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1 12:34

스파이더맨 홈커밍 극장전 (신작)


아쉬운 부분이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이 정도라면 집 떠났던 풍운아가 성장해 잘 돌아온 셈이다. 


열려라, 스 포 천 국 !


MCU 내에서 특히 빼어난 축에 속했던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정도에는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좋은 영화인 건 맞다. 빼어나지 않을 뿐. 어쨌거나 이번 영화도 워낙 재밌게 잘 본 편이라, 아쉬웠던 부분 먼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무엇보다 스파이더맨의 탄생기를 아예 배제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걸린다. 물론 그 결정이 이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샘 레이미와 마크 웹의 시리즈들을 거쳐오면서, 스파이더맨은 다른 수퍼히어로들에 비해 유난히 오리진 소개에 후했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탄생기를 목도한 게 우리로서는 15년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러고 보니 이번 영화에서도 탄생기를 다루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기시감으로나 꽤나 부담이였을 거다. 허나, MCU에 새롭게 합류한 스파이더맨인만큼, 언젠가는 꼭 해야할 이야기라고 보는데 아예 무시하고 쭉 갈건지 싶어서 조금 불안하다. 벤 삼촌의 죽음은 그렇다쳐도 최소한 그 수퍼 파워는 어디서 얻었는지 설명 해야할 것 아니냐.

마천루가 없으면 땅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오래된 농담을 갖다 쓴 건 좋은데, 그렇다고 해서 영화 내내 시원한 웹스윙이 없다는 점은 안타깝다. 어쨌든 스파이더맨 나오는 영화는 웹스윙 보러 가는 것 아니겠나. 물론 이것 역시도 이해는 된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캐릭터고, 영화의 주제 자체가 '성장'이라는 점을 볼 때 아직 '피터 파커'는 뉴욕 마천루 사이를 활강하며 돌아다닐 레벨은 아닌 것이다. 당장 지 스스로도 워싱턴 기념탑 위에 올라가 '이렇게 높은 곳은 처음 올라와본다'라며 부들부들 떨겠는가. 하지만 어떡해, 웹스윙 보고 싶었단 말야.

마지막으로 아쉬운 건, 이미 욕을 많이 먹고 있는 수트 아이디어다. '캐런'이라는 AI와 대화를 나눈다던지, 리부트 이전 시리즈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수트 자체의 매력을 강화했다던지 하는 부분 역시도 이해가 되고 어느 정도 재미있는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이것들은 전부 '토니 스타크'의 매력이지 피터 파커의 매력은 아니다. 스파이더 센스가 괜히 있겠나.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욕을 많이 먹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의 주제가 성장이니, 후속작에서는 AI 떼고 스스로의 힘만으로 싸우는 스파이더맨이 분명 나올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조금 숙고할 여지가.

이제부터는 좋은 점.

톰 홀랜드가 좋다. 토비 멕과이어가 (좋긴 했지만) 너무 많이 우울했고, 앤드류 가필드 역시 비극의 주인공이었다면, 톰 홀랜드는 깔끔하게 발랄한 스파이더맨의 등장을 알린다. 여성 관객들이 아기 거미라며 좋아하는 게 그 반증. 생김새도 귀염상이고 몸도 좋다. 덤블링을 비롯한 기계 체조에도 재능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연기력이 좋다. <더 임파서블> 때도 인상적이였는데 잘 컸더라. 그야말로 문무를 겸비한 스파이더맨 준비생.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마이클 키튼의 '벌쳐'다. 벌쳐는 리부트 이전 기존 시리즈들의 빌런들에 비해서도 꿀리지 않는다. 일회성 빌런으로 항상 욕먹던 MCU 내에서도 손에 꼽게 좋은 편이다. 그러고보니 페이즈 3 들어온 이후로 MCU 빌런들의 위상이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네. '지모'도 그렇고 '이고'도 그렇고. 소시민 악당이라는 점도 멋지거니와, 무엇보다 원작 코믹스의 그 개떡 같은 디자인을 이렇게 일신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 대머리 노인네의 두상도 바이저 헬멧으로 교체하고, 꿩이나 비둘기 같던 날개도 '팔콘'의 날개에 비하면 거의 악마 수준의 실루엣을 자랑하는 날개로 탈바꿈. 캬-, 이거 디자인 누가 했냐. 

캐릭터성이나 디자인 뿐만 아니라 날짐승 전문 배우 마이클 키튼의 연기도 훌륭한데, 그야말로 관객들을 가지고 논다. '리즈' 집에서 그 남자의 얼굴이 나올 땐 정말 속으로 헙! 했다. 말그대로 지상 최강의 장인어른. 그건 리암니슨 아니야? 그리고 그 장면에서 이어지는 자동차 내부 장면은 그야말로 마이클 키튼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겠다.

토니 스타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역시나 이번 편 빌런도 토니 스타크 때문에 탄생한 기구한 사연이. 이쯤 되면 제작진도 작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MCU의 빌런 메이커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고 계시는 토니 스타크 옹.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고 할 정도. <아이언맨> 빼고는 공인된 망작 2편과 3편은 내 스타일이 아니였고,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도 아이언맨의 분량이 가장 크길래 '이 정도라면 단독 영화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오히려 이번 영화 보고 4편 보고 싶더라. 오래간만에 수트의 맛도 좀 봤던 것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 <시빌 워> 이후 토니의 모습을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인데, 스티브에 대한 감정 정리가 어느 정도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 사이에 토니도 많이 성장했구나... 하고. 심지어 '페퍼 포츠'도 이번 영화로 복귀했어, 이 정도면 그냥 토니 스타크 후일담.

어쨌거나 저쨌거나 잘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차기작에선 나아질 거라 믿고. 하-, 이렇게 해서 스파이더맨까지 함께 도열한 모습을 내년 여름에 볼 수 있겠구나. 내년 여름이다, 벌써!


뱀발 1 - 쇼커 나와서 좋다. 스파이더맨 관련 게임 해본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스테이지 1의 튜토리얼용 빌런. 이번 영화에서도 역할은 비슷.
뱀발 2 - <시빌 워> 때의 마리사 토메이 관객 반응을 제작진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면 거의 놀려먹는 수준. 그나저나 진짜 메이 숙모의 시간은 거꾸로 가시네...
뱀발 3 - 쿠키 영상에서 맥 가간 나온다. 스콜피온 떡밥일텐데, 진짜 얘네들 시니스터 식스라도 만드려고 하는 건가.
뱀발 4 - 케네스 최 다시 캐스팅 했길래 이게 뭔 뜬금없는 의리 캐스팅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퍼스트 어벤져>의 그 남자 손자였엌ㅋㅋㅋ 어휴, 떡밥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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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17/07/11 19:08 # 답글

    새 방패까지 조달해주고 있었죠.
  • CINEKOON 2017/07/16 21:12 #

    다음 작품에서 선물로 건네주게 되겠군요.
  • 잠본이 2017/07/16 23:53 # 답글

    벌처를 저렇게 깔쌈하게 리뉴얼했으니 가간이 스콜피온 되는건 또 얼마나 기발하게 할것인가 기대되더군요.
  • CINEKOON 2017/07/17 00:04 #

    원작의 벌처 모습에 비하면 스콜피온의 모습은 그나마 양반입니다만... 그래도 그대로 실사 영화에 출연할 순 없을테니 뭔가 또 현대적으로 깔쌈하게 리뉴얼 잘 해서 나올 것 같습니다. 마이클 키튼의 벌처는 날개가 강조된 디자인이였는데, 스콜피온은 역시 꼬리가 강조되는 디자인이겠죠? 닥터 옥토퍼스는 기계 팔 네 개가 또 있을 거고... 가만, 생각해보니 이거 그냥 한 사람한테 몰빵하면 안 되는 겁니까? 툼스든 가간이든 오토든 그냥 한 사람한테 날개 주고 꼬리 주고 팔 네 개 주면 훨씬 더 먼치킨이 될 것 같은데... 아 그렇게 되면 형평성에 어긋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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