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2 21:54

사선에서, 1993 대여점 (구작)


하여간에 BAD-ASS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따라갈 수가 없다니까.

대통령을 지켜야하는 비밀 수사국 요원과 대통령을 죽이려는 전직 CIA 공작원 출신 지능범 사이의 쫄깃한 대결. 허나 '대통령'이라는 인물의 성격이나 묘사가 부각되지는 않는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가' 역시도, 사실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당신의 모든 걸 걸 수 있는가' 정도의 질문으로 치환된다. 애초에 대통령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단지, 이미 한 번 대통령을 지키는 데에 실패한 주인공이 더 이상의 후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최강의 할리우드 마초다. 저 나이에 저토록 멋있는 건, 저 나이에 일선에서 뛰는 비밀 수사국 요원을 연기한다는 건, 저 나이에 여자를 꼬실 수 있는 건 그저 그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르네 루소 역시 멋지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토르'의 어머니이자 신들의 신인 '오딘'의 아내이기도 했었지. 여러모로 대단한 여신!

허나 존 말코비치가 제일 재밌는 인물이란 건 부인할 수가 없다. 생긴 건 집 한 구석탱이에서 건프라 조립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여기는 적당히 배 나온 중년 아저씨처럼 생겼는데, 하는 짓은 무심한 살인귀. 역시 존 말코비치만큼 나사 풀린 전문직 돌아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는 아무도 없다. 그나저나 진짜 젊더라. 

주인공 '프랭크'와 악당 '미치'의 관계가 재미있는데, 미치는 영화 끝까지 프랭크를 '친구'로 부른다. 물론 프랭크는 BAD-ASS 답게 쿨내 나게 거절하지만. 둘의 관계는 얼터 에고 스럽기도 하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인생의 후회를 안고 살다 대통령 경호를 마지막 기회로 삼아 만회해보려는 현직 국가 공무원과, 자신의 책임을 다 했으나 국가에 버림 받고 복수심에 대통령을 죽이려하는 전직 국가 공무원의 싸움. 만약 프랭크가 이번 암살 시도마저 막지 못했더라면, 그리고 주위 동료들로부터 원망의 눈초리를 받았더라면 그 역시 미치가 되었을 수도 있다. 여러모로 서로가 거울 같은 두 인물. 그래서 건물 옥상 끝애 매달린 프랭크에게 손을 건네는 미치의 모습은 그야말로 명장면이었다. 

90년대 영화 답게 클래식한 방법으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축조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옛날 영화라고 재미없고 올드할 거라 여긴다면 큰 코 다친다. 역시 할리우드 영화는 8090이 짱이였다니까. 그나저나 볼프강 페터슨은 이 영화와 더불어 후에 <트로이>, <포세이돈>을 거치면서 일종의 엑스트라 연기자 연출에 도가 튼 듯. 이 영화에도 어마무시한 구름떼 엑스트라가 등장한다. 근데 이 양반 <포세이돈> 이후에 작품 활동이 없으시다가 10년 만인 2016년에 영화 한 편 찍고 다시 잠수 중이시네. 요즘엔 뭐하시려나.

근데 사실 볼프강 페터슨 걱정 보다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걱정이 앞선다. 영감님,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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