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날 밤 꿈에서는 상대가 휘두른 검에 내 팔목은 잘려나간채, 황급히 우주선을 몰아 도망치는 데에 겨우 성공했었다.
열 다섯 나이 때 꾸었던 그 오래된 꿈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그 날 내가 <제국의 역습>을 보고 잠들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건 훨씬 어렸을 적이지만, 빠져든 것은 한참 늦은 중학생 때의 일이었다. 그 거대한 우주를 완전하게 체험하고 나니 가끔은 내 몸 어딘가에서 포스 비슷한 힘이 발사될 것 같아 TV 리모컨을 상대로 수없는 연습을 하기도 했고, 아빠가 나에게만 숨기는 비밀이 있지 않을까 하고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하곤 했다. 게다가 당시 나는 중2였으니 설득력 있게도 꽤 그럴만한 나이였다.
나는 아직도 그 꿈을 꾸고 싶다. 꿈나라에서도 좋고 스크린 화면을 통해서도 좋고 카메라를 통해서도 좋다. 그래서인지 후에 자녀를 갖게 된다면 꼭 <스타워즈>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어린 시절을 온전하게 채워줄만한 영화들을 보여주고 싶다. 애초에 피터 잭슨도 꼬마 때 봤던 <킹콩>을 보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고 하지 않은가.
여러분, 그러니까 어린 시절 봤던 영화가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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