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5 22:09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극장전 (신작)

포스터부터 풍기던 약 냄새에 피 냄새 맡은 죠스 마냥 엉겨붙어 기대하고 있던 영화인데 포스터에 바르던 약이 부족했는지 정작 본편은 순수한 편이라 무지 실망했던 바로 그 영화.


열려라, 스포천국!


전체적으로 전편만 못하다는 게 내 생각. 마블 영화 통틀어서 아니, 내가 본 영화 통틀어서 1편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그 이유는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움 때문이었더랬다. 그런 거 있잖아, 특이해서 특별한 거. 근데 2편은 여러모로 1편를 못 따라가더라. 전편만한 속편 없다고, 역시 옛 어른들 말씀 틀린 게 하나 없어.

개봉 전 감독 인터뷰에서 <제국의 역습> 언급하길래 에고의 “I’m your daddy” 대사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호스 전투 이후로 루크는 요다 만나러 데고바 가고, 솔로랑 레아랑 츄이랑 떨어져서 제국에 쫓기던 거. 그걸 이야기하는 거더라. 한 마디로 캐릭터 찢어놓기. 여기서는 스타로드와 가모라, 드랙스가 에고와 멘티스 따라 가고 뒤에 남겨지는 건 로켓과 그루트다. 후에 욘두과 크래글린이 후발대에 합류하고. 영화는 이 두 집단 사이를 왔다갔다 부지런히 오간다.

<제국의 역습>에서 그게 먹혔던 이유는, 1. 캐릭터들이 의도치 않게 찢어졌으며 2. 그러면서도 각자 당면한 목표가 다 다르면서도 명확했고 3. 이 잠깐의 이별을 통해 루크가 성장했음은 물론 동시에 함정인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그 함정에 빠뜨릴 수 밖에 없는 딜레마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걸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우선 에고 따라 칠렐레 팔렐레 가는데 팀 분배부터가 잘 못 됐다. 로켓이야 우주선 고쳐야 되니까 남고, 아버지 따라선 이해관계자인 아들이 따라가는 게 맞으니 스타로드가 떠나는 게 맞다. 허나 전투 능력이 전무하다 할 수 있는 그루트만 로켓 옆에 붙여두고, 사로잡은 우주 최악의 현상수배범을 묶어둔 채 그냥 떠나면 어쩌란 거냐. 최소한 드랙스는 남겨뒀어야지. 루크야 더 강해져야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데고바로 가서 지옥훈련한 거지만, 스타로드가 뭘했는데? 갑자기 찌질해져선 가모라랑 말 싸움이나 하고 있지를 않나, 에고랑 캐치볼을 하고 앉았지 않나. 뭔 짓거리야.

사실 멤버 관리를 떠나서 그 교차 편집이 재미가 없다. 따라나선 멤버들에게 자신의 정체와 출생의 비밀을 설명하는 에고의 모습에서 졸라 재미없는 과목의 졸라 설명 못하는 인강 강사가 떠올랐다. 게다가 매직 보드 같은 걸로 친절히 그림 설명까지 해주더라. 아-, 지루해. 여기에 로켓 & 그루트 & 욘두 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뻔한 선상 반란인데, 그걸 가지고 재미없고 반복적인 유머로 간신히 채우고 있다. 그루트 심부름 씬은 왜 이리 긴 거냐, 절반으로 줄였으면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답답이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거다. 이런 답없는 전개를 두 개씩이나 마트 1+1 행사 마냥 왔다갔다 하며 다 봐야하니까 중반이 졸라 지루하지. <제국의 역습>은 그랬어도 졸라 재밌었다고.

인물들도 손해를 많이 봤다.

스타 로드. 가장 큰 피해자. 전편에서의 댄스 배틀은 그 자체로도 재밌었고 무엇보다 캐릭터의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나서 좋았었다. 게다가 진지하고 무겁기만 하던 악당의 일장 연설을 그런 식으로 환기 시켜서 이야기 자체에도 큰 보탬이었다. 허나 2편에서의 팩맨은 그 정도가 못 된다. 그 자체로는 즉각적인 웃음을 불러 일으키지만 댄스 배틀만큼 액션이나 이야기에 착! 하고 붙진 않는다. 쓸데 없다. 1편에선 우주에서 가장 쿨한 얼간이 좀도둑이라 그 자체로 매력있었고 무엇보다 기존의 영웅 이미지에서 좀 엇나간 게 좋았었는데, 이 영화에선 수퍼히어로 무비의 주인공이라면 필견 거쳐야할 통과의례인 정체성 고민을 하고 있더라. 이걸 지금 다른 놈도 아니고 피터 퀼이 해야하는 고민이냐고. 심지어 출생의 비밀! 하지만 에고가 엄마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미친듯이 총을 갈겨대는 모습은 멋졌다. 엄마와 얼마나 가까웠는지도 느껴졌고, 무엇보다 이 캐릭터의 단호한 정의감이 좋았음.

로켓은 그냥 미친 분노조절장애자가 됐다. 1편에서도 그런 느낌였지만, 그래도 특유의 시니컬함이나 우정 따위를 믿는 순수함이 곁들여져 있었다고. 근데 여기서는 쓸데없이 배터리 훔쳐서 친구들을 쫓기게 만들고 우주선도 결국 반파된다. 그러면서 끝까지 지 고집은 안 꺾어. 민폐스럽다보니 정이 덜 간다. 욘두랑 하는 속마음 배틀엔 그저 어이만 없을 뿐.

가모라는 네뷸라와의 자매 관계가 강조되면서 전편보다야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액션은 불만이다. 우주 최강 암살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으면서 어째 싸우는 데는 영 소질이 없어 뵌다. 그리고 그건 네뷸라도 마찬가지. 네뷸라는 갑자기 애정결핍 찡찡이로 등극. 언니의 사랑이 고팠다니 그러면서 그렇게 바득바득 죽이려들어?

드랙스. 스타 로드는 캐릭터성을 펼칠 무대가 좁아 피해를 본 반면, 드랙스는 캐릭터성 자체가 바뀌었다. 듣기싫은 직장상사 유머 하고 있더라. 시도때도없이 외모관련 드립을 치는 캐릭터가 됐다. 나도 안다. 1편에서도 드랙스는 개그를 쳤었다는 걸. 하지만 2편은 너무 과하다. 그리고 1편의 드랙스는 그 바보스러움 저변에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과 노여움이 묻어 있어 뭔가 좀 더 순정마초스러웠었는데 이번 영화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용. 재고의 여지없이 최악이였다.

그루트는 아직 어린 모습으로 나오는데, 어린 아이마냥 충분히 귀여운 반면 잘 사용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다. 결정적으로 하는 게 없다. 1편에선 후반부 감동의 주인공이었는데 이 영화에선 그냥 관상용 다육식물 같은 포지션에 그친다. 어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공주 옆 애완동물이 된 느낌이다. 라푼젤 옆의 카멜레온이나 엘사 옆의 순록처럼. 이게 마블이 디즈니로 들어간 영향이라면 할 말 없다.

욘두는 멋지다. 허나 주인공과 유사 부자 관계랍시고 억지 감동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분개한다. 비교적 아직 이 인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벌써 죽음.

멘티스. 왜 나왔나 싶은 인물. 앞으로 신규 캐릭터 넣을 거면 제대로 소개해줄만한 건덕지를 먼저 만들고 선보이기를 바란다. 그냥 던져놓지 말고.

대망의 에고. 악당으로서의 목표나 원대한 계획 따위는 뻔할 뻔한 자이지만, 그래도 캐릭터성 만큼은 흥미롭다. 그게 나쁜 짓이란 걸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순수한 악행이라 좋았다. 게다가 진짜 행성으로 나와서 더 좋음. 근데 그게 커트 러셀이라 더할나위없이 좋음. 원래는 비고 몬텐슨이나 게리 올드만, 리암 니슨 등을 고려했다고 하던데 커트 러셀이라 다행이다. 크리스 프랫이랑도 잘 어울리고. 더 순수해 보임. 대신 리암 니슨이였더라면 배우 개그가 폭발했을텐데.

여전히 흥겹고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래서 더 아쉽다. 탈 수퍼히어로, 탈 마블 영화라 좋았던 영화가 마블의 장점이자 단점인 평준화 시스템 안에 제대로 갇혀서 갖고 있던 장점들을 모두 씻겨내버린 모양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화불량. 플롯도, 캐릭터도, 개그도, 심지어는 카메오도. 1편 맨날 물고 빨면서 이대로만 진행되면 지금의 어린 세대들에게 새로운 <스타워즈>가 되줄 거라 기대했었는데 일단은 3편까지 봐야할 듯.

뱀발1 - 핫셀호프는 왜 나왔냐. 대사로만 언급되는게 더 촌철살인이였을텐데.

뱀발2 - 우아투 나옴. 초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나옴. 코르그도 나옴. 그리고 원 어보브 올 스탠리 나옴.

뱀발3 - 스타로드 할아버지 잠깐 나오던데. 졸지에 사위와 딸과 손자를 다 잃어 걱정했었는데 나름 잘 살고 계신가봄?

뱀발4 - 사춘기 그루트 유머는 좋았다. 그래. 그런 유머가 필요하다고, 개그가 아니라.

뱀발5 - 아참, 어썸 믹스의 파괴력도 전편이 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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