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1 19:15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극장전 (신작)

인터뷰에서 두 인물의 관계가 요즘 유행하는 브로맨스에 가깝냐는 질문에, 그것보다는 좀 더 깊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는 설경구의 답변을 들었다. 약쟁이 양아치 치고는 지나치게 할리우드 마피아스러운 설경구의 '재호'는, 얼굴 멍도 예쁘게 드는 '현수'를 어쩌면 정말로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우정 말고 사랑말야, 사랑. 


열려라, 스포 천국!


<무간도> 이야기는 염전에서 소금 찾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냥 그것보다는 최근작이자 같은 한국 영화인 <신세계> 이야기만 하기로 한다. 어차피 이런 장르는 다 우라까이로 살아가는 거임.

<신세계>에서의 '정청'과 '자성' 사이 찐한 우정과 서로를 위한 희생이 납득 되었던 이유는 정확하게 세월이 명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자막으로 연도도 뜨고, 그걸 떠나서 길바닥 양아치 시절부터 둘이 함께 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다가 끝내는 굴지의 한국 깡패집단 간부가 되니까. 영화로 굳이 다 보여주지 않아도 둘이 함께 했을 세월들이 자연스레 체감 되었었다. 물론 여수 시절을 다루는 에필로그도 거기에 한 몫했고. 어쨌거나 정청과 자성 사이의 의리는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는 이야기.

다만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의 재호와 현수 사이 그것은 한 방에 납득하기 힘들었다. 나이 차이도 꽤 날 뿐더러, 이 둘은 생각보다 만난지 얼마 안 되었다. 심지어 자막으로 계속 강조까지 해주지 않냐. 기껏해야 첫 만남부터 마지막에 그렇게 되기까지 몇 년 밖에 안 되었는데 그리 쉽사리 믿고 서로에게 감기다니. 특히 재호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언더커버 경찰임을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품으려 했던 이유가 단지 특유의 그 돌아이스러움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멍청한 거다. 근데, 정말, 이상한 게.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웠던 그것이, 후에는 온전히 이해 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끝내 납득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찾기는 너무 어려웠단 말이지. 그러던 와중에 인터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탁 쳤다. 아! 어쩌면 그것은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렇다, <불한당>은 느와르의 외피를 씌운 퀴어 영화라는 게 결론이다.

영화 자체는 비슷한 장르 짬뽕에 우라까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장르적인 활력이 있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드라마 잘 못 보는 체질이라 <미생>은 유명세로만 알고 있었지 정작 단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임시완 연기 잘하더라. 근데 연기를 떠나서 사실 그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느와르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여리여리하고 하얀 이미지인데 왜 굳이 캐스팅했을까, 를 생각 해본다면 답이 나온다. 설경구가 챡 하고 감고 싶게 생겼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다 큰 사나이가 봐도, 지켜주고 싶게 생겼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좋은 선택이다. 설경구 연기야, 이빨 빠진 호랑이긴 한데 그래도 호랑이인게 어디인가. 요즘 세상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촬영과 조명이 인상적이지만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기로 한다. 어차피 눈으로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니. 어쨌거나 저쨌거나 여러모로 우라까이 삼선 짬뽕 같은 영화지만, 그럼에도 장르적인 활력과 테크닉이 좋았던 영화. 결국 사랑하는 사람 손으로 최후를 맞이한 재호는 불한당으로 남아 지옥 언저리에 안착했을까. 생각만해도 존나 씁쓸하다.

뱀발1 - 부제는 빼버리고 그냥 <불한당>으로 개봉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음.
뱀발2 - 김희원 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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