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7 20:38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극장전 (신작)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 같은 주인공이 없음을 절실히 통감했던 4편의 교훈을 말미암아, 각설이 마냥 죽지도 않고 또 돌아온 해적 영화. 이번에는 무려 아들과 딸 특집이다.


열려라, 스포 천국!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 같은 주인공이 필요하댔지, 아예 그 커플의 친아들을 데려올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졸지에 터너 가문은 삼대가 잭 스패로우에게 휘말려 인생 종치는 신세가 되었네. 잭 스패로우 두둔하다가 바닷물에 빠져 데비 존스에게 영혼까지 팔았던 할아버지 빌 터너, 사랑하는 여자 구하려고 잭 스패로우와 인생줄 꼬았다가 저주받아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고 평생을 유령으로 살게 된 아버지 윌 터너,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받들어 아버지 저주 푼답시고 잭 스패로우를 직접(!) 찾아가 갖은 고생을 다 하게 되는 아들 헨리 터너. 참으로 박복한 사실 잭복한 집안이렷다.

솔직히 이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아들 이야기 좀 그만 보고 싶다. 최근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도 그러더니만 이 영화도 심사숙고한답시고 가져온 게 결국 아들이라니.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의 출생 비밀 모르고 설치다가 우연히 아버지와 엮이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근데 그 이야기가 다른 곳에서 터질 줄이야. 새로 등장한 캐릭터인 '카리나'가 바르보사의 숨겨진 딸이라는 설정에 말그대로 한숨을 쉬었다. 영화 중반부에 그 장면 나오자마자 답 딱 나오더라. 이번 영화 후반부에서 바르보사 죽겠구나. 

이것이야말로 캐릭터 재고정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럴 거면 애초에 2편 말미에서 살리질 말았어야지, 완성된 복수의 도구로써 죽어 멋있었던 캐릭터를 굳이 지옥으로부터 살려오더니 결국 이런 괴상한 결말에까지 이른다. 딸을 위해 희생한 바르보사. 아, 위대하기도 하여라.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 <클래식> 이후 느껴본, 실로 엄청난 우연의 힘이다. 세상 모든 힘을 끌어모아 만든 우연인 것 같다. 아니, 그 넓은 캐리비안에서 서로 모르고 지냈던 아버지와 딸이 한 배에서 만날 확률이 대체 얼마나 되냐. 내가 이래서 프리퀄이나 과거 설정을 시퀄에서 갑자기 만드는 걸 안 좋아해. 갑자기 누더기 변명 더미가 되버리잖아. 이전 시리즈 영화들에서 바르보사가 딸 이야기나 과거 아내 이야기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내가 이러지는 않았겠다.

잭 스패로우는 캐릭터가 변했다. 초랭이 방정인 건 여전하지만, 지나치게 개그에 몰두하는 캐릭터가 됐다. 그냥 개그맨. 잭 스패로우가 결정적으로 하는 게 없고 들러리에 그친다는 것 역시 문제. 기존 3에서도 메인 캐릭터는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이었으나, 그가 맥없이 들러리만 서는 인물은 또 아니었다. 언제나 갈등과 배신의 중심엔 그가 있었으며, 또 모든 인물들을 사방팔방 종횡무진 엮어대는 것도 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리즈 내내 항상 결정적인 액션을 선보였었다. 1편에서 그는 아즈텍 저주를 스스로에게 자발적으로 걸어 바르보사를 죽이는데 성공했고, 2편에선 총알 한 방으로 크라켄의 몸에 불을 질렀다. 3편에서도 예상치 못한 투표로 엘리자베스를 해적왕의 자리에 올려놓는가 하면, 결정적일 때 데비 존스를 죽였지 않은가. 4편에서의 청춘의 샘 야바위 장난질도 그렇고.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하는 것이라곤 개그 밖에 없다. 맹목적으로 개그에 올인하는 캐릭터. 대체 스패로우가 한 게 뭐가 있나. 배 두 척 사이에 껴서 좀 까분거? 그런 거 말고 결정적인 거 말야. 정작 후반부 포세이돈의 삼지창 액션 장면에서는 헨리와 카리나에게 다 맡기고 도망다니기 바쁘더라.

살라자르는 캐릭터가 아쉽다. 설명이 별로 없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래서, 그 삼각지 동네에서 물에 빠져 죽으면 다 귀신이 되는 설정인 건가. 대체 왜 귀신으로 이승에 남아있게 된 거냐고. 스패로우의 나침반과 살라자르 일당 사이의 저주에 대해선 일말의 설명조차 없다. 그냥 나침반을 다른 사람한테 넘기면 저주가 풀리는 건가. 아니, 그보다 나침반은 대체 술집에서 왜 물물교환한 거냐. 잭 스패로우 이 교활한 양반 같으니라고. 어쨌거나 하비에르 바르뎀 씩이나 캐스팅해놓고 이런 식으로 밖에 풀지 못했다니 한숨이 절로 나올 수 밖에. 

데비 존스 떡밥은 유일하게 속편을 기대케하는 부분인 것이 사실이나, 더 솔직하게 말하면 사실 그보다는 걱정이 더 크다. 이미 완결성을 가진 악당을 굳이 다시 살려내려는 이유는 뭐냐? 포세이돈의 삼지창으로 인해 모든 저주가 사라졌다고 해서 이미 죽은 사람까지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이번에 또 살아돌아오면 이 시리즈는 죽이는 족족 되살려서 등장시키는 영화가 된다. 바르보사도, 스패로우도 한 번씩 죽음에서 살아돌아왔다. 그렇담 바르보사도 한 번 더 살려보시지?

뱀발1 -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은 이럴 거면 안 나오는 게 나았다. 
뱀발2 - 시리즈 내내 전통적으로 고수해왔던 촬영 스타일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그게 별로 안 먹혔다.
뱀발3 - 중간에 나온 대머리 마녀 캐릭터는 중간에 증발했다. 얜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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