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6 18:35

살인자의 기억법 극장전 (신작)


원작은 읽지 않았다.


미량의 스포?


<메멘토>나 <알츠하이머 케이스>, <페이첵> 같은 영화들이 우선적으로 떠오르지만 애초에 단기 기억 상실증이란 소재를 영화로, 그것도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그러려니 한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원작 소설에 대해 꽤 좋은 이야기들만을 들었기에, 그리고 어쨌거나 이렇게 다른 매체로 리메이크 되었다는 것이 원작의 매력을 증명하는 길이기에 분명 매력 있는 소재를 골라 잡아 만든 영화라고 본다.

원작을 보지 않았기에, 철저히 영화만을 토대로 이야기하면-. 김남길이 연기한 '태주'의 캐릭터 포지셔닝이 잘 못 되어도 한참 잘 못 되었다. 애초에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 살인범이 주인공인 영화고, 중반부 내내 주인공 자신이 의심하던 남자가 진범인지 아니면 자신이 진범인데도 치매 때문에 기억을 잃은 것인지 헷갈려 하는 묘사가 많다. 그럴 거면 최소한 관객들에게도 역시 민태주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 숨기는 게 낫지 않았을까? 어떤 기억이 사실인지 관객들조차 모르게. 지금 버전은 주인공에 비해 관객들이 알고 있는 게 너무나도 많다. 이걸 두고 서스펜스 몰빵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줄거리가 서스펜스가 절실히 잘 어울리는 줄거리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관객 입장에서 이미 범인을 알고 있고, 그나마 반전이라고 중후반부 제공되는 딸 '은희'와 주인공 간의 혈연 관계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선 이미 맥이 빠질대로 빠져있는데 자기 기억에 빠져 허우적 대고만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 거다. 어떤 기억이 진짜일까 라는 의구심과 호기심이 증발해버리고 그 자리엔 지지부진함만이 남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그럼에도 설경구는 약간 과장되어 보인다. 분장은 거의 완벽했는데. 설현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 했다. 뭐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니 그런 것일 수도.

유일하게 재밌었던 건 매표소 앞에 줄 서 있는데 앞의 아저씨 한 분이 "'살인자의 추억' 하나 주세요"라고 했던 것. <살인의 추억>의 여파가 이렇게도 크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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