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4 23:12

부시윅 극장전 (신작)


이거 잘만 하면 좋은 물건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열려라, 스포 천국!


넷플릭스는 드라마에 비해 확실히 오리지널 영화 라인이 약하다. 넷플릭스의 가장 아픈 약점. 허나 <부시윅>은 전반적으로 꽤 그럴 듯한 만듦새를 보이고, 설정 자체도 흥미롭다. 정체불명의 군대가 뉴욕의 부시윅 지역을 점령해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해 나간다는 정신나간 설정. 9/11 테러를 제외하면 본토 침공을 당해본 적 없는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설정이겠지. 그래서 보기 전부터 '이건 9/11 테러를 영화적으로 변용한 작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근데 후반부 보니까 맞네, 뜬금포 촉 자랑.

굵직굵직한 롱테이크 시퀀스 쇼트 위주로 진행되는 영화인데, 그 지점이 매우 흥미롭다. 처음엔 좀 답답한 감도 들더라. 나름대로 총격전이나 주먹다짐을 위시한 액션 장면이 많은 작품인데 롱테이크로 일관하니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하지. 좀 더 시원한 각도로 스펙터클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 드니까. 근데 나중 가선 그게 오히려 더 재밌더라. 말그대로 전투지역 한 가운데에 떨어진 것만 같은 체감 효과가 좋고, 액션은 잘 담아낼 수 없을지 몰라도 무엇보다 긴장감을 창출하는 데에 아주 요긴하게 써먹더라. 그리고 플롯 포인트와 더불어 롱테이크가 더해지니 말그대로 비디오 게임의 성질을 가진 영화라는 인식도 든다. 무장한 남녀 주인공이 정해진 맵 안을 돌며 은폐 엄폐를 하고, 때에 따라선 소규모 전투를 벌이기도 하거니와,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NPC 덕에 퀘스트 지옥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아, 어쩌면 이 제작진은 비디오 게임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들인 걸까. 비디오 게임 외에도 <클로버필드> 느낌도 좀 많이 난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아니지만 왠지 동 시기 다른 시점의 속편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침략군 설정을 어떻게 떼울까가 궁금하기도 했다. 또 뻔하게 중동에서 날아온 잔혹한 학살자들로 설정할 건지, 아니면 시대가 바뀐만큼 중국이나 북한의 대규모 도발로 설명할 건지. 근데 <보이지 않는 위험> 마냥 분리주의자 연합들이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 본토 내 보수주의자들의 분리 독립 열망이 이루어낸 침략이라니,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트럼프 시대에나 나올 수 있는 현실적 설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근데 바티스타 연기 왜 이렇게 많이 늘었냐. 드웨인 존슨까지는 아니지만 그동안 여러 작품들 전전하더니 연기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후반부 세탁실 장면에서의 자기 고백은 꽤 그럴 듯 하더라. 너무 잘해서 놀랐는데. 그나저나 침략군 녀석들도 운 지지리 없지, 어떻게 침략한 동네에서 바티스타를 마주치게 되는 거냐.

어쨌거나 저쨌거나 설렘이나 기대보다 걱정이 더 되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는데, 했던 걱정보다 꽤 괜찮았던 작품. 결말 직전까지는.

남녀 주인공을 정말 뜬금없는 포인트에 죽이는 결말로 도달하는데, 이 죽음이 어떤 의미가 있지도 않고 딱히 쾌감이나 감상을 허락하는 것도 아니다. 그 자체로 허무주의에 도달하는 결말인 건데, 아- 진짜 매력 없다. 최소한 루시는 살려두고 끝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게다가 거시적인 부분까지도 설명이 요원하다. 설마 이거 진짜 대충 속편이나 관련작 만들고 덮으려는 속셈인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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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해서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고. 이러한 점은 감독을 비롯한 창작자들이 넷플릭스를 오아시스로 보게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각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의 대중적 선호도가 약해지게도 만들었다. 정말이지, 넷플릭스 초창기의 오리지널 작품들은 다 엉망진창 아니었나. 지금 현재 시점에서의 넷플릭스 정책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직도 창작자들에게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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