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5 16:50

[PS3 탐방] 아캄 어사일럼 이 구역의 노답 게이머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게임. PS3로 많은 게임들을 돌린 편은 아니었지만, 가장 만족하면서 플레이 했던 게임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배트맨 게임이라는 점이 좋았고, 그러면서도 단순 잠입 게임에 배트맨 스킨만 씌운 듯한 느낌이 아니라 캐릭터의 외적 내적 특징들을 모두 구현해 때려박은 그 게임성이 좋았다. 다만 끝판까지 한 번 다 깨고 나면 이후 플레이할 컨텐츠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큰 단점. 한 번 깨고 까먹고 있다가 몇 년 뒤에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분위기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은데, 일단 분위기가 진짜진짜진짜로 먹어준다. 원래 간이 콩알만한 우주 최강 겁쟁이인지라 웬만한 호러 영화나 게임 잘 안하다가 그저 배트맨 게임이라는 말만 듣고 샀는데 하면서 반쯤은 후회했다. 물론 게임 자체야 정말 잘 빠졌지만, 진짜 무서웠거든. 격투술의 달인 배트맨이면 뭐해, 플레이하는 내가 쫄보인데.

어쨌거나 아캄 어사일럼이라는 공간적인 요소를 이렇게 잘 다뤘던 배트맨 매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캄 어사일럼이 훌륭하게 구현되었다. 하나의 거대한 유령의 집 같은 느낌인데, 심지어 그냥 놀이동산에 잠자코 세워둔 어트랙션이 아니라 진짜 고담 만물 또라이들이 다 징집되어 있다는 게 더 무섭다. 음악이나 음향효과로도 공포감을 꽤 잘 조성하고 있는데, 플레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밖에 없을 특유의 피아노 소리는 들릴 때마다 무서워서 볼륨 줄이고 했을 정도로 소름 돋았다. 거짓말 안 하고 진짜 플레이 타임의 절반 이상을 디텍티브 모드로 했던 것 같네. 디텍티브 모드 아니면 화면이 너무 어둡잖앙.
사랑이었다 사랑이었다
뱃시와 조커 사이의 애증 관계를 잘 묘사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최후반부 끝판왕 보스로 조커가 등판하며 타이탄화 되는 것은 캐릭터 특유의 멋과 맛을 잃는 데에 일조했지만 그래도 그 부분을 제외하면 가장 잘 맞는 배트맨의 콤비는 역시 조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성이 좋다. 사건의 발단이 되고 흑막으로까지 군림 한다는 점과 악당들을 규합해 로테이션으로 번갈아 배트맨을 조지는 모습을 보면, 조커가 저지른 사고 중 가장 뻔하면서도 가장 재밌었던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틀니 장난감 덕분에 레벨업 잘했다.
제일 무서웠던 보스 전은 역시 킬러 크록 전. 킬러 크록 수감실의 환경을 보며 뭐 이리 쓸데없을 정도로 잘 정비해서 가둬주지 싶긴 했지만 천조국의 범죄자 인권 보호 하여튼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니까. 사실 공략으로만야 따지면 손에 꼽을만큼 허접한 보스 전이지만 졸라 무서운 걸 어떡해.
무서웠던 보스 전 말고, 가장 창의적이었던 보스 전으로 따지면 역시 허수아비 아닐까 싶다. 전반적으로 현실적인 작품의 톤에 갑자기 판타지를 끌고 들어오니 게임 환경 자체가 다채롭게 느껴진다. 허수아비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스파이더맨 게임이였다면 미스테리오가 나왔겠지
허수아비 보스 전이 훌륭한 건, 공포 가스로 인해 환각 상태로 돌입하는 과정이 정말 순식간이라는 점이다. 물론 눈치 빠른 게이머들이라면 더치 앵글이나 색감의 변화로 쉽게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그럼에도 훌륭하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갑자기 화면 전환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라데이션 넣듯 조금씩 조금씩 화면이 바뀌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런 것들이 영화에서도 가능하다면 좋을텐데, 주인공을 보는 것과 조종하는 것의 차이가 영화와 게임 사이에 있는 한 그것은 조금 힘들겠지. 어쨌거나 브루스 웨인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스테이지 디벨럽이 좋다.
누가 말했지, DC는 악당들이 먹여살리는 거라고. 수많은 DC 캐릭터들 중에서도 빌런 로스터가 가장 풍부하고 다채로운 배트맨 답게, 이번 게임에서도 꽤 많은 빌런들이 참전한다. 빌런 쉐어하우스가 배경인데 당연하지 조커부터 시작해서 할리 퀸, 포이즌 아이비, 베인, 킬러 크록, 허수아비, 빅터 자즈 등... 빌런들도 각자마다 보스 전 디자인이 다른데, 재밌는 건 플레이어 사망 씬에서 상대하고 있던 빌런들이 나와 플레이어를 한껏 조롱해준다는 것. 여러번 죽으며 그 꼴을 보고 있으면 빌런들로부터 돌림빵 당하는 배트맨의 처지가 이해된다
대신 리들러는 극혐...
액션과 잠입의 요소도 훌륭하다. 적군 AI가 한정적이라 익숙해지면 공략 범위가 다 보인다는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 AI들이 다 그러니까 별 흠은 안 될 거고... 어쨌거나 프리 플로우라고 해서 조작키를 단순화 시키면서도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는 점이 멋지다. 게임의 '게'자도 잘 모르는 나의 친구들도 격투 플레이에 있어서는 쉬이 능해지더라. 잠입은 조금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오랜만에 아주 멋진 타이틀이었다. 2009년 발매였으니 첫 플레이도 벌써 7~8년 전이네. 이 타이틀의 성공으로 락스테디는 스핀오프까지 총 세 작품을 더 뽑아내게 된다. 덕분에 배트맨도 줄창 고생하게 되고.... 뒤로 이어지는 작품들도 꽤 근사 했지만, 분위기만큼은 이 첫 작품을 이길 만한 게 없었다고 본다. 

핑백

  • DID U MISS ME ? : [PS4 탐방] 스파이더맨 2018-10-17 20:20:58 #

    ... 라쳇과 크랭크>도 게임성은 장난 아니긴 했지만. 일단 그래픽에 대해서는 말해봐야 시간 낭비일 것 같고, 게임성에 대해서 바로 이야기하자면. 누가 뭐라해도 <아캄> 시리즈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인 격투는 그 게임 속 배트맨의 프리 플로우 전투와 그 궤가 같고, 천장 쪽에 숨어 사태 파악 안 된 적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