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8 17:30

원더우먼 허스토리 독후감


가히 미친듯한 고증. 읽기 전엔 수퍼 히어로 캐릭터의 탄생기를 단순하고 키치하게 옮긴 그저그런 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정신이 데미스키라를 넘어 안드로메다로 넘어갈 지경의 정보량과 그게 상응하는 두께를 갖고 있는 무시무시한 책이었다. 

읽다보면 정말 쓸데없이 자세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에 관련된 수십 여명의 일대기가 중구난방으로 나열 되다가 읽을수록 촘촘히 엮어지는데, 그 화술이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지나치게 자세 하다는 생각이 들어 읽는 도중 '이러다 원더우먼 원작자의 사돈의 팔촌 이야기까지 나오겠구먼'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덕에 원더우먼이란 캐릭터가 단순히 여성 운동이 활발하던 시대의 분위기를 밑천 삼아 만들어진 캐릭터일 뿐만 아니라, 그 뒤에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 한 명 한 명의 공과 그들의 취향 엑기스가 적절히 콜라보 된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좋다. 

원더우먼의 원작자라고 말할 수 있을 '윌리엄 몰턴 마스턴'의 일대기가 책의 메인인데, 원더우먼 원작 코믹북 속 '결박'의 이미지가 이 남자로부터 비롯된 것이란 설명이 대단히 흥미롭다. 이번 실사 영화에서도 다이애나가 결박 당하는 장면이 나왔었나. 클라이막스 하데스와의 전투에서 탱크 무한궤도에 잠깐 결박된 적이 있는 것 같긴한데. 어쨌거나 일종의 성 도착까지도 옹호 아닌 옹호를 했던 남자가 원더우먼의 원작자라니, 거짓말 탐지기 발명가 타이틀 보다 더 재미있다. 

리버럴한 남자와 여자들에게서 나온 원더우먼이라는 신 여성 수퍼 히어로. 원작자 남성은 그의 뮤즈라 할 수 있을 두 여성과 동거 했고, 그 사이에서 네 명의 자녀를 낳았다. 중간중간 바람도 피웠고, 당시의 최신 발명품이던 영화에 관심을 가져 그 쪽 업계에서도 꽤 일 했었고, 아이들의 건전한 정신을 유린한다는 불명예를 앓았던 당시의 만화업계에서도 창작을 했다. 아, 어쩐지. 40년대에 나온 수퍼 히어로 치고는 성별로 보나 무기로 보나 특이하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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