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0 13:56

콜래트럴, 2004 대여점 (구작)


아직 세상 떠나지도 않은 사람의 작품을 전기 / 중기 / 후기로 나누는 것만큼 을씨년스려운 것도 없지만, 마이클 만의 중후기 작품들 중에서는 이만한 것이 또 없다.

'하드보일드'는 범죄 등을 다루지만 최소한의 감정적 묘사 대신 비정하고 건조하게 이야기를 다뤘던 문학들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아마 한국에선 쉽게 만들 수 없는 장르일 거다. 한국 스릴러에서는 최소한 주인공이나 사건의 희생자들이 울어야 한다. 울지 않고 떨지 않으면 제작 자체가 안 될 듯. 허나 <콜래트럴>은 그 자체로 하드보일드 분위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이클 만 감독의 출세작 <히트> 역시도 어쩌면 그렇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히트>는 남정네들의 사무치는 의리와 욕망에 불을 지피는 감정 싸움이 존재했던 작품이 아니었던가. 허나 <콜래트럴>은 짐짓 있어보일 수 있고 소위 간지나 보일 수 있는 설정들에 지나친 감정적 터치를 더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건조하고 비정하며, 냉정하다.

재밌는 점은 홍보된 것과 다르게 범죄 액션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성장 드라마에 가깝게 느껴지는 플롯. 이 영화가 내 마음에 불을 지핀 부분도 바로 그 때문이다. 평범했던, 아니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꾹꾹 눌러담고 있던 소시민이 결정적 선택을 하는 순간의 쾌감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반면에 초반부터 여유 부리며 헛소리를 지껄였던 궤변론자 히트맨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여유를 잃고 다급해진다. 두 캐릭터가 교차하는 부분이 재미있고 무엇보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얼터 에고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액션 영화계에서 모잠비크 드릴하면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이 곧바로 떠오르겠지만, 그보다 10년 전에 톰 크루즈의 빈센트가 있었다. 은발 악한 톰 크루즈 멋있다. 무엇보다 역시 달리는 연기 하나는 일품. 진짜 달리는 연기 이걸로 오스카 하나 따야된다. 최소한 아카데미에서 뜀박질 명예 트로피라도 줘야한다. 그만큼 예술이다. 근데 뛰는 폼도 폼이지만 진짜 졸라 빠르더라. 물론 연출이겠지만 진짜 졸라 빨라.

하지만 톰 크루즈가 멋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제이미 폭스의 것이다. 아마 이 배우를 눈여겨 보게 된 것이 이 영화가 개봉했던 딱 2004년 쯤이였던 것 같다. <레이>도 2004년에 개봉했었지, 아마? 그야말로 최고의 해였네. 제이미 폭스는 진짜 작품마다 다 다르다. 최근작 <베이비 드라이버>에서는 톰 크루즈의 빈센트 뺨치는 싸이코 범죄자로 등장해서 그가 나오는 매 쇼트마다 불안감을 줬었는데, 또 <콜래트럴>에서는 세상 착함. <장고 - 분노의 추적자>에서는 우직하고 강직해보였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초반부에서는 역대급 찌질이로도 대활약. YOU KNOW MY NAME?!

거의 10년 만에 다시 본 작품인데, 그 때는 잘 몰랐던 특급 배우들이 엄청 나오더라. 일단 유일한 여성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검사는 예쁘네, 누군가 싶었더니 제이다 핀켓 스미스 였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담>에서 그렇게 무섭게 나오시던 분을 제가 몰라 봤었네요. 죄송합니다, 누님.

초반에 제이슨 스타뎀도 나오고 중반엔 하비에르 바르뎀도 나옴. 게다가 존 레귀자모인 줄 알았던 경찰은 마크 러팔로였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캐스팅 뭐냐. 

풀 HD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04년 당시에는 나름 도전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필름 작품이 당시까진 대부분이였을 테니까. 위험이 수반되는 첫 도전이라서 더 그랬을까, 촬영 좋더라. 이 영화만큼 LA의 일상적인 모습을 잘 담고 있는 영화도 드물다. <라라랜드> 좋긴 하지만 그건 그냥 판타지잖아.

지긋지긋한 우연과 인연 때문에 얽힌 두 남자. 알고보니 그 우연과 인연이란 것은 즉흥적인 운명의 또다른 이름이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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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사람들이 이리저리 치이고, 그 사이에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걸 보여주려는 영화인가 싶다는 것. 그러다 후반에 좀 나아지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lt;콜래트럴&gt; 이후 쭉 디지털 촬영을 고수하고 있는 마이클 만과 더불어 디지털 촬영 일선에 서 있는 스티브 소더버그 답게 이번 영화 역시 디지털이고, 전작인 &lt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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