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31 23:59

2018년 대문짝 객관성 담보 불가


2018/11/15 17:28

인류의 기원 배틀 객관성 담보 불가

뻘 글이긴 한데, 최근 <글래디에이터> 다시 보며 느끼게 된 것. 그 영화도 그렇고, 이후에 만든 <킹덤 오브 헤븐>도 그렇고 리들리 스콧은 직간접적으로 종교와 연관있는 영화들을 꽤 많이 만들었었는데 어째 요즘엔 조물주 신화를 분쇄하는 데에 더 관심이 있으신 듯 하여 떠올린 생각.


리들리 스콧 : 인류는 우주 저멀리에서 온 고등 종족이 만든 산물이다!



멜 깁슨 : 뭐?




둘 다 한 성깔하는 양반들인데 백분토론 시켜보고 싶다.
 



2018/11/13 19:06

RIP 스탠 리 객관성 담보 불가


'스탠 리가 죽었다'라는 말은 이상하다. 신도 죽을 수 있나?- 라는 의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내가 본 그의 최근 모습은 딱 둘. <베놈>에서 주인공에게 '저 여자를 꼭 붙잡아'라고 한 것이 첫째. PS4 스파이더맨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한 멘트인 '난 저 녀석이 항상 마음에 들어'가 둘째. 전자는 앞서 죽은 그의 아내에게 하는 말 같아서 좋았고, 후자는 그렇게 많은 캐릭터들을 창조해냈음에도 언제나 스파이더맨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그의 모습을 반영한 것 같아 좋았다. 피터 파커를 선하고 의지있는 사람으로 창조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018/11/11 12:46

보헤미안 랩소디 극장전 (신작)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감독 교체다. 애초에 요즈음의 브라이언 싱어도 별로인데 심지어 축구선수 후반 추가시간 교체 마냥 경질되고 바톤 넘겼잖아. 그렇게 연출권 넘겨 받은 사람이 덱스터 플레쳐인데, 이 양반이 만들었던 <독수리 에디>도 실존 인물 전기 영화였으나 그저 그랬거든. 때문에 그런 감독 교체로 인한 불균질함이 가장 눈에 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보기 전부터 했었다.

근데 그 딴 거 1도 없음. 비율로 따졌을 때 덱스터 플레쳐가 총 몇 퍼센트의 분량을 연출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략 2주 분량 정도뿐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겠다. 그러나 그런 거 다 떠나서 그냥 영화 전체가 고른 느낌이 먼저다. 브라이언 싱어로서는 소수자를 다뤘다는 소재적 공통점만 제외하면 기존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서스펜스로 촉발되는 반전이 중요한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펙터클한 액션이 강조되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니까사실 액션도 잘 못 찍지만

중간 중간에 좀 헐거워지는 부분도 있고, 쓸데없는 묘사에 집착한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놀랍도록 준수하다. 결말부 라이브 에이드 장면이 대략 20분 정도니까, 그 부분 빼면 영화 전체의 서사는 딱 두 시간 정도라는 건데 꽤 잘 해냈다는 생각. 밴드로부터 솔로 독립을 한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실질적으로 그리 길지 않음에도, 그 순간들에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립감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해진다는 건 그만큼 연출이 안정적이었다는 반증이다. 중후기 싱어 영화 치고 초기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유머도 중간 중간 튀어나와 좋았고. 

예술가에게 있어 결핍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비슷한 영화였던 <스타 이즈 본>에서의 브래들리 쿠퍼 캐릭터도 그랬잖아. 돈과 명예에 사랑까지 모든 걸 다 이루었는데도 어렸을 때 느꼈던 근본적 결핍 때문에 결국 파국을 맞지 않나. 딱 그거 하나 때문이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설명해주진 않지만 대략적으로나마 희미하게 제시되었던 아버지와의 관계. 거기서 모든 문제는 다 터진 거다. 그게 마약과 알콜 중독까지 이르게 된 거지. 프레디 머큐리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외모 비하를 받았던 데다가 보수적인 부친과의 사이도 별로 좋지 않았고, 이민자 집안 출신이었던 동시에 게이였으니까. 그 모든 게 '결함'이었다는 건 결코 아니고, 다만 그 면들에 의해 타인에게 불합리한 이유로 고통받으며 고립 되었으니까. 근데 또, 그런 결핍이 없었더라면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여간 인생이란 건 염병할 아이러니다.

결말부 20분의 라이브 에이드 장면은 그냥 공연 실황 그 자체다. 그게 그린 스크린에 두른 CG 관객들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 많은 군중 앞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스펙터클. 개인적으로는 'we will rock you'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거기서 한 번 쾅하고 터뜨려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이해한다. 중간에 한 번 나왔잖아. 그리고 그 타이밍이 맞지. 그 곡의 비하인드를 들려주어야 하는데. 두 번 반복하기는 힘들었을 거다.

라미 말렉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통해 익숙한 얼굴인데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 하는지는 몰랐다. 메리의 새 남자친구를 소개 받을 때 프레디 머큐리의 얼굴 클로즈업 쇼트가 하나 있는데, 오직 그 쇼트를 위해 살아오고 연기해온 사람 같이 느껴졌다. 

2018/11/10 15:46

위아 유어 프렌즈, 2015 대여점 (구작)


미안한 소리지만 잭 에프론의 영화들엔 항상 편견을 갖게 된다. 내가 본 서양의 젊은 배우들 중 가장 잘 생긴 배우 중 하나이지만, 이상하게도 작품 선구안은 없어서 출연하는 대부분이 망작이거나 기대 이하거든. 당 영화도 그랬다. 그래서 안 보고 넘겼다가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때문에 뒤늦게 봤는데...

영화가 좀 좋다. 평균적인 음악 영화보다는 살짝 아래지만, 평균적인 청춘 영화보다는 좀 위에 있다는 느낌. DJ를 소재로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꿈을 꾸는 한 쳥년의 이야기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쓸데없어 보이는 곁가지들이 많이 들어오다가 끝내는 그 모든 것들이 주인공의 삶에 어떤 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허투로 낭비하는 것이 거의 없는 셈이다. 초반부터 <트레인스포팅>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주인공과 그 친구들은 뻔하고 전형적이게도 결국 싸운 뒤 해체 아닌 해체를 당하지만, 모두 주인공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줬고 결말부에서도 응당 자신에게 걸맞는 대접을 받으며 퇴장한다. 

주인공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을 인물이 둘 나오는데, 둘 다 서로 다른 쪽의 극단이라는 점. 그러면서도 비슷한 점은 한 무더기라는 점 또한 재미있다. 웨스 벤틀리가 연기하는 제임스 리드는 주인공이 선망하는 탑 DJ로서 그에게 꿈에 대한 조언을 주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존 번탈의 페이지는 전혀 반대의 한 극단으로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만 돈은 맘껏 만져볼 수 있는 일을 주인공에게 던져준다. 재수없는 건 제임스와 페이지 둘 다 돈이 많다는 것이지만. 

초반부에 잔뜩 나오는 주인공의 내레이션 씬 연출이 센스있고, 그러면서도 그 키치한 연출에 함몰되지 않는다. 그런 걸로만 계속 밀고나가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중반부 이후부터는 입 싹 닦고 정도의 길을 가더라. 하긴, 그게 결말부 진지한 부분과 잘 맞아 떨어지긴 하지.

다만 결말부 주인공의 디제잉 장면은 좋으면서도 아쉬움 반반. EDM 요소와 영화 편집을 병치 하면서도 엮어낸 연출은 재미있지만, 모든 음악 영화들에게 클라이막스 공연 음악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나. 거기서 관객의 마음을 쾅! 하고 쳐야하는데 이 영화는 그 부분이 좀 억지스러운 느낌. 하긴, 어쩌면 그런 지점이 이 영화의 정체성을 음악 영화가 아닌 청춘 영화로 규정하는 것의 반증일지도.

2018/11/10 15:31

글래디에이터, 2000 대여점 (구작)


고증따윈 쌈싸먹었지만 여실히 전해지는 스펙터클. 근데 생각해보면 리들리 스콧 이 영감탱이는 나중에 찍을 <킹덤 오브 헤븐>에서는 미친 수준의 고증을 선보여놓고 왜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대충 대충 했던 걸까. 의복이나 무기 같은 시대적 고증은 그렇다쳐도 첫번째 콜로세움 씬의 전투 마차 뒤 가스 제어기 장면은......


그저 안습. 이거 왜 안 지웠을까. CG로 지울 수 있었을텐데. 한 1,2초 나오는 장면이라 프레임 50여개 정도만 만지면 되었을텐데. 촬영 중 사망한 올리버 리드의 마지막 씬을 CG로 만드느라 예산이 그 정도도 없었던 걸까.

우스갯소리로 시작했지만 고증이나 옥의 티 따위의 아쉬움을 빼면 크게 나무랄 데가 없는 영화다. 다소 정석적이긴 해도 영웅의 여정을 건실하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게 오디세이가 아니면 무엇이 오디세이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하여간에 이야기가 별로 어려울 것 없이 기름기를 쫙 빼 담백해서 좋다. 정치적 중상모략과 코모두스의 시스터 콤플렉스 같은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거야 싹 다 제하고 보더라도 상관 없는 거고.

실상 영화의 제목은 검투사를 뜻하고, 주인공의 신분 역시 한 군대를 통솔하는 장군에서 노예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려지지만 막시무스는 근본적으로 농민이라는 묘사가 계속해 등장한다. 서구권에서는 밀밭이 천국을 뜻하는 이미지라고도 하지만 그걸 떠나서 보아도 어쨌든 농촌의 이미지잖나.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는 중요한 순간들마다 막시무스가 바닥의 흙을 손으로 매만지는 것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을 상징하는 토템들이 흙에 덮여 묻혀지는 묘사가 의미심장하다.

의외로 종교적 묘사도 조금씩 들어있는 모양새. 로마 제국 당시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니까 당연한 부분도 있겠지만 상술했던 밀밭의 이미지도 그렇고, 작중 두 번이나 반복되는 막시무스의 휩쓸려 땅과 분리되는 듯한 묘사의 촬영도 그렇다. 무엇보다 계속 환영을 보기도 하잖아? 아내와 아들이 보이니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천국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근데 스콧 이 영감님은 이런 영화와 <킹덤 오브 헤븐>을 거치더니 어째 점점 조물주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만 만들고 앉았냐. 잘 만들면 또 몰라...

지금 기준에서 보면 싱거운 부분들이 분명 있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는 두번째 콜로세움 검투 장면도 그렇고, 무엇보다 결말부가 그런 경향이 좀 강한 듯. 어릴 땐 황제가 직접 검투 시합에 나서고 아무리 목숨을 건 시합이라지만 그 결과로 황제를 죽이는 모습까지 보며 이해가 안 되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도 깔끔하게 납득 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초장부터 대규모 전투 씬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갈수록 이야기의 규모가 작아지는 느낌의 영화.

나에게 러셀 크로우의 최고작은 커티스 핸슨의 <LA 컨피덴셜>이지만, <글래디에이터>가 결국 러셀 크로우의 가장 멋진 시절을 담고 있던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겠다. 아, 진짜 이 영화 속 러셀 크로우는 최고였다. 근데 특유의 야성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선망의 대상인 장군으로 나올 때보다는 거친 느낌의 노예 검투사로 나올 때가 더 멋있는 게 함정.

그나저나 아우렐리우스는 좀 멍청한 거 아니냐? 하여간에 정통성 있는 후계자인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이 아닌 현 왕들은 다 멍청하기 짝이 없어. 공화정 선언하고 막시무스를 후계자로 등용할 것이었다면 좀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지랄을 떨었어야지, 지 아들이 야망가인가 뻔히 알면서 단 둘만 있을 때 그따구로 지껄여 명을 재촉한다. 무능력한 게 아니라 그건 멍청하고 눈치 없는 거다.

2018/11/10 15:07

동네 사람들 극장전 (신작)


한 배우가 한 장르의 얼굴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근데 이 영화는 그게 곱하기 3이다. 사람을 구기는 마동석 장르 X 구해야 하는 소녀 김새론 장르 X 검은 속내의 권력자 장광 장르. 벌써부터 체할 것만 같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할 건데, 
사실 저 영화 포스터와 캐스팅 명단을 보는 것 자체가 이미 스포일러라...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사라진 소녀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내건 영화치고는 초장부터 서스펜스와 스릴을 내다버렸다. 생각해보자. 애초에 캐스팅에서 타이틀 롤이 마동석이야. 마동석은 이 계열의 치트키 같은 존재다. 다른 비교대상들을 보자. 원빈이나 황정민 등은 주인공 보정으로 결국 악당들로부터 승리하긴 하겠지만, 그 자신도 꽤 많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정신적으로라도 타격을 받고 지칠 걸. 전자는 황정민, 후자는 원빈의 경우. 하지만 우리의 마동석은? 마동석은 지치지 않는다. 다치지도 않는다. 일단 마동석 대 다수의 싸움이 시작되더라도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마동석이 깔끔하게 이기니까. 마동석의 주먹은 원샷원킬의 아이언 피스트다. 소녀나 다른 선량한 사람들이 악당들의 손에 인질로 잡혀가도? 여전히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마동석이 깔끔하게 구해내니까. 마동석 앞에 장애물이란 있을 수 없다. 유리는 그냥 깨뜨리고 문은 그냥 부수고 벽은 그냥 넘으면 된다. 서스펜스는 우리가 영화 속 누군가를 걱정해야 생기는 것이다. 뭐, 스릴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애초에 이 영화는 그 두 개를 포기하고 나온 영화란 소리다.

김새론 캐릭터는 눈이 뒤집혀 여기저기 설친다. 야밤에 전기 충격기까지 대동한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기도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싶은 표정으로 다음 날 똑같이 위험한 짓들을 또 한다. 누군가에게 잡혀서 마동석의 서브 퀘스트가 되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사실 더 무서운 건 김새론 캐릭터의 엄마다. 딸이 며칠 사이에 하루에 한 번 꼴로 병원과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리는데 별로 걱정도 안 하는 것 같음.

거기에 작은 시골마을 군수의 유력한 후보가 장광으로 캐스팅되어 있다. 게다가 영화 초반에 내용과 아무 상관없을 것만 같은 군수 선거를 한 두 번 강조해주기까지. 그럼 우린 거기서부터 또 바로 알 수 있다. 소녀가 하나 사라졌다는데, 그 사건은 저 군수 선거와 관련 있겠구나. 게다가 유력한 후보 역할로 캐스팅된 게 장광이네? 아, 그럼 최소한 저 놈이 연루되어 있겠구나. 어쩌면 검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높으신 분이겠는 걸?

영화 한 편 다 봤다.

사라진 소녀를 찾아가는 추리 추적물로써의 재미도 진작에 다 내다 버렸고, 악의 세력들과 맞서는 액션물로써의 재미도 같이 갔다 버린 셈이다. 한 마디로 캐스팅이 영화를 망쳤다.

뱀발 - 그래서 이상엽이 연기한 군수 후보 아들래미 캐릭터는 대체 왜 그 딴 짓들을 한 거야?



2018/11/10 14:50

할로윈 극장전 (신작)


웃기는 소리지만 난 공포 영화를 정말로 잘 못 본다. 겁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고, 그냥 다른 볼만한 좋은 영화들이 널렸는데 굳이 내가 보기 힘든 그 종류의 것들까지 굳이 섭렵해야할까 싶기도 해서. 근데 또 웃긴 게 막상 존나 잘 만들었다고 소문난 공포 영화들 보면 또 구미가 당긴단 말이야. 그래서 봤던 게 작년의 <겟 아웃><그것>이었지. 하여튼 이번 <할로윈>도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난리더니 결국 북미 박스오피스를 제대로 강타했다 하여 결국 보게 된 케이스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평가가 너무 좋았잖아. 그래서 봤는데. 결국 봤는데. 결과론적으로는 그 모든 게 다 추억팔이빨 거품 아니었나 싶다.


모든 스포일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뜬금없지만 <블랙 팬서><창궐> 때 했던 비판 지점과 겹치는 부분이 크다. 수퍼히어로 장르든, 좀비 호러 장르든 메시지를 넣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그 장르의 걸작들 보면 그런 걸 꽤 잘 해낸 작품들이 또 많고. <블랙 팬서>가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서 흑인들의 정체성을 담고, <창궐>이 민중이 바로서야 왕도 바로 설 수 있다는 민중친화 혁명적 메시지를 담아낸 것도 좋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 영화들이 장르 영화들이란 것이다. 함의? 있으면 좋지. 하지만 적어도 장르 영화에서는 함의보다 쾌감이 우선이란 소리다. 수퍼히어로 장르로써의 재미와 좀비 호러 장르로써의 재미가 선행되지 못한다면 그 뒤에 따라오는 메시지도 힘을 잃기 마련이니까.

<할로윈>도 마찬가지인데, 공포 영화로써는 매우 치욕적인 평가겠지만... 더럽게 안 무섭다. 그게 팩트다. 겁쟁이에 공포 영화 비겁자인 내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당당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면 설명이 될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런 소문이 났었지, 초반부 화장실에서 아가리 옥수수 터는 장면 정말 호러블했다고. 그래서 그 부분에선 좀 긴장하긴 했었다. 근데 이게 뭐야. 난 또 옥수수 턴다길래 <업그레이드>에서 봤던 고어 묘사보다 더 한 것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작 나온 건 이미 턴 옥수수를 뿌려대는 정도. 거기서부터 직감했지. 아니, 이게 이 영화에서 제일 무서운 장면이라던데 이 정도라고?

해당 장르의 원조격인 이야기들이 21세기 들어와 뒤늦게 리메이크되는 일의 난점을 잘 알고 있다.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이 딱 그랬지. 사실 그 영화의 원작이 되는 이야기도 모든 모험물들의 조상격인 부분이 있었는데 정작 리메이크가 늦다 보니 그 후발주자들에 의해 이미 단련된 현대 관객들에겐 오히려 식상한 이야기로 다가왔다는 그 난점. <할로윈>도 첫 편이 제작 되었을 당시엔 무척이나 혁명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래셔 장르는 그 뒤로 많은 진화를 이뤄왔고, 현대의 관객들에겐 어느덧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 영화가 튀어 나와봤자...... 우리는 이미 제이슨도 봤고 프레디도 본데다가 처키나 직쏘 같은 돌아이들도 우리들에겐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와서 마이클 마이어스가 우리에게 소비되기엔 좀 늦은 감이 있다는 거다.

그러나 슬래셔 장르의 고전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파이널 걸'의 존재를 비튼 부분은 재미있다. 그것도 상징적 존재인 제이미 리 커티스를 복귀 시켜다가 그녀를 중심으로 한 여성 연대를 만든 것도 좋다. 요즘처럼 젠더 이슈가 커지고 페미니즘이 큰 사회적 화제로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 아주 좋은 선택이다. 여성 캐릭터들이 더이상 비명이나 지르면서 도망칠 이유가 없다. 남성처럼, 아니 어쩌면 남성 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준비된 모습으로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에게 맞서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나. 그 부분에서는 합격점이다. 

하지만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장르 영화에서는 함의보다 쾌감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여성 연대 세우고 백 날 강조하면 뭐해. 일단 공포 영화가 더럽게 안 무서운데. 더럽게 무서운 다음에 여성 연대를 강조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왜 안 무서울까 생각해봤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갑툭튀 연출의 실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릴을 느끼려면 살인마를 꽁꽁 숨겨두었다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큰 소리와 함께 등장시켜야 하는데, 이 영화는 후반부가 되기 전까지 마이클 마이어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다보니 프레임 내에 그가 많이 잡힌다. 대표적인 게 집에서 통화하던 여자를 죽이는 장면인데, 여자의 뒤 저 멀리에서 마이클 마이어스가 다가오는 걸 관객들은 뻔히 보고 있으니 별로 안 무서운 거다. 그럴 경우엔 서스펜스라도 느껴져야 하는데 별로 그럴 여지도 없었던 것 같음.

재밌는 부분 몇가지. 다른 슬래셔 장르의 연쇄 살인마들과는 다르게 동네 친화적인?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의 면모. 차 타고 가는데 '어! 저기 마이클 마이어스다!'라고 할 수 있는 그 동네의 패기가 재미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클 마이어스 좀 귀여운 것 같지 않냐. 

아, 내가 40년 동안 한 연쇄 살인마와 대적할 준비를 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요새화 시켜둔 그 집 옷장들에다가 여닫이 문을 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녀는.

2018/11/10 14:29

완벽한 타인 극장전 (신작)


<대학살의 신>이 바로 떠오르는 단촐한 소동극. 실제로는 이탈리아 영화의 리메이크라고 하는데, 검색력이 짧아 사실은 귀찮아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연극화해서 무대 올리기 딱 좋은 포맷이다. 더불어 형식면에서는 전혀 다르지만 올해의 발견이었던 <서치>와 비슷한 소재를 공유하는데,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역, 심지어는 SNS 상의 비밀들까지 담고 있는 21세기 우리들의 스마트 생활에 대한 고찰이 바로 그것. 물론 <서치>는 추적 스릴러로, <완벽한 타인>은 블랙 코미디 소동극으로 풀어냈지만 결과론적으론 둘 다 엄청난 호러다. 부모나 친구, 어줍잖게 아는 사이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니, 이건 그냥 호러도 아니고 코즈믹 호러가 아닌가.


완벽한 스포일러!


다 떠나서 그냥 존나 웃긴다. 근래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에 이 정도로 빵 터진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 그것도 큰 한 방이 아니라 여러 방, 그리고 그 사이사이 틈새를 작은 잽들이 밀도 있게 잘 채워준다. 등장인물이 결코 적은 영화가 아님에도 단순하면서도 영리하게 캐릭터 설정들을 잘했고, 대사를 비롯해 시나리오를 깔끔하게 잘 썼다. 물론 감독이 드라마 PD 출신이라 TV 단막극 같은 느낌이 드문드문 드는 건 사실. 결과적으론 다른 요즘의 영화들에 비해 영화적인 느낌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퀄리티라면 그딴 게 다 뭐냐- 앗쌀하게 다 눈감아줄 수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디테일하게 심리를 잘 쌓아가는 영화이기도 한데 스마트폰 공개 게임을 제안해 만악의 근원으로 몰린 김지수의 캐릭터를 처음 보면서는 '자기도 바람 피우는데 왜 저런 게임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의 불륜 상대가 바로 그 자리에 함께 있었으니 따지고 보면 그녀는 잃을 게 없었다. 사실상 쌍방 불륜 상태인 건데 둘 다 파트너가 이 자리에 있으니 자기들은 딜이 들어올 일이 없다고 판단한 거지. 그리고 자신들 역시 불륜을 비롯해 그렇게나 많은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합법적 혼인 대상의 비밀은 또 캐내고 싶고. 하여간 징글 징글 하다 싶을 정도로 지독하다. 

배우 운용도 기가 막히게 한다. 유해진은 평소 검증된 코믹 연기를 더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 배우 스스로가 마음껏 날뛸 수 있게 하고, 요즘 다소 진지하기만 한 연기로 일종의 부담감을 주었던 조진웅은 그 진지함과 뜨거움을 마구 표출 해도 괜찮을만한 배역을 던져줬다. 여기에 이서진은 평소 로맨틱하지만 느끼한 여유로움을 벗어 던지고 반 양아치 연기를 보여주는데 초반엔 좀 아슬아슬 하더라. 근데 나중엔 그냥 다 극복. 김지수는 특유의 TV 탤런트스러운 이미지를 아예 고착화해 잘 써먹더라. 물론 그렇다해도 얼마 전의 사건 때문에 그리 좋게 보이지만은 않지만. 여기에 염정아 이야기는 꼭 해야겠다. 원래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요즘 활약이 뜸해서 아쉬웠었지. 근데 이 영화에서의 염정아는 진짜 영화 배우더라. 혼자 안쓰럽고 슬프고 화내고 당황하고 그걸 다 하더라. 그리고 관객에게 전부 다 납득 시키더라. 근래 들어 본 염정아의 모습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모습.

스마트폰을 바꿔 만든 작은 소동들부터 점차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의 디테일이 좋다. 사실 결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이기도 하지. 크리스토퍼 놀란 식의 팽이 돌리기가 있고 난 후 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뻔뻔하게 보여주는데, 이 점이 재미있다. 관객들이 취향에 따라 마음껏 취사선택할 수 있는 엔딩이라고나 할까. 엔딩 직전까지 있었던 그 모든 소동들이 실제로 벌어졌으나 만약 그들이 그 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엔딩이 될 수도 있고, 그들이 그 게임을 시작하지 않아 영화 결말부의 그 엔딩을 맞이했지만, 만약 그들이 그 게임을 시작했더라면 그런 비극이 벌어졌을 것이다-가 될 수도 있는 엔딩. 개인적으로는 맘 상하고 찝찝한 게 싫어서 후자를 선택했지만 그거야 뭐 보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이서진 캐릭터의 전화 수신음이 결정적으로 재등장할 때의 연출 센스도 기가 막히지만, 가장 좋은 건 결말부 염정아 캐릭터의 시 낭송 리바이벌이다. 영화 초반부터 계속 시를 읊어대길래 '이거 굉장히 촌스러울 수 있는 연출인데 대체 어떻게 회수하려고 그러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후반부에서 그대로 만회. 아니, 그대로 만회 정도가 아니라 소름이 돋더라. 염정아 캐릭터의 마음이 거기서 터져나올 줄은 몰랐다. 

하여튼 영화 좋다. 그러니까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이 양반들아. 빌라 한 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든 드넓은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든 상관없이 일단 이야기가 깊어야 할 것 아니야. 


2018/11/04 12:42

창궐 극장전 (신작)


나는 뜨거웠던 우리들의 지난 촛불 혁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촛불의 뜨거움을 저열하게 팔아 먹으려한 한 장르 영화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그렇다. 이것은 <창궐> 이야기다. <창궐>은 좀비 장르 영화의 틀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국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현빈의 촌스러운 내레이션을 통해 ‘백성이 없으면 임금도 없다’ 따위의 유치한 대사를 내뱉는다. 그리고 펼쳐지는 횃불 든 성난 민중들의 모습. 이것은 몇 해 전 광화문을 중심으로 뜨겁게 펼쳐졌던 촛불들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저열한 방식이다. 촛불 혁명을 메타포끼워 팔고 싶었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과 그 옆의 캐릭터들은 모두 민중 그 자체를 상징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청나라로 떠났다가 돌아온 왕의 아들, 즉 세자이고 그는 종국에 이르러 모두를 구한다. 매우 ‘영웅적인’ 방식으로. 촛불 혁명에 민중까지 끼워 팔아먹고 싶었다면 최소한 중간 중간에라도 민중들의 이야기와 그 모습들을 보여 주었어야지. 하지만 이 영화의 민중들은 모두 이 세계관의 좀비를 지칭하는 말인 ‘야귀’로 변해 산 자들을 공격한다. 애초에 좀비 장르는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장르다. 우매한 민중들의 모습과 더불어 목적만을 좇는 맹렬한 비익명성까지도 보여주는 장르니까. 조지 로메로가 이 장르를 개국한 이후, 잭 스나이더가 <새벽의 저주>로 신세기를 열어젖힌지도 10년이 훌쩍 넘어가건만, <창궐>은 왜 이 장르가 사랑받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장르 영화인 것이다. 그냥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보니까, 이런 게 요즘 먹히니까 가져다가 썼다. 그리고 유명한 배우들 주르륵 캐스팅. 그렇다고 장르 영화가 꼭 오락성만을 좇아야 한다는 것은 또 아니다. 장르 영화도 충분히 메타포를 가질 수 있다. <새벽의 저주> 속 주인공들은 몰려드는 좀비 떼를 피해 동네 대형 쇼핑 마트로 숨어들고, 마트 내에 있는 다양한 도구들로 생존을 모색한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메타포요, 영화를 보는 관객들 소비심리를 영민하게 꿰뚫은 재밌는 설정이다. 우리가 한 번쯤 해봤던 상상, 세상이 무법천지가 되고 감시자들이 사라져서 마트 안의 모든 물건들을 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하지만 그 메타포를 떼도 이 설정은 충분히 말이 된다. 좀비 떼가 창궐하면 당연히 다양한 도구들과 많은 식량들이 필요하잖아. 장르 영화는 이렇게, 충분히 메타포를 잘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창궐>의 그것은 매우 직접적이라 유치하다. 좀비 장르의 엄청난 애호가는 아니지만, 특정 장르를 이렇게도 저열하게 이용하는 영화들을 보면 화가 난다. 갑자기 그거 떠오르네. <7광구> 기자 시사회에서 감독이 ‘사실 전 괴수 영화 별로 안 좋아해요’라고 떠들어댔던 거. 이 영화의 감독은 어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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