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1 23:15

원더우먼 다가온 영화들

드디어 등장하신 DC의 구원투수, 수퍼히어로 계의 윤여정 김수미. 남의 영화 마실 나갔다가 뭇 관객들 시선을 싸그리 다 훔쳐갔던 여인네의 등장.


열려라, 스포천국!


기대보단 걱정이 더 컸었는데 그래도 일단 이 정도면 다행이다. 전반적으로 평작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나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하겠다. 심지어는 지금까지 이 우주의 왕초로 군림했던 <맨 오브 스틸>보다도 더 낫다. <맨 오브 스틸>은 비주얼 때깔 하나는 끝내줬었지만 드라마 전개는 지지부진하고 액션 전개는 시종일관 강강강이라 전체적인 리듬감이 엉망이었는데 <원더우먼>은 다르다. 물론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갈 즈음의 리듬이 괴상한 건 있다. 다이애나가 데미스키라에서 영국으로 넘어온 지점의 흐름은 조금 늘어지고, 무인지대 전투에서 루덴도르프 파티 장면으로 넘어가는 흐름은 어이없을 정도로 설렁설렁이라 당황스럽다. 허나 <맨 오브 스틸>만큼은 아니니 그것으로 됐다. 그 부분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리듬감이 돋보이는 영화.

다 떠나서 딱 떠오르는 장면은 세 장면 정도가 된다. 1, 데미스키라 해변에서의 전투. 아마존들의 신체적 우월함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필멸자임을 단박에 보여주는 부분들이 좋다. 특히 절벽에서 화살 동아줄 타고 다이빙하는 장면은 간지 폭풍. 그리고 여성들의 손에 아작나는 남성들의 모습에서 묘한 쾌감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 솔직히 이런 장면들 여타의 영화들에선 보기 힘들잖아. 이렇게 강하고 강하고 강하기만 한 여성들이라니. 아름다움이라든지, 섹시함이라든지 하는 여성 특유의 매력을 전면 배제한 점이 돋보인다. 역시, <몬스터>에서 샤를리즈 테론 그 모양으로 만들었던 감독 아니랄까봐.

2, 무인지대 전투. 사실상 원더우먼의 가장 좋은 액션 장면인데, 그녀의 애민정신이 엿보이면서도 특유의 파워 묘사가 훌륭하다. 사실 이 부분도 잭 스나이더 특유의 고속 촬영 슬로우 모션이 주가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쓸데없는 부분에서 무작정 써제꼈던 잭 스나이더 보다는 연출이 뛰어나다. 검과 방패, 채찍을 쓰는 구 시대적 모습을 이런 연출로 커버하다니 경탄이 나올 따름이었다. 다른 동네의 비슷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에서는 이 정도로 기억에 남는 액션 연출이 있었던가. 다이애나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무인지대에서 뛰는 부분부터 교회 초전박살 내는 부분까지는 그야말로 버릴 것이 없었다.

3, 스티브 트레버의 유언. 이 부분이야말로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와 제대로 겹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텐데, 독일군이 띄운 전투기에 올라타 사망하는 엔딩이라니. 게다가 남자 주인공 이름이 스티브.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허나 이런 뻔한 설정보다도, 스티브가 전투기에 오르기 전 다이애나와 나눈 대화의 연출이 좋다. 다이애나가 기억해내려 애쓰는 설정이 좋고, 무엇보다 크리스 파인의 연기와 매력이 폭발한다. 여성 수퍼히어로 영화를 만들랬더니 주인공보다도 히로인이 된 남성 캐릭터를 더 멋지게 만들어놨어. 크리스 파인이 이 정도로 설정을 잡아놓고 퇴장했기 때문에, 향후 다이애나가 사랑을 중시하는 원더우먼으로서 변모하는 묘사가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허나 아쉬운 것도 역시 만만치 않은데, 우선 데미스키라만의 개성이 별로 없다. 물론 옆 동네의 아스가르드도 그렇긴 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거지. 이 영화에서만큼은 데미스키라를 좀 매력적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했었거든. 그냥 여인네들 잔뜩 사는 섬동네에 불과한 느낌으로 끝나 별로더라. 둘째로는 메인 빌런. 예상했던대로 아레스를 등판 시켰던데, 오리진 스토리에서 다룰만한 악당이었단 것에는 동의한다. 어쨌거나 다이애나의 출생 비밀과 직간접적으로 깊은 연관이 있는 빌런이니까. 그리고 그 아레스를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데이빗 듈리스가 연기한 것까지도 사실 별 불만이 없다. 전쟁이라는 게 꼭 우락부락 마초스러운 느낌으로 묘사되는 것 역시 질리니까. 오히려 부드럽고 인자해 보이는 남자가 전쟁의 신이라는 설정이 더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레스와 원더우먼의 최종 전투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답습 하고야 만다. 두 초월자가 싸우는데 생각보다 파워풀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레스가 갑옷 갖춰 입고 원더우먼과 일기토 벌이는 순간부터는 그냥 전형적으로 흘러간다. 어차피 나중에 아레스 분명 돌아올텐데, 갑옷 입은 모습까지는 아껴두는 것이 어땠을까. 제우스와의 마지막 결전에서 아직까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설정으로다가 해서 아레스를 마법캐로만 썼더라면 향후에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좋았을텐데. 설득력도 짱이잖아, 아직 초짜인 다이애나가 이겼다고 하기엔 어쨌든 전쟁의 신일테니까. 약했을 때 싸워 이겼다는 설정이 더 맞지 않겠나. 이런 설득력 만드는 건 크리스토퍼 놀란이 짱인데. 아, 님은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건 편집과 특수효과. 중간 중간에 편집 진짜 이상하던데. 콕 집어 말하자면 후반부 루덴도르프를 죽이고 아레스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다이애나가 갓킬러 검을 다시 가져오는 부분. 별다른 부가 설정 없이 저대로 퉁칠 거였으면 그냥 빼버리지 뭣하러 넣었냐. 괜히 편집점만 이상해지고. 그리고 다이애나가 아레스 잔소리 듣고 독일군들 때려잡는 부분의 특수효과와 연출은 손에 꼽힐 정도로 오그라드는 괴상한 장면.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결말 쇼트까지. 아, 그렇게 꼭 이상한 포즈로 영화를 끝내야 했냐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쉬운 부분 역시 만만치 않지만, 그동안 DC에게 맞아온 뒷통수들에 비하면 이 정도로 우선은 만족이다. 물론 평작 수준 정도 되는 영화가 이 프랜차이즈 최고작이란 사실은 조금 슬프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질 거란 희망이 생기는 영화였으니 그걸로 됐어. 역시 DC는 여성들이 살리는 구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비로소 여성이 이끌고, 멋지게 남성이 밀어주는 영화. 그래서인지 원더우먼 보다도 스티브 트레버가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뱀발1 - 어째 대니 휴스턴은 영화 캐스팅 디렉터들에게 뒷꿍꿍이 있는 악당 군인으로 낙인 찍힌 모양. 울버린 만들 때부터 알아봤어. 근데 가만 보니 <기묘한 이야기>의 호퍼 서장 닮은 것 같기도?
뱀발2 - IMDB 검색해보니 패티 잰킨스 감독이 여성 감독으로선 최초로 제작비 1억불을 넘기는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캐서린 비글로우나 소피아 코폴라 같은 기라성 같은 여류 감독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동안 여성들에게 얼마나 기회가 없었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영화.

핑백

  • DID U MISS ME ? : 2017년 대문짝 2017-06-01 23:16:26 #

    ... 주요 타겟 스트레인저 띵즈 / 울버린 쓰리 / 해골섬 순정마초 / 괴수의 왕 / 루머X3 / 은하수호대 2권 / 제노모프 /해적왕 민폐왕 / 아마존 여전사 / 이집트의 톰 아저씨 / 봉준호 돼지 /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 놀란 철수 대작전 /원숭이올시다 3 / 닉 퓨리 + 데드풀 / 영국 양복남 / 204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