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0 23:35

덩케르크 극장전 (신작)


한국에서의 홍보도 그랬고, 감독의 인터뷰 발언도 그랬고, 무엇보다 실제 역사도 그랬던 것처럼. 전쟁 영화 보다는 재난 영화에 더 가까운 작품.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놀란 영화답게 전체적으로 건조한 작품.


영화 안 본 분들은 철수 하셔야 하는 스포 고지선!


오프닝을 보고 있노라면 놀란이 기어코 무성 영화를 찍고야 말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들의 대사나 상황 설명 따위가 없다. 물론 상황 설명은 자막으로 해주지만, 그 자막 마저도 무성 영화의 특성이 아니면 무엇인가! 물론 영화 내내 아예 대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영 시간 내내 각자의 철학과 현재 상황을 떠들기 바빴던 <다크 나이트>나 <인셉션> 같은 영화들에 비교하면 진짜 무성 영화 수준이다. 어쩌면 놀란은 이번 영화에서야말로 인물들의 '행동'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텅 빈 거리를 몇몇 군인이 스캐빈저 마냥 탐색하는 장면에서부터 이 영화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지가 느껴진다. 프레임 양쪽을 밀어막은 건물들 사이에서 영혼 없이 걸어 다니는 군인들. 게다가 오인사격하는 프랑스 아군에게 주인공은 처음으로 소리질러 말한다. "난 영국군이야!" 이게 주인공의 첫 대사이자 이 영화의 첫 대사다. 말그대로 놀란은 꽉 막히고 답답한 곳에서 도망치려 발버둥 치는 영국의 모습을 관객에게 가져다 준다.

놀란의 영화들은 항상, '시간의 문제'를 다뤄왔다고 생각한다. 첫 상업 장편 데뷔작 <메멘토>는 15분 마다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애쓰는 남자의 이야기였고, <인썸니아>는 불면증으로 인해 낮과 밤 시간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져가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배트맨 비긴즈>는 시종일관 이어지는 플래시백과의 교차편집으로 과거와 현재를 기워내는 영화였고, <프레스티지>에선 가장 중요한 영화의 후반부 장면이 영화의 가장 앞쪽에 위치해 있는 트릭이 중요했다. 이어지는 <다크 나이트>나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수퍼 히어로 영화의 속편이다 보니 그럴 만한 여지가 적었지만, 그럼에도 두 영화에서 모두 터지기 일보 직전인 폭탄을 묘사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시간 카운트 다운이 있었다. 그리고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쨌거나 이번 <덩케르크> 역시 '시간'이라는 소재가 중요하게 쓰이는데, 이 영화에서의 '시간' 묘사는 참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더욱 더 노골적이다. 영화 자체가 세 개의 각기 다른 시간선의 교차 편집을 통해 이뤄져 있을 뿐더러, 그 시간선도 각자 일주일, 하루, 한 시간으로 다르다. 각자가 그 시간선 내에 존재하는 주인공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체감 시간들이겠지. 하릴없이 해변에 갇혀 있는 군인들의 입장에선 똑같은 시간이라 해도 훨씬 더 길게 느껴질 거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연료로 전투를 해야하는 전투기 조종사 입장에선 똑같은 시간이라 해도 훨씬 더 짧고 초조하게 느껴질 거다. 이 외에도 시계 초침 소리가 부분부분 들어가 깔려 있는 부분 역시 재미있는 점.

음향 효과가 특히 죽여주는데, 독일 폭격기가 접근할 때 나는 비명 소리 같은 고막 찢는 소리는 그야말로 궁극. 실제 전투에서도 그 소리가 곧 죽음의 소리로 느껴졌다던데, 음향 효과에서 그 공포와 카리스마를 잘 살린다. 어쨌거나 영상으로든 음향으로든 전쟁터 한 복판으로 관객을 소환하는 것은 맞음.

허나,

전반적으로는 그냥 평범한 영화로 밖에 안 느껴지더라. 생존 자체를 다루는 영화들이 워낙 많은데다가, 사실상 영화 내에서 진행되는 스펙터클이나 위험 상황들도 이미 다른 영화들에서 많이 봤던 것들. 놀란이 사실주의적 접근을 통해 고증에도 신경 쓰고, CGI를 최대한 배제해 영화를 찍는 것도 이젠 안다. 하지만 그럼 뭐해, 일단 영화 자체가 별로 색다를 것이 없는 것을.

지지부진한 철수 작전을 다루고 있는만큼 이야기 전개도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보니 일반적인 전쟁 영화를 기대하고 찾은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만도 하겠다 싶었다. 대사나 스펙터클을 최대한 절제한 것 알겠다고, 하지만 영화가 지지부진한 걸!

톰 하디 캐릭터는 제대로다. 연기도 멋지고, 무엇보다 결말이 인상적임. 근데 톰 하디 편대의 2호기 조종사가 마스크와 모자 벗으니 생각보다 너무 잘 생겨서 놀람. 아, 그리고 킬리언 머피는 놀란 공무원으로서 열심히 하는 것은 알겠는데 놀란은 이제 좀 멋진 역할에 킬리언 머피를 캐스팅하면 어디가 덧날까...... 맨날 당하기만 하고 안습.

뱀발 - 놀란이 여성 캐릭터 잘 못 다룬다고 말들 많았는데 이번 영화에선 아예 여성 배제......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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