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31 23:59

2018년 대문짝 객관성 담보 불가


2018의 주요 타겟


버닝 / 캡틴 데드풀 / 마약전쟁 / 솔로 / 공룡공원 / 개섬 / 오션일가 / 시카리오2 /
개미남과 말벌녀 / 임파서블이즈나씽 / 코리안 토니 몬타나 / 판타스틱4 / 
One ugly motherfucker / 심비오트 / 달착륙 1빠 / without bay / 물맨 / 인랑 /

2018/12/31 23:58

영화학개론 조별과제 객관성 담보 불가


2018년에도 영화학개론 조별과제는 계속됩니다.

팟빵링크는 클릭 -> 영화학개론 조별과제

2018/05/26 12:46

한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 극장전 (신작)


기획 자체도 스핀오프인데다 한국 한정이긴 하지만 홍보도 '히어로', '팀 솔로' 따위의 멘트들 위주로 굴러가는 것을 보면 같은 디즈니 계열의 MCU가 얼마나 큰 영향을 줬을지 안봐도 비디오겠다. 사실 그래서 기대가 되면서도 좀 불만이야. '한 솔로'를 정말 사랑하니까. 그래서 솔로 영화가 나오면 보겠거니 했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이게 꼭 나와야하는 기획일까 싶기도 했다. 대체 누가 그 한 솔로의 과거에 대해서 궁금해한단 말인가. 아니, 궁금해할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굳이 꾸역꾸역 또 의무감에 보고 싶진 않다고. 이거야말로 <에이리언> 1편의 '스페이스 쟈키' 영화 만든 거랑 비슷한 느낌이잖아.

스포일러 솔로!

감독 경질부터 대규모 재촬영까지. 여러모로 개봉 전부터 악재가 겹친 영화였지만 생각보다 괜찮다, 일단은. 전체적으로 들쭉날쭉한 리듬을 가진 영화긴 하지만 그래도 일정량 이상의 톤 조절은 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꽤 흥미로운 장면이 넘쳐난다. 특히 초반부 스피더 체이스 장면과 짧게 등장하긴 하지만 제국 보병 전투 장면, 그리고 제국 열차 탈취 장면은 죽이더라. 특히 하나 고르라면 열차 탈취 장면. 스페이스 오페라의 탈을 쓰고 서브 장르론 하이스트 영화나 웨스턴의 느낌을 가미 하겠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 느낌이 좀 나더라. 또 중간중간엔 묘하게 이 시리즈의 원류인 사무라이 영화 느낌도 나고. 우디 해럴슨 권총 돌리는 거 보고 뿅갔음. 근데 또 생각해보면 아쉬운게, 그런 부분들이 모두 총합이 되지 못한채 말그대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냥 잠깐이라고. 하이스트 영화나 웨스턴 장르 냄새 나게 할 거였으면 진짜 좀 이쪽으로 경험있는 감독 불러다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지금 버전은 괜찮긴해도 야쉽다. 좋은 부분을 극대화하지 못한 느낌.

후반부 케셀런 장면도 좋은데, 흡사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연상케하는 코즈믹 호러. 근데 생각해보면 <제국의 역습>에선 무섭다기 보다 그냥 신기했는데 이번 영화에선 왜 이렇게 무섭냐. 더 흉악하게 생겨서 그런가. 은하계 크라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한 솔로 캐릭터 그 자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엘든 이렌리치의 캐스팅엔 큰 불만이 없다. 의외로 잘하더라. 그리고 내 기준에선 외모로도 크게 문제 없었고. 다만 한 솔로라는 캐릭터로서는 좀 빵점이다. 크게 건들 거리지도 않고, 이죽 거리지도 않고. 하긴, 속편 계획이 있는 것 같던데 나중 가선 달라지려나. 엘든 이렌리치 루카스 필름이랑 3부작 계약 했다고 하던데. 어쨌거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한 솔로의 모습은 영 적응이 안 된다. 2편과 3편이 나온다면 점점 시니컬한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느낌이 별로 없으니까 한 솔로 답지가 않음.

'랜도'에 대한 불만은 크게 없다. 그냥 딱 진짜 랜도가 젊었을 때 느낌이던데. 도널드 글로버의 캐릭터 재해석이 빛을 발했다기 보다는 그냥 원체 원 캐릭터가 깔끔해서. 그냥 그대로만 유추해 연기해도 큰 무리는 없었을 거다. 그에반해 새로 등장한 '키라'와 '드라이덴 보스'는 대체 뭐하는 놈들인지 모르겠음. 이거 옛날에 쌍제이가 많이 하던 방식의 떡밥 날리기 같은데 왜 굳이... 물론 키라는 이번 영화에서 죽을 줄 알았다. 근데 안 죽어서 놀람. 반면에 다스 몰은 뜬금없이 갑툭튀해서 더 놀람. TV 시리즈 통해서 생존한 건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실제 본가에서 툭 튀어나오니까 좀 뜬금없는 감이 있었지.

마지막 3막이 제일 엉성한 영화기도 한데, 도대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감정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황의 연속. 상황 그 자체는 이해가 되는데 인물들의 감정이 참 가볍더라. 그나마 한이 먼저 쏘게 해준 건 열렬히 반긴다만.

제국군 입영 홍보물에 다른 것도 아니고 '그 음악'이 등장할 때 혼자 폭소. 하여간에 영화가 은근 귀여운 맛이 있다니까. 밀레니엄 팔콘은 뭐 여전히 밀레니엄 팔콘이고...

하여튼간에 배부르고 안 땡기는데 억지로 쑤셔넣는 디저트 같은 영화. 안 보고 싶었는데 돈 벌겠다고 굳이 만들어 억지로 꾸역꾸역 보게하는 영화.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영화. 하지만 이 캐릭터와 프랜차이즈의 명성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 아... 진짜 애증이다, 디즈니의 번식력...


2018/05/24 10:13

독전 극장전 (신작)


스포일러 전쟁!


아쉬운 것들부터 말하자면,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 해석에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다. 차승원은 개성있는 악역 캐릭터를 만들기 바로 직전에 멈춰서버린 느낌이고, 박해준은 열심히 보여줬으나 제대로 보여줄 시간은 많이 할당 받지 못한 느낌이 또 있다. 류준열은 캐릭터 설정상 많이 튀는 연기를 했으면 아니 되었기에 그런 것이었겠지만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나칠 정도로 평범하게 느껴지고, 이와 직접적으로 붙는 조진웅은 연기의 톤이나 해석은 괜찮지만 인물의 내적인 감정 변화나 심리 변화 등이 좀 더 많이 보이는 연출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중 반은 온전히 배우탓이라고 둘러대기 어렵다. 내가 대충 짚어낸 이 단점들은 배우가 만들 수 있는 종류의 단점들이 아니다. 대신 이건 온전히 각본과 연출의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차승원과 박해준 등이 연기한 캐릭터는 그렇다쳐도, 주인공인 조진웅의 '원호'만은 그렇게 만들면 아니됐지. 결말의 그 아련함과 씁쓸함이 제대로 살려면 원호의 감정이 중요하잖아. 원래 이런 언더커버 영화들이란 게 다 그러니까. <도니 브래스코>에서 알 파치노의 캐릭터가 보여주었던 정도라면 대성공이었을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거 아니냐

하여튼 그런 연기나 캐릭터 묘사를 제외하고 본다면, 영화는 꽤 괜찮다. 아니, 사실 많이 괜찮게 느낀 편이다. 직접적인 원작으로 두기봉의 <마약전쟁>이 있고, 그 외에도 비슷한 종류의 영화를 수도없이 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벗겨먹은 게 어디 느와르 한 두 편인가. 게다가 암거래를 주선 하면서 연기를 통해 양쪽 모두를 속인다는 세부 설정은 브래드 버드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꽤 그럴 듯한 서스펜스로 보여줬던 적도 이미 있고.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작년의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이었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뻔하고 전형적이더라도 연출적으로 새로운 것을 고민 하자는 그 선언. 그리고 그 선언에 훌륭한 증명이 되어준 촬영과 조명으로 만든 섹시함. 변성현의 <불한당>과 마찬가지로 이해영의 <독전> 역시 그렇다. 

대중들 사이에 다소간의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섹시하다고, 멋지다고 느꼈지만 일부에서는 너무 겉멋만 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도 이해한다. 표현주의적으로 연출된 부분들이 많다보니 곳곳에 현실성이 없거든. 대표적인 게 용산역 마약공장 시퀀스일텐데, 실제 로케이션이든 세트든지 간에 그냥 세트처럼 보인다. 용산역에 저런 곳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그냥 말도 안 되게 보이는 거지. 

그럼에도 나는 어색하다는 느낌보다 멋있다는 느낌에 좀 더 기울었고, 중간중간 매력있는 부분들이 꽤 많다. 특히 농인 남매 캐릭터와 류준열의 '락' 간에 벌어지는 수화 장면들의 센스가 좋고, 故 김주혁 배우의 그 과한 연기가 좋다. 보는내내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져가 떠올랐다. 제대로 완성해낸 가장 마지막 유작에서 악당으로 불꽃같이 산화 했던 그런 모습. 다만 <다크 나이트>의 말미엔 히스 레져의 '조커'가 끝까지 살아남아 관객들의 씁쓸함을 돋우는 한편, <독전>의 중반엔 김주혁의 '진하림'이 총에 맞아 죽어 관객들의 코끝을 아릿하게 만든다.

결말 역시도 꽤 논란이 되는 것 같던데, 난 최근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좋았던 엔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오롯이 그 감정만이 중요한 대목이었다는 점에서. 물론 굳이 따져 본다면 락이 죽었을 것 같진 않다. 그 수까지 써가면서 노르웨이로 잠적한 건데 거기서 굳이 왜 죽거나 남이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겠나.

<천하장사 마돈나>도 좋았고, <페스티발>도 좋았지만, 그럼에도 이해영 감독의 최고작은 내게 있어 앞으로 <독전>이 될 것이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고민 하자는 그 선언. 그래서 이 영화는 이해영의 선전포고처럼 느껴진다. 아니, 악전고투인가.

2018/05/23 11:02

시간이탈자, 2016 대여점 (구작)


가변역사의 끝판왕. 영화를 보기 전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존나 막 가는 영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떠오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본격 임수정 죽어나는 영화

열려라, 스포천국!


조정석이 참 괜찮은 배우인 게, 똑같이 오그라드는 대사도 이진욱이 하는 것과 조정석이 하는 것이 많이 다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시 태어나도 널 찾아 사랑할 거야’라는 쌍팔년도식 대사를 하고 있는데 이진욱이 하면 그게 붕- 떠서 느끼한 일본 소녀 만화가 되버리고, 조정석이 하면 그냥 자연스런 대사가 된다. 근데 진짜 팔십년도잖아

임수정은 그냥 가까스로 선방한 케이스.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이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이라 그 대비감을 표현하는 게 관건이였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선 누가 뭐래도 망했다. 둘 다 똑같아 보이잖아. 캐릭터가 캐릭터로서 안 보이고 그냥 둘 다 임수정처럼 보이더라. 그와중에 납치범 줘패는 임수정의 힘은 많이 무서운 수준 <내 아내의 모든 것>보면 그렇게까지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닌건 분명한데, 작품 보는 눈이 많이 없는 건지 뭔지… 생각해보면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얻어걸린 걸 수도 있겠지 싶다.

전체적인 틀은 괜찮다. 조금 전형적인 시간여행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스릴러로써 범인을 쫓는 과정이 일정부분 스릴있고 재밌다. 근데 디테일이 매우 힘에 달림. 당장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만 봐도 머리 영리하게 굴려 설정 구멍들을 다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시도가 눈에 보이는데 이 영화는 그 딴 게 없다.

모방범이 어쨌고, 실수였고 저쨌고를 떠나 현재의 임수정인 홍길동이 죽는 장면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연출의 실수다. 차에 조금 비껴 치어 자빠져 죽는 것도 아니고 아주 그냥 작정하고 들이받은 차 때문에 뒤로 시밤쾅 날아가던데 이게 어딜 봐서 강승범의 실수야, 연출의 실수지. 대체 이게 어딜봐서 실수로 친 건데?

우연의 지나친 연속도 문제다. 이진욱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지 않았다면? 뜬금없이 돌려본 CCTV 화면 속에서, 꿈에 나오는 여자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근데 뭐 초반이랑 막판 대사 하나로 이 모든 걸 씹는 것 같아서 좀 뒤숭숭 했다. 볼 일 보고 안 닦은 느낌. 거의 종교적인 믿음처럼 들리는 설명이던데. 워쇼스키 형제, 아니 남매, 아니 자매가 좋아할 것 같다 이렇게 설득하는 게 쉽다면 제임스 카메론은 판도라 행성의 파란 인디언들 언어따윈 안 만들었을 거다.

막판 범인의 피지컬은 거의 놀라운 수준. 좀비 내지는 캡틴 아메리카인 줄. 근데 생물 선생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간하고 죽이거나 강도짓 하는 것도 아니던데, 그냥 단순한 살인광이라서? 이렇게 설득하는 게 쉽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성간여행 배우러 학위따윈 따지 않았을 거다.

이진욱의 새 직업은 뜬금포 음악 선생. 왜? 꿈 속에 나온 남자 직업이 음악 선생이라서? 이렇게 설득하는 게 쉽다면 최동훈은 화투 배우러 비닐 하우스 따윈 찾아가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이건 뱀발인데, 역시 정진영은 과묵한 형사보단 애들 잡들이 하는 학생주임이 더 잘 어울린다.

미제 사건 파헤치는 게 드라마 <시그널> 같더라니 갈수록 <터미네이터> 생각도 나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생각도 나고. 근데 막바지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마무리되는 영화. 흠좀무


2018/05/23 10:52

데드풀2 극장전 (신작)


여러모로 할리우드 흥행 속편의 공식을 따른다. 더 크고, 더 요란하게-라는 그 법칙. 


스포일러 풀!


'<존 윅>에서 개 죽인 그 놈'으로 섭외된 데이빗 레이치 감독 덕분에 액션은 다소 화려해졌다. 수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카타나 등의 일본도를 쓰는 사무라이 영화 역시도 좋아하는데, 지금까지의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수위 때문에 댕강댕강 하지 못했던 걸 이 영화에선 그냥 앞뒤 안 가리고 해버리니까 그걸 보는 맛이 좀 있었다. 특히 초반부에 데드풀이 전세계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청부업자 일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 증기탕에서 야쿠자들과 칼부림을 떠버리는 장면에서의 쾌감이란. 팔이 진짜 댕강댕강이던데.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액션 보다도 유머는 더욱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문제는 그게 좀 과하다는 것. 애초에 액션보다는 유머와 캐릭터 특유의 코미디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진 시리즈인 것 알겠으나, 뭔가 지금 속편의 버전은 딱 좋을 때까지만 하면 좋을 개그를 두 방 세 방 더 치는 부장님 같은 느낌이다. 대표로 딱 하나 꼽자면 후반부 데드풀의 유언 장면은 지금 버전에 비해 30초 정도 덜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1편이 좋았던 이유는 과한 유머의 농도에 비해 비교적 이야기가 콤팩트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수퍼히어로 오리진 스토리라고 해봤자 별 게 없긴 하지만 1편은 너무나도 그걸 꿋꿋이, 그리고 묵직하게 잘 걸어갔던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속편은 좀 다르다. 시간 여행자 컨셉인 '케이블'이 메인 캐릭터 중 하나로 들어오다보니 여러가지 시간선을 오가는 이야기들이 생긴 덕분에 전체적인 그림이 크게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처럼, 작게는 라이언 존슨의 <루퍼>처럼 1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원래 좀 캐릭터가 막 나가면 이야기도 복잡한 게 낫거든. 그런 면에서 이번 속편은 아쉬움이 좀 있다.

게다가 '바네사'의 죽음을 메인으로 진행되는 '웨이드 윌슨'의 내적 고뇌가 '러셀'이란 소년을 구하는 메인 스토리와 잘 붙지도 않는다. 1편이 멜로 영화였던 것처럼 이번 2편은 가족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그 가족 영화 컨셉 때문에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작위적으로 변한 느낌.

하지만 단점들만 이야기해서 그렇지, 어찌되었든 여전히 꽤 재밌는 영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그 브래드 피트를 막 죽여버리는 영화기도 하고, <그것>으로 한창 뜨기 시작한 빌 스카스가드란 젊은 배우 역시도 막 죽여버리는 영화. 그러면서 그 와중에 아무런 수퍼파워가 없는 '피터'란 인물은 또 살려놓는 영화. 전체적으로 괴랄해서 좋고, 좋게 괴랄하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역시 엑스포스 장면.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그렇게 홍보 하더니만 이렇게 과감히 다 죽여버릴 줄은 또 몰랐지.

1편이 그랬듯 여전히 각종 서브컬쳐 및 팝컬쳐 레퍼런스들을 끼고 사는 영화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콜로서스'의 <로보캅> 대사와 역시 쿠키 영상에서의 그린 랜턴 드립. <인셉션>이나 <버닝>이 각주에 설명이 많이 붙어 있는 영화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각주에 각종 하이퍼링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하이퍼링크 누르면 유튜브 어딘가나 구글 이미지 검색 어딘가로 붙잡혀 들어가는 거지. 이거 왠지 여러모로 <레디 플레이어 원>이랑 엇비슷한 느낌이구만.

쿠키 영상이 역시 대단한 영화고, 위에서 그린 랜턴 이야기도 했으니까 한마디 하자면. 라이언 레이놀즈는 미래를 예견해 <그린 랜턴>이란 영화가 망할 것임을 미리 알았어도 그 영화에 다시 출연했을 것 같다. 순전히 나중에 이렇게 본인 흑역사로 가지고 놀기 위해서. 그만큼 이 영화의 컨셉 자체가 너무 치트키야. 대충 만들어도 설정 같고 의도 같잖아. 언젠가 이 시리즈도 서서히 사그라들텐데, 어쩐지 그것마저도 라이언 레이놀즈와 제작진이 더 이상 찍기 싫을 때 일부러 대충 못 만들어놓고 끝낼 것 같다. 

사실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폭스의 '엑스맨 프랜차이즈'에 이 시리즈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하는 것. 애초에 본가는 들쭉날쭉이었던 데다가 최근작인 <아포칼립스>로 폭망했는데 어째 스핀오프인 이 영화가 더 잘 나가는 거냐. 영화 중간에 '저거너트'의 형이 '프로페서 X'라는 설정의 대사가 보이던데 그거 원작 설정이지 애초에 영화 본가쪽에선 일언반구도 없던 설정이잖아. 근데 스핀오프인 이 영화에서 막 지껄이는 것 보면 그냥 진짜 막 나가기로 했나보다 싶기도 하고...

하여튼 라이언 레이놀즈의 복면가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게는 봤다. 다만 3편은 좀 긴장해야할 듯. 재밌는 농담도 딱 두 번까지잖아. 잘 생각해라, 데드풀.

뱀발 1 - 얼른 돌아와요, 바네사.
뱀발 2 - 조쉬 브롤린 엄청 섹시하게 나온다. 이 배우를 안지가 십 년이 훨씬 넘었고 출연작도 꽤 많이 봤는데 이렇게 섹시한 배우일 줄은 또 몰랐네.
뱀발 3 - 나른한 도미노 쨩.

2018/05/19 12:43

버닝 극장전 (신작)


이창동이 어려운 이야기를 애써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그의 영화들은 (생각보다) 늘 단순했고, (걱정보다) 늘 간결했다. 관객 각자가 느끼는 감상의 크기는 달라도, 해석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보는 관객들 마다 해석의 차이가 없지는 않되 그 서로 간의 해석을 오가는 생각 추의 진자 운동 간격이 크지는 않으면서도 서로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느낌. 헌데 8년 만의 신작은 정반대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의 이창동은 그 명성과 대중들의 걱정에 비해 철저히 대중영화의 결 안에서 간단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장인이었다. 그런데 <버닝>에는 유독 간단명료함이 없다. 분석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데에 품삯이 드는 이창동의 영화를 대체 얼마만에 만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개츠비'와 '포크너'를 들먹이며 소설을 쓰고파 하는 젊은 남성의 판타지인가. 아니면 요즘 방황 밖에 할 게 없는 젊은 세대가 방황 외에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또다른 젊은 세대에게 느끼는 박탈감의 현실적 묘사인가. 아니면 그냥 이창동은 장르 영화의 탈을 쓴 문예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걸까?

아직까지도 그 답은 알 수 없고,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다. 일단 이 영화 자체가 그리 흥미로운 영화가 나에게는 아닌 것이다. 재미없다, 볼만하다로 나눌 수 없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 어떡해, 보는내내 별 재미가 없는데.

유아인의 연기는 나쁘지 않지만 기존의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졸지에 제 2 모국어가 된 한국말로 열심히 연기하는 스티븐 연은 가련하면서도 아쉽다. 하지만 신데렐라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던 전종서에게 느끼는 실망감이 제일 큰 듯 하다. 연기라기보다는 그냥 찡찡대는 느낌이었다.

근데 뭔가 쓰다보니 이게 무슨 영화인지에 대한 일전의 질문에 나만의 답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이창동은 어쩌면 히피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청춘, 비루한 삶, 기성세대로부터의 탈주, 분노의 표출, 그리고 섹스와 대마! 정말 이건 이창동의 New American Cinema를 이은 Fucking Koream Cinema일지도. 다들 헬조선 헬조선 하잖아. 

2018/05/14 16:40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극장전 (신작)


개봉날 처음 보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한 번 더 봤던 영화.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 시점에 이제와서야 살포시 몇 자 적어본다. 


열려라, 스포천국!


개봉일 첫 관람 이후 느꼈던 건, 우선적으로 좀 아쉽다는 것. 하지만 아쉽든 아쉽지 않든 그 판단은 조금 유보되어야 한다는 것. 3편과 4편이 부제만 다를 뿐이지 사실상 한 영화의 1부, 2부라고 생각한다. 루소 형제는 그 둘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인터뷰 내내 밝혔지만, 어쨌거나 이번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까놓고 말해 닥치고 그냥 다음 영화도 보라는 거잖아. 이번 3편 자체도 완성도는 준수한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part. 1>이 그랬고 <브레이킹 던 - part. 1>의 결말이 그랬던 것처럼 클리프 행어 식으로 끝난다. 때문에 좀 결말이 미진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뭔가 화장실에서 볼 일 다 보기 전에 그냥 나온 느낌이라는 거지. 아니면 한창 밥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그릇 빼앗기고 꺼지라는 말을 식당 주인에게 들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근데 이거 생각해보니 다른 영화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냥 <제국의 역습> 결말이랑 똑같은 거네.

<제국의 역습>과 비교해서 따지면 이 영화의 클리프 행어 식 결말은 어느정도 감안해줄 수 있다. 지금와서야 <제국의 역습> 결말 보고 멘붕을 탔다면 바로 다음편인 <제다이의 귀환> 골라잡아 틀면 되는 건데, 어쨌든 <제국의 역습> 개봉 당시엔 결말 보고 다음 이야기 보려면 3년 정도 기다렸어야 했잖아. 지금 딱 <인피니티 워>가 그렇다. 그래도 그 당시 <제국의 역습> 관객들보다는 상황이 낫네, 3년이 아니라 1년만 기다리면 되니까.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좀 길게 궁시렁 거렸는데, 영화 자체는 꽤나 잘 빠졌다. 이런 종류의 올스타전 팀플레이 영화는 원래 만들기 어렵고 망하기는 쉽다. 물론 마블은 <어벤져스>에서 그걸 잘 해냈었지만, 그 때의 로스터와 지금의 로스터는 차원이 다르잖아. 그 때는 기껏해야 메인 멤버가 6명 정도였다구. 그런데 이번엔 수십명이니까. 이런 식의 배분은 당연하게도 만들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옆 동네인 DC는 <저스티스 리그>를 말아 먹었고 심지어는 같은 마블도 전편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말아 먹었으니. 허나 이번 3편의 루소 형제는 그걸 해낸다. 여러 캐릭터를 따로 따로 다루는 대신 큰 줄기로 팀을 엮어 교차편집으로 그걸 살려냈다. 여러모로 <시빌 워>와 비슷한 구성이라 하겠다. 그 영화도 크게 보면 '팀 캡'이랑 '팀 아이언맨' 나눈 다음에 그 사이를 교차편집해서 묶었었잖아. 이번 영화는 그걸 '팀 타이탄'과 '팀 와칸다'로 나눈 느낌.

그러면서도 영화에 아쉬움이 하나 더 있다면, 그건 생각보다 영화에 서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빌 워>는 여러 캐릭터를 다루면서도 메인 서사와 더불어 이외의 부가적인 이야기들까지 영화에 함께 잘 녹아들었다. 그런 걸 기대했었는데, 이 영화에는 생각보다 '이야기'가 많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영화가 진행되는 시간 자체가 길게 잡아봐야 3일 동안 일어나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토니'는 '페퍼'와 동네 공원 산책 도중에 '스트레인지'한테 리크루트 되어 졸지에 우주 여행을 하기에 이른다. 캐릭터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그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순간은 이 영화에 많이 없다. 그러면서도 정작 전투 자체는 스펙터클하고 분량도 길다보니까, 뭐랄까 프로레슬링의 로얄럼블 이벤트 같은 걸 존나 화려하게 보고 있는 느낌만 좀 크게 들었달까.

MCU 통 틀어서 오프닝이 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급한 구조 신호로 시작되는 진중한 시작이라니. 게다가 그동안 뿌려온 떡밥들이 무색하게 거두절미하고 시작부터 바로 '타노스'와 '블랙 오더' 등장. 그래, 시간도 없고 급한데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하는 거 좋다. 그동안 조금씩이라해도 많이 보여줬잖아. '헤임달'이 죽은 것은 이젠 그러려니 하는데, '로키'가 죽은 건 역시 생각보다 충격. 물론 갓 오브 미스치프인만큼 이번 죽음도 진짜인지 속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오프닝에서 로키를 죽임으로써 사태 전체의 심각성을 잘 설정 했다고 본다. 그나저나 이 놈은 페이즈 1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쨌거나 악랄한 악당 포지션이었는데 페이즈 2와 <토르 - 라그나로크>를 거치며 어느새 선역에 가까워진 느낌이네. 아니, 선역이라기보단 좀 불쌍한 놈 정도로...?

토니가 마법사인 닥터를 처음 만나는 부분에서, 좀 더 토니가 당황하거나 비꼬았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물론 이 시점의 토니는 이미 외계인도 겪어보고 북유럽의 신(?)놈들도 겪어본 상태이니 그러려니 했던 거겠지만, 하여튼 간에 '마법사'라는 존재와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목도한 순간인데 뭔가 좀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재밌으면서도 아쉬움. 슬링 링을 통해 순간이동으로 공원에 나타난 닥터를 처음보고 놀라면서도 '마법? 그래, 어련하시겠어...' 정도의 대사로 한 번 비꼬았다면 좀 더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 같기도 하고. 똑똑한데다 자의식까지 강한 토니와 닥터를 한 팀으로 묶어 놓은 것을 보고 엄청난 자아 정체성 자존심 싸움 같은 게 일어나지는 않을까 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 그래도 은근히 서로 견제하는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딱 좋음. 

타이탄 전투 장면에서 가장 활약이 돋보이는 건 역시 닥터. 솔직히 까놓고 말해 힘법사로 나온 솔로 영화에서보다 이 영화에서 더 마법사 같더라. 분신술 쓰는 거나 타노스의 공격을 반사시킨 뒤 나비로 바꿔 무력화 시켜버리는 장면 등은 정말 신선했다. 하긴, 이 영화에서마저 힘법사로 나오면 다른 힘캐들도 많은데 밀리잖아. 이 영화 속핀에서든 솔로 영화 속편에서든 앞으로는 이런 진기명기들 좀 많이 보여줬으면.

<시빌 워> 이후의 토니와 '스티브'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면서도 그 둘의 만남을 다루는 장면 하나 없고 심지어는 끝끝내 서로 전화통화도 한 번 못한다는 게 재미있다. 온 우주의 명운이 걸린 상황이더라도 피 터지게 싸우고 서로 삐진 친구에게 전화 거는 게 그토록 힘들다. 그럼에도 토니는 어쩔 수 없이 스티브에게 택배로 전해받은 휴대전화를 들고 고민하는데, 정작 스티브는 토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심지어는 날으는 도넛이 뉴욕을 떠난 이후 스타크 역시 함께 실종 되었다고 TV 뉴스에도 나왔었는데! 그 뉴스 속보 보고 토니에게 돌아가기 싫다고 찡찡 대던 '비전' 마저도 곧바로 돌아가려 하는데 어째 스티브는 별 말이 없냐. 매정한 놈. 역시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별 수 없나 보다.

위험에 빠진 누군가를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이번 영화에서도 피터 파커는 여전히 고생길에 스스로 오른다. <시빌 워>에서 <제국의 역습>을 떠올리며 팀 캡을 한 방 먹였던 그답게 이번 영화에서는 깨알같이 <에이리언> 떠올림. 대중문화를 계속 인용해 먹는 오타쿠 캐릭터 너무 좋다. 그리고 그런 거 그만 인용 하라고 하면서도 아이디어 제시하면 은근히 다 받아주는 스타크도 웃기고. 개인적으론 왈도까지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차 냄새가 나는 아이언 스파이더 수트의 간지는 정말 제대로더라. 그 특유의 맨질맨질 삐까뻔쩍한 금속 느낌도 좋고. 하지만 역시 솔로 영화 속편에서는 안 나오길 바란다. 스파이더맨은 온전히 자기 힘과 능력만으로 생각하고 싸울 때 가장 멋지니까. <홈커밍>에서도 드론 날리거나 AI랑 대화하는 거 별로였다.

'Rubberband man'의 전주와 함께 등장하는 가디언들은 역시나 유쾌. 전편이었던 <vol. 2>에서보다 이 영화에서의 가디언들이 훨씬 더 좋더라. 그러면서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팀은 또 찢어지며 <제국의 역습> 플롯을 또다시 재현한다. 이번엔 '스타로드'가 이끄는 팀과 자칭 리더인 '로켓'이 이끄는 팀으로. 이 팀이 첫 런칭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 팀의 최고 개그 캐릭터는 리더인 스타로드와 너구리 로켓이었는데, 어느새 MCU 통 틀어서 최고의 개그캐는 '드랙스'가 되어버린 느낌. 그 덕분에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웃었다. '맨티스'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쩌리인 것 같고. 스타로드와 토니가 처음으로 조우 했을 때의 디테일이 좋은데, 스펙으로만 따지자면야 스타로드가 아이언맨에게 쉽게 발렸을텐데도 무기와 장비 활용도의 센스가 좋고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지 않나? 임기응변에 능한 스타로드가 잠깐이나마 아이언맨을 압도 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리고 스타로드가 지구 출신이란 걸 토니가 알아채는 부분의 사소한 디테일도 좋고. 다른 것도 아니고 지져스 타령으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스타로드는 가톨릭 신자인 걸까. 아니면 다른 종교? 교회 다녔든 성당 다녔든 우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종의 외계인을 이미 만난 후 일텐데 아직도 그 믿음은 여전할까? 물론 무교일 수도 있지

'가모라'는 감정적으로 가장 큰 분량을 가지고 있었던 것 듯. 그도 그럴 것이 우주 대마왕의 딸이잖아. 얼마나 썰 풀고 눈물 짜내기에 좋냐. '네뷸라'와 더불어 이런 식으로 활용되어 잘 된 편이라고 생각하고. 그나저나 그 타이밍에 '레드 스컬'이 등장할 줄이야. 그런데 좀 안 반갑다. 배우도 바뀌고 그래서 뭔가 '이후 시리즈에는 안 나올 거니까 마지막으로 이번에 잘 봐둬라'라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쉬움.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에서 그런 식으로 증발되어 향후 활약을 좀 기대했던 게 있었는데.

와칸다 전투는 좀 실망. 캡틴이나 티찰라 모두 전략가들인데 그런 거 없이 무조건적으로 닥돌하는 느낌이라 좀 아쉬웠다고 해야하나. 물론 그 물량 전투 자체의 스펙터클 역시도 대단하긴 했지만. 때문에 캡틴의 최고 장면은 역시 스코틀랜드 기차역 첫 등장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루소 형제는 일대일 구도의 다찌마리 액션만 잘 짜는 줄 알았는데 다대다 구도의 다찌마리 액션도 겁나 잘 짜더라. 심지어 주먹으로만 싸우는 캐릭터들 외에 비전이나 '스칼렛 위치' 같은 능력자들 다루는 것도 보니 애초에 그냥 액션 잘 짜는 사람들인 듯. 어쩐지, <블랙팬서> 속 '블랙팬서'의 액션은 그냥 그랬는데 <시빌 워>에서는 쩔었잖아. 스코틀랜드 액션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짱이다. 

'니다벨리르' 시퀀스는 좀 깨는 부분이 없지 않다. '토르'의 새로운 무기인 '스톰 브레이커'를 만드는 중요한 시퀀스긴 하지만 그 자체로 별 재미가 없는데다가 무기 만드는 장면인지라 별 긴장감도 안 생기고. 심지어 니다벨리르 프로덕션 디자인도 그냥 그렇다. 근데 궁금한 게, 지금까지의 MCU 속 북유럽 신화들은 모두 '아스가르드'나 '요툰헤임', '바나헤임' 같은 명칭들을 유지했었는데 왜 이번엔 니다벨리르일까. 니다벨리르라는 이름도 있지만 그 외에 '스바르탈헤임'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잖아. 아, 이미 스바르탈헤임은 '다크 엘프'들의 고향으로 나왔었나.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 

토르 이야기 나온 김에, 역시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뽐뿌를 받은 건 토르다. 원래도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였는데 MCU 내에서 취급이나 인기가 안습이라 항상 안타까웠는데, <라그나로크>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 장외홈런을 날린다. 캡틴의 첫 등장도 멋지지만 와칸다 전투에 모습을 드러낸 토르의 간지란... 역시 마블은 덕후들의 마음을 안다. 그야말로 뇌신이 되어 번개팡팡 뿌리는 토르의 위엄이란. 그리고 그걸 보는 덕후의 마음이란.

비전은 살아있는 맥거핀이라더니, 맞네. 한 번 죽을 줄 알았지 두 번 죽을 줄은 몰랐잖아. 아, 타노스. 잔인한 그 이름이여. '윈터 솔져'의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워머신'의 분량은 생각보다 많아 놀랍다. 그나저나 워머신 화력 죽이더라. 와칸다의 도움 바랄 것도 없이 <아이언맨3>에서 토니가 비싼 불꽃놀이만 안 치렀더라면 하우스파티 프로토콜 다시 돌려서 타노스 군대 초토화할 수도 있겠더라. 아니면 <아이언맨3>에 나온 익스트리미스 기술 갈취해서 써먹었더라면 타노스의 군대는 이미 짜이찌엔이었을텐데. 하여간에 워머신 수트 짱. 토니는 그냥 워머신 수트 똑같은 거 여벌 만들어서 당장 어벤져스한테 지급해라.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쳐도 블랙 위도우랑 호크아이한테는 좀 줄 수 있잖아... 아, 이야기 나온 김에 호크아이 안 나와서 아쉽. 앤트맨도 안 나와서 아쉽지만 최애캐인 호크아이가 안 나와서 더 아쉽. 하지만 그만큼 4편에서 보정받을 걸 생각하니까 좀 기분 좋기도 하고.

드디어 타노스 이야긴데, 마지막에 언급한 것 치고는 영화에서 가장 많은 분량과 파워를 뽐낸다. 거의 타노스의 영화. 심지어 엔딩 크레딧엔 다음편을 예고하면서 '타노스는 돌아온다'라고 뜨더라. 거의 뭐 확인 사살. <시빌 워>의 지모에 이어 목표를 이뤄낸 빌런이라 할 수 있을텐데, 그 잡았던 목표치가 너무 커다랗고 높이 있는 경지인지라... 한 가지만 끝장나게 잘 하면 된다는 빌런의 법칙을 다시금 증명해준 수퍼 빌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만 생각해보면 DCFU에 이런 캐릭터들 엄청 많이 나왔었는데... '아레스', '둠스데이', '스테판울프'... 거의 한 편 당 하나씩 나왔던 게 풀 CGI로 된 꺽다리 캐릭터인데 어째 이렇게 취급이 다르냐. 캐릭터성도 월등한데다 심지어는 CG 효과도 훨씬 좋다. 맨티스가 정신 조작하고 있을 때 타노스 클로즈업이 있는데 그 맨질맨질한 보라색 피부의 살결 같은 게 느껴질 정도더라. 역시 돈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구만.

주인공의 반이 죽는 충격적 결말인데 정작 엔딩 씬을 배분받은 건 타노스라는 점도 재미있다. 마지막에 웬 동남아 농촌 같은 곳이 나오길래 난 진짜 무슨 타농부 오마주인 줄 알았네... 어쨌거나 목표를 이룬 타노스의 씁쓸한 미소로 영화는 끝. 뭔가 <제로 다크 써티> 엔딩부에 나오는 주인공 표정 같기도 하고. 아니면 진짜 종교적인 그런 느낌있잖아. '그렇게 하고보니 타노스님 보시기에 좋으셨더라' 뭐 이런 느낌이었달까.

부분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론 재밌는 영화였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평가가 어찌되었든, 내년에 속편이 나오면 뒤집어질 수도 있고. 어쨌거나 10년을 끌어온 떡밥들을 재정리하고 덤핑해버린단 점에서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내년까진 <앤트맨과 와스프>도 있고 <캡틴 마블>도 있으니 어찌 버텨볼만 하네. 그나저나 DC야, 진짜 어떡할래. 올해도 <아쿠아맨> 밖에 없더구만.

2018/05/14 15:14

레슬러 극장전 (신작)


왕년에 알아주는 레슬러였던 유해진의 '강귀보'. 하지만 지금은 홀아비로서 아들이자 자신이 걸었던 과거의 길을 그대로 따라 레슬러의 길을 걷고 있는 김민재의 '강성웅'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코치 아버지와 선수 아들의 좌충우돌 스포츠 코미디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정작 영화는 하고 싶었던 것들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열려라, 스포천국!


홀아비로서 아들을 키우는 그 고단함은 물론이고 그 윗세대와도 부딪혀 발생되는 부모자식 간의 갈등,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딸뻘 아가씨와의 로맨스 아닌 로맨스, 거기에 부모로서 자식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지는 않았던가- 하는 내적 고민. 영화는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다. 아, 여기에 해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하나 더 넣은 게이 캐릭터도 있다. 여러모로 조금은 진보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반감이 들 수도 있겠다. 주인공인 중년 홀아비, 그것도 얼굴이 특출나게 잘생긴 것도 아닌 이 인물에게 영화 속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호감을 표한다. 불륜이나 치정이 아닌, 정말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딸뻘의 여자가 순수한 마음으로 날 좋아해준다는 그 중년의 판타지. 이 부분이 조금 몰입을 방해하긴 하지만, 또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해 본다면 판타지라고 꼭 나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기라. 중년 남성의 판타지든 중년 여성의 판타지든 어쨌거나 영화란 건 판타지고 대리 만족이니까. 그것 자체로만 놓고 보자면야 꼭 나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중년의 판타지를 이 영화가 완성시켜주지는 않는단 것이다. 굳이 게이 남성 캐릭터를 끌고와 그의 가족들로부터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인정받은 에피소드를 가져왔다면, 스무살 딸뻘 아가씨와 중년 홀아비의 로맨스도 한 번 이뤄줄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전체적으로 진보적인 느낌인데! 근데 이 영화는 그걸 이뤄주지 않고, 끝내는 옳지 않는 관계라는 늬앙스를 띈다. 물론 단순하게 나이 차이 문제 뿐만 아니라 거의 가족과도 같은 유사 삼촌-조카 관계였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하지만 이왕 진보적으로 판타지를 다뤘다면 차라리 그 둘이 잘 되는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톤의 코미디 영화에서 그런 관계가 끝끝내 허락되는 영화가 거의 없었잖아. 

중년의 판타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것보다는 사실 부모-자식 간의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로써 더 많이 기능 한다. 그저 아빠의 관심이 필요했을 뿐이었던 아들에게 자신이 못 다이룬 꿈을 주입 시켰던 그 안타까움과 거기서 파생되는 억울함, 그리고 미안함. 이런 부분들을 영화가 생각보다 잘 다루고 있어 놀랐다. 물론 곁가지를 좀 많이 쳐내고 이 부분에만 좀 더 집중하는 영화였다면 좋았을 걸.

유해진이나 나문희의 연기야 이제 뭐 더 할 말 없을 것 같은데, 영화 보기 전부터 걱정했던 이성경과 김민재 등 청춘 배우들의 연기가 생각보다 좋아 놀랍다. 웨딩 드레스를 전시한 쇼윈도 앞에서의 이성경 씬과 후반 클라이막스 김민재의 레슬링 씬이 아직까지도 내 기억에 오롯이 남아있다는 게 좋다. 당연하지 어제 본 영화인데

연출 편집적으로도 어느정도 노력을 많이 한 영화라는 게 좀 보인다. 중초반부 성웅의 레슬링 몽타주 장면은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였지만 타이밍이 좋았고 재미가 명확했달까.

어쨌거나 마동석의 <챔피언> 보다 못한 영화라는 소리를 어디에선가 들어서 걱정했었는데 단연코 그 정도는 아니더라. 물론 그건 비교대상인 그 영화가 너무 후져서 그런 것도 없지는 않다.

2018/05/10 16:37

앤트맨, 2014 대여점 (구작)


제작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불협화음들이 있었고 그에 따른 불안감이 가득했었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려보면, <앤트맨>이 이 정도의 퀄리티로 나온 것은 전화위복의 사례라고 하겠다. 

하이스트 장르의 결을 가져와 코미디로 덧댄 듯한 수퍼히어로 영화로써의 매력이 가장 크다. 주인공 폴 러드의 캐스팅도 대단히 좋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얼간이 3형제의 활약과 조그마한 개미 친구들의 종합 전투. 

딸을 구하기 위해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과감하게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참 좋아하는 영화기도 하다. 초반부 이혼한 아내의 집에 가서 딸을 보고 나올 때. 밴을 운전하며 딸에게 짓는 익살스런 표정이라든가 희생해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딸의 이름을 나지막히 외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진짜 존나 멋있을 수 밖에 없잖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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