 앤 매너가 균일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캐스팅부터가 김명민 주연이니 어쩔 수 없이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그걸 최소화하려면 영화가 가진 코미디 톤을 담백하게 쫙 빼던지 아니면 최소한 김명민 만큼은 그런 코미디를 하지 말게 하던지 둘 중 하나였을텐데. 이 영화는 김명민에게 코미디를 시키고 있다. 물론 코미디 톤이 강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근데 영화 속에서 주인공을 첫 소개하는데 거기서부터 쭈그리고 앉아 나뭇잎으로 얼굴 가린채 등장하는 건 좀 아니잖아. 박희순이 중종으로 나오고, 아니나 다를까 이경영이 사건의 흑막으로 나오는데 또? 둘이 나올 땐 그렇게 영화가 진지할 수 없다가도 김인권과 이혜리가 나오면 또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애초에 대체 이 영화의 컨셉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일까. 원래 정우성 주연에 신정원이 감독으로 내정되어 있었다는데 신정원의 인장이 이렇게 남아있는 것인가.

생각보다 액션은 괜찮다. 괴수가 부리는 난동도 그렇지만 특히 대인 액션이 꽤 괜찮은 편. 김명민은 엄중한 카리스마를 선사하고, 김인권은 괴상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액션의 합이나 태가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걸 그놈의 쉐이키 캠으로 미친듯이 흔들어대며 찍었다는 거다. 아...... 이거 유행이 지나기는 커녕 요즘 다들 기피하는 건데. 딱히 더 멋지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찍은 거냐고.

물괴의 CG 효과는 나쁘지 않고, 그 기원에 대한 설명도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덕분에 연산군의 이미지는 끝도 없이 실추하지만. 다만 그 활용도가 지나치게 뻔하고, 예전 수많은 괴수물들의 답습뿐이라 신선함은 많이 떨어지는 편.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김명민과 김인권의 연기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역시 이혜리와 최우식이 발목을 잡는다. 이혜리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최우식은 여전히 톤을 잘 못 잡고 있는 느낌. 아... 원탑 주연 영화도 아니고 네 명이 나름 노나먹는 영화인데 그 중 둘이 이러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한국형 괴수물로써 꽤 많은 기대를 한 작품이었으나 이 정도로 나와 여전히 안습. 평타 정도만 쳤어도 <7광구>의 저주는 가까스로 끊어낼 수 있었을텐데... 대체 제대로된 한국 괴수 영화는 언제쯤 다시 나올 수 있는 걸까. 심형래 : 후훗

2018/09/03 15:08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대여점 (구작)


월터 같은 버릇이 나한테도 있다. 가끔 공상을 한다. 뭐, 누구나 그렇겠지만 예전엔 좀 심했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멍을 때리며 갑자기 <아마겟돈>스럽게 운석들이 마구 쏟아내리면 어떻게 될까- 같은 공상부터 시작해 어제 지하철역에서 나와 부딪힌 그 남자가 북한의 스파이라면 어떨까 같은 것들까지. 심지어는 사람 많은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서 그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갈 때 스스로가 제국군 타이파이터 사이를 스치며 도망치는 밀레니엄 팔콘이 되는 상상까지 했으니까. 요즘은 많이 줄었다만. 

하여간에 여러모로 공감갈 만한 요소들이 산재한 영화다. 주인공의 버릇과 나의 버릇이 뜨겁게 공명하는 걸 제외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하던 일 시원하게 다 때려치고 해외로 도피성 여행 가고 싶어하잖아. 실제로 실행에 못 옮겨서 그렇지.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을 대신 해준다. 심지어 이 장르에선 이례적이게도 꽤 높은 제작비를 책정해 화려한 비주얼도 시원시원하게 보여준다. 

사실 좀 뻔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멋진 대사이긴 하지만 후반부 숀 펜의 대사는 좀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고, 억울하게 실직자가된 소심남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고백해가는 과정도 다른 로맨틱 코미디에서 많이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그 소심남의 얼굴이 벤 스틸러라 좋았다. 아, 벤 스틸러. 내가 아는 남자 중 제일 멋진 소심남의 얼굴을 가진 남자! 좋아하는 여자의 집 앞에 스케이트 보드를 놔두고 저리로 달려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아련하고 아리던지.

다만 코미디 감각은 확실히 떨어진다. 벤 스틸러 영화치고 웃음기가 많이 없다. 그나마 한 번 제대로 웃은 게-


아... 이건 진짜 희대의 명짤이라 생각한다. 저 점프하는 포즈 보소.

그러나 다 떠나서 중반부 아이슬란드에서의 Space Oddity 장면과 후반부 결말 때문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다. 다 떠나서 앞의 내용이 어찌되었든 그 두 장면이 모두를 용서하더라.

2018/09/03 14:56

서치 극장전 (신작)


흔한 형식이 아닌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인 것은 또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같은 제작자가 만든 <언프렌디드 - 친구삭제>라는 영화가 있었고, 인디 영화 몇 편과 미드에서도 몇 번 시도했던 것이 바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으로만 진행되는 형식이다. 하지만 누차 이야기했듯이 누가 먼저 했는가-보다, 누가 어떻게 살렸느냐-가 중요한 게 또 이 바닥 아니겠나. 


열려라, 스포천국!


대단히 영리한 것은 맞다. 일단 비주얼의 형식이 일반 관객들에겐 대단히 새롭게 보이거든. 그래서 일단 이목을 끈다. 그러면서도 적절히 사회 비판적 요소도 함께 끌고 간다. 까놓고 말해 요즘 SNS 안 하는 사람 거의 없고, 좋은 점도 많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만한 단점과 비판점들도 꽤 많잖아. 그리고 우리 모두 그걸 공감하고 있기도 하고. <서치>는 그 방면에서 일단 영리한 영화다.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것은 물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또는 개인 방송 등 실제 존재하는 웹페이지들을 영화로 끌고 와 대단한 현실감과 함께 공감을 이끌어내고, 더불어 유저이기도 한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거든. 부모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녀들의 사생활을 캘 수 있는지 팁도 많이 주고

하지만 그렇게 바로 눈에 띄는 부분들보다도, 이 영화의 감정적 측면과 함께 서사의 구조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저 형식이라는 게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많거든. 일단 호기심이 드는 포맷인 것은 맞지만 그만큼 형식에 스스로 제약을 두는 꼴이 되기도 하니까. 관객들에게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도 모니터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생기는 그런 제약들. 근데 이 영화는 스스로에게 건 그 제약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일반 극 영화들도 해내기 힘든 아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에서 결국 중요한 건 감정의 모티브다. 내가 왜 딸을 찾고 구해내야만 하는지를 관객에게 제대로 설득시켜야 한다. 아빠가 딸 찾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아, 물론 당연하지. 하지만 그런 뻔한 관계만으로는 제대로된 서사가 안 서고, 관객에게 극 중 인물의 절박함도 제대로 전달시킬 수 없다. 때문에 초반부에 판을 잘 깔아줘야 한다. 이 영화는 그걸 잘 깔았다. 감독 스스로도 픽사의 <업> 초반부를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하던데, <업>만큼은 아니여도 가히 마음을 울리는 오프닝이다. 그리고 이후 영화에서 중요한 감정들과 사건들도 모두 그 판 아래에서 움직인다. 영리했다.

인물의 얼굴 표정을 두 시간 내내 보여줄 수 없는 그 제약을, 마우스 포인터의 망설이는 움직임으로 잘 표현해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성과다. 보이는 건 마우스 화살표 뿐인데 거기서 감정이 읽히더라. 머뭇거리기도 하고, 너무 화가 나서 마구 움직이기도 하고. 더불어 겁나 빡쳐서 메시지 창에 쏘아붙이는 말들을 길게 적었다가 죄다 지우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그 방면에서 가장 좋은 설정은 채팅창에 뜨는 상대의 '글 쓰는 중' 표시겠지. 

떡밥 회수도 기가 막히게 한다. 딸 실종 사건에 배정된 형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상을 터는 장면에서, 뜬금없이 모성에 관한 설파가 잠깐 지나가는데 아주 효율적이고 이치에 맞다. 진범인 그 아들래미도 시종일관 등장하고 말이지. 아, 진범과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단히 논리적인 반전이다. 요즘 반전 하나만 믿고 설쳐대는 스릴러 장르 영화들이 많은데, 이 정도는 해야 제대로된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여러 떡밥들을 던지며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때로는 충격을 주는 부분들도 역시 똑똑 하더라. 갑자기 주인공의 동생이 연루되는가 하면, 전과자의 고백과 자살을 통해 사건이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는 부분 등. 관객을 잘도 가지고 논다. 

존 조의 연기가 참 좋은데, 일부러 한국계 미국인을 캐스팅 했다기 보다는 미국 국적의 동양인을 찾고 있었던 걸로 보이더라. 백인 남성보다 어쨌든 사회적 양자고 소수자라는 느낌이 있잖아. 그래서 딸을 잃어버렸을 때 더 절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딱 지금의 시간대에 나올 수 있는 스릴러라고 생각한다. 불과 10년 전에만 나왔어도 이해 못했을 영화. 허나 시의적절했고, 더불어 영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피 엔딩이라 좋았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활밀착형 스릴러인데, 이 영화에서까지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면 SNS를 쓰는 나의 일상이 더 우울해질 것 같았다.

뱀발 - 감독이 1991년 생이다. 갑자기 화가 난다.

2018/08/29 18:15

팝 컬쳐 덕후가 향후 겪어야할 운명 초능력자들


<시빌 워>를 통해 MCU에 입성해 이제 어느 정도 짬이 차고있는 아기 거미군. 그는 대중문화 덕후로도 유명하다. 적과 싸우는 내내 쉴새없이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읊어대는 게 그 매력.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제국의 역습> 속 호스 전투 장면을 언급 하기도 하고,


방과후 활동으로 베프와의 '죽음의 별' 레고 조립 약속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 세계관에도 <스타워즈>라는 영화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오리지널 삼부작과 더불어 프리퀄 삼부작도 이 세계 속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피터도 당연히 봤을텐데-


......?

이걸 못 봤을 리가.


하긴, 생각해보면 아직 피터와 닉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구나. 만나면 아마 염동력 포스 쓰는 초능력자인 줄 착각할 것 같다.


이번 <인피니티 워>에서는 에보니 모를 물리치고 닥터를 구하고자 또다른 오래된 영화를 언급한다. 
그 이름하야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근데 그 영화를 봤다는 건...


이 우주 최강의 아줌마와 면식이 있다는 것이고, 고로-


디펜더스와 대적하는 이 아줌마를 보게 되면 또 놀래 자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근데 정말 웃긴 게, 닉 퓨리와 마찬가지로 이 아줌마와 피터가 얽힌 적도 아직 없다. 
아직이 아니라 아마 앞으로도 없을 듯.

아니 잠깐만... 근데 <에이리언>이 MCU 내에 존재한다는 건 그 속편들도 존재한다는 건데...


피터는 이 영화도 봤을까?


그렇다면 이 느끼하게 생긴 배우도 봤을까?


사실 피터보다도 토니가 봐야하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올드리치 킬리언도 피터와는 면식이 없으니 그러려니 하자.


근데 그 영화엔 이 선장님도 나오는데.


...... 뭐 어쩌겠나. 피터와는 활동 반경과 거주지도 판이하게 달랐고 이제와서는 죽은 목숨인데.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프로메테우스>의 이 남자는-


얼굴 볼새가 어디있어 쫓느라 바빴지


하여간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러니까 좋은 말할 때 그냥 하지마.
 

2018/08/28 20:50

너의 결혼식 극장전 (신작)


세상엔 많은 장르 영화들이 있다. SF, 액션, 코미디, 드라마, 공포 등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현실 밀착 장르는 멜로다.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도. 요즈음이야말로 한국 멜로 영화의 가뭄이 아닌가 싶었지. 따지고 보면 <건축학개론> 이후로 괜찮은 멜로 영화가 한국에 없었다. 때문에 당 영화도 보러 극장까지 가는데 꽤 많은 내적갈등을 했던 영화다. 박보영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김영광은 누군지도 잘 몰랐거든. 아, 왠지 막상 보면 별로 남는 거 없는 일반적인 한국 멜로 영화가 아닐까... 싶었던 관람 전의 내 자신에게, 걱정했던 것보단 꽤 괜찮은 영화니 얼른 가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정도로 영화 괜찮음.


너의 스포일러.


전반까지는 무난한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른다. 무조건적으로 예쁜 외모의 여주인공과, 그를 사모하지만 고백하기엔 너무 겁이 많거나 능력이 없는 남주인공 셋업. 거기에 남주인공 주변에 깔아두는 감초 역할의 친구 캐릭터들. 그래서 거기까지만 보면, '역시 거기서 거기군'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밉보이지 않는 것은, 최소한 날로 먹으려 들지는 않았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일 거다. 예를 하나 들면, 중초반부에 자위 행위 중 가족에게 그 모습을 들키는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그 썰이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다. 원초적으로 웃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워낙 이런 에피소드가 이런저런 영화와 방송 시트콤들에서 많이 반복되어 온거거든. 그래서 해봤자겠거니 하고 봤는데- 세상에나. 롤케이크로 이렇게 재미나게 변주할 줄은 몰랐다. 종합적으로 말해 코미디의 타율이 꽤 괜찮은 편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떠오르더라. 다분히 성적인 코미디를 깔고 가면서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야기의 결도 전체적으로 비슷하긴 하지만.

하지만 다 떠나서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결말 그거 하나가 크다. 제목부터 '너의 결혼식'이라길래, 유행이 지날대로 지난 <졸업>의 결말이라도 또 우려먹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있었다. 근데 이 영화는 정말 성숙한 선택을 하더라. 사실 성숙하다기 보다도 이치에 맞는 엔딩인 거다. 다만 워낙 요즘 한국 영화에서 그런 결말 싫어하잖아. 어떻게든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이어지는 엔딩을 택하지. 그게 대중적인 건 줄 알고 말야. 때문에 감독과 각본가의 용기가 훌륭해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 결말을 존중하고 화끈하게 밀어줬다는 점에서 제작자의 용단이 크게 돋보이는 부분. 아, 남주인공의 마지막 쇼트에서 김영광의 표정이 너무 좋더라.

박보영은 딱 기대한만큼 해줬던 것 같은데, 김영광은 의외다. 원래 강하늘을 점찍어둔 캐릭터라고 하던데, 그렇게 되었다면 너무 모범생적인 느낌이 강해 별로였을 것 같다. 딱 지금 정도의 날티나는 귀여움이 좋다. 하여간에 김영광은 이 영화에서 발군이었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해봤고,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다시금 상상해보았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 못할 엔딩이다.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딱 둘 중 하나거든. 결혼식 안 가는 방법, 그리고 가서 깽판 놓는 방법. 난 아직 어른이 아닌가 보다. 누구나 다 첫번째 방법을 선택할 걸?

뱀발 -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 구리다. 아니 무슨 영화 시작하자마자 미식 축구하는데 선수들 머리 위에 스텝롤 띄우고 앉았냐. 무슨 RPG 게임 캐릭터도 아니고.

2018/08/28 15:30

메가로돈 극장전 (신작)


원작 소설이 꽤 재밌는 걸로 유명 하다는데 읽어본 적은 없다. 아니, 애초에 원작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스포일로돈!


까놓고 말해 멍청한 영화다. 원작이 어땠는지간에 설정 자체도 괴랄하다. 물론 메갈로돈은 공룡처럼 아주 오래 전에 실존했던 생명체이니 그 존재 자체를 멍청하다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이 과거의 생명체를 현재로 불러오는 방식이 무식하다. 비슷한 계열 중 가장 그럴 듯한 핑계를 댄 건 역시 <쥬라기 공원>이겠지. 실제론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 났으나, 호박 속 공룡의 피를 빨아 먹은 모기로부터 공룡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공룡을 복원 한다니! 실제로 가능하고 말고를 떠나서 꽤 그럴 듯하고 있어 보이잖아. 하지만 <메가로돈>은 그 딴 거 없다. 마리아나 해구 아래에 그냥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고 뻥치면 됨. 고증이고 뭐고 알게 뭐야.

문제는 그 멍청한 뚝심이 좋다는 것이다. 아니, 누가 애초에 이 영화보고 스필버그의 <죠스>급을 기대했겠어? 심지어 제이슨 스타뎀이 나오는 중국 자본의 영화인데? 요즘이야 <븐노의 질주> 시리즈를 통해 거대 블록버스터 주조연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비디오용 느낌의 B급 액션 영화 전문 배우가 아니였던가. 그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그를 폄하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내가 그런 영화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고로 나에게는 재밌는 영화였다. 애초에 이런 유치하고 무식한 B급 액션 영화 테이스트를 좋아하는데다가 장르적으로도 괴수 영화 팬이니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좀 뻔한 클리셰가 많고,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릴 욕구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점. 대표적인 건 메갈로돈이 결국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였다는 반전인데, 꽤 전통적인 클리셰이니 굳이 빼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대로 살리려 했다면 마리아나 해구 아래의 신세계를 좀 더 묘사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왕 대왕 오징어도 나온 판국에 거대화된 고대 심해 생물들 구경 좀 더 시켜줬으면 좋았잖아. 그럼 메갈로돈이 두 마리나 갑툭튀하는 것도 그러려니 했을텐데. 캐릭터를 못 살린 것도 예를 하나 들자면 굳이 등장시킨 주인공의 전 부인 캐릭터. 아니, 뭐 주인공이랑 따로 하는 것도 없는데 이런 쓸데없는 설정은 왜 넣은 거야.

가장 웃기고 미스테리한 캐릭터는 역시 리빙빙이 연기한 수인. 이 양반은 좀 무서운 게, 죽을 확률이 높은 미션에 남을 잘도 끌어들인다. 물론 자기도 어느 정도 투신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일방적으로 뭐라하기는 좀 어려운데, 중반부 제이슨 스타뎀의 조나스를 거대 상어에게 툭 하고 던져 놓더니 간신히 살아 돌아온 사람에게 한다는 제스처가...... 그 제스처랑 표정은 웃기면서도 뭔가 무섭더라. 아, 이건 진짜 글로 설명이 안 되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바다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진 감이 있고, 무엇보다 몇 번 웃음이 나기도 했다. 멍청한 건 맞지만 그 멍청함이 좋았다. 존 터틀타웁은 <내셔널 트레져> 3편 안 만들어주나.

2018/08/27 16:47

공작 극장전 (신작)


차갑고 건조한 에스피오나지 영화라길래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같은 걸 기대하고 봤다. 사실 내 잘못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걸? '차갑고 건조한 에스피오나지 영화'라는 수식어를 들으면 그 누구라도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를 떠올릴 수 밖에 없지, 안 그래? 왜 화를 내냐


열려라, 스포 천국!


하지만 정작 관람하고나니 당 영화는 한국적 감성이 든 에스피오나지 영화랄까. 전반적으로 차가운 건 맞는데, 그 중심에 좀 뭐랄까 뜨거운 부분이 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영화야말로 신파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인간적으로 뜨겁게 요동치는 핵심을 가진 영화라 해야겠지. 근데 재밌는 건, 평소라면 이런 부분을 엄청 싫어했을텐데, 이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이상하게도 좋게만 느껴지더라.

첩보계라는 차가운 직업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의 실상은 멜로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남녀 관계는 아니지만 결국엔 적진 한가운데에서 마주친 남남 관계 속 뜨거운 의리 같은 것이 멜로 드라마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그놈의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가 아니라, 알 파치노와 조니 뎁의 <도니 브래스코>였다. 이 영화 후반부 이성민의 리처장과 황정민의 흑금성 관계의 끝은 누가봐도 <도니 브래스코> 결말이거든. 물론 그 영화와는 달리 리처장이 나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긴 한다만.

사소한 것으로 긴장감을 주면서도 끝내는 별 거 아니라는 듯 현실적으로 치워버리는 그 패기가 마음에 든다.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계단 위 못 하나로 한 시간 여의 긴 호흡으로 서스펜스를 유지했다면, 이 영화는 중간중간 자잘한 것들이 막 튀어나온다. 발목에 숨겨둔 녹음기나 팩스기를 분해 했다가 미처 제대로 숨기지 못했던 작은 공구 하나 등. 근데 재밌는 건 그 장면 넘어가면 그냥 끝이야. 더이상 그 소품들이 문제되거나 주인공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 없다. 오히려 그게 현실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좀 다른 느낌. 전반부가 적국 속으로 침투하는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후반부는 <1987><택시 운전사> 등이 그래왔듯 한국의 근현대사를 꿰뚫는 느낌. 묘하게 재밌긴 하다. 에스피오나지, 첩보라는 게 애초에 적국 또는 상대국으로 침투하는 이야기잖아. 근데 이 영화는 적국에 침투하긴 하는데, 결국엔 조국이 주인공의 걸림돌이 되고 심지어는 주인공이 조국을 분쇄하기에 이른다. 참 재밌는 나라고 재밌는 관계란 말이지, 남한과 북한은.

그래서 보는 동안 그런 생각도 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 시위 등의 국면이 시작되면서 이야기의 중심추가 다소 옮겨간 것은 아닐까. 그 때문에 영화가 더 차가워지기 보다는 조금 뜨거워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그럼 뭐 어때. 영화가 이렇게 괜찮은 걸. 그리고 그 혼란스런 와중에 흑금성이 모종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 좋았다. 후에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는 알 수 없었으나 혼란스러운 와중 끝내 어떤 '선택'을 했다는 그 사실. 그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실이 미묘하게 감동이었다.

결말은 여전히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 다소 느끼한 거지. 시계랑 넥타이핀 과시하는 것쯤이야 귀여운 장난으로 치부해줄 수 있는데 둘이 서로를 향해서 큰 걸음으로 걸어가는 건 좀 오버라고 느껴져서. 하지만 계속 이야기하는 건데 뭐 어때. 영화가 이 정도로 재밌으면 된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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