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1 21:27

언터처블, 1987 대여점 (구작)


오랜만의 감상인데도 여전히 간지 폭풍 그 자체. 사실 <비밀의 숲> 정주행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렸던 영화기도 하다. 부정부패로 일구어낸 인프라 내에서 살인을 일삼는 절대악을 막기 위해 뭉친 역전의 용사들. 죽어나가는 사람들, 심지어 마지막엔 동료들과 찍었던 액자 속 사진으로 귀결되는 엔딩까지. 여러모로 <비밀의 숲>이 참고했을만한 영화다.

왕년의 케빈 코스트너와 앤디 가르시아의 풋풋한 모습이 볼만하다. 그러면서도 숀 코네리는 이 때부터 늙어 있었구나- 싶다. 은퇴하고 잘 살고 계시나. 초대 제임스 본드라는 수식어를 빼고도 진짜 멋진 남자였는데. 솔직히 은퇴 번복 한 번쯤 하시고 폭풍처럼 돌아와 영화 몇 편 더 찍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어쨌든. '언터처블' 팀의 멤버들 보는 맛은 확실히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 카포네를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는 그 이름값 치고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연기가 아쉬운 것이 아니라 분량이 아쉽다는 말. 지금까지 알 카포네 만큼 많이 영화화된 범죄자가 또 있을까 싶은데, 마이클 만이 연출했던 <퍼블릭 에너미>에서는 조니 뎁이, 루벤 플레셔가 연출했던 <갱스터 스쿼드>에서는 숀 펜이. 그 외에도 무궁무진 하겠지만, 당장 라인업만 봐도 알 카포네 이 양반이 얼마나 대단한 양반인지가 느껴진다. 재밌는 건, 연기한 배우들마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카포네를 재해석 했다는 점. 같은 인물을 연기했음에도 조니 뎁의 카포네와 숀 펜의 카포네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조니 뎁의 카포네가 좀 유들유들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히피 범죄자 느낌이라면, 숀 펜의 카포네는 그야말로 초절정 악다구니 깡패 느낌. 드 니로의 카포네는 그 둘 사이 어느 지점쯤에 위치하고 있는 듯 하다.

캐나다 국경에서 펼쳐지는 밀주 압수 액션 시퀀스는 사실 따지고 보면 별 것 없지만, 그럼에도 쾌감이 대단하다. 그 장면 한정으로 웨스턴 하나 보는 것 같아 좋았다. 촬영도 좋고, 의상도 좋고. 비록 명사수 '스톤'이 일찍 리타이어 한 건 아쉬운 부분.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영화들이 다 좋았던 건 아니다. 나에게 있어 호불호가 좀 갈리는 작품들을 계속 만드는 양반인데, 그래도 이 영화는 괜찮았다. 나에게 뿐만 아니라, 영화사에 꽤 끼친 영향이 큰 것 같다. 이 계열 장르 영화들 치고 비슷한 장면이 없는 영화들이 없다. 그야말로 언터처블의 명작이란 뜻이겠지.

더불어 드 팔마의 영화광적 면모까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 '오데사 계단' 시퀀스를 가져와 오마쥬한 부분은 처음 봤을 당시 꽤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어쩐지, 뜬금없이 유모차가 왜 나오나 했었지.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명작임에는 틀림없지만, 좀 더 화끈한 액션을 추가하고 카포네의 캐릭터 분량을 늘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지금 버전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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