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16:04

아이 캔 스피크 극장전 (신작)


<군함도>가 증명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관객들은 실재했던 역사를 오락적인 유희로 다루는 것에 꽤 큰 반발을 갖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논할 시간 있을테지만 아무래도 아픈 역사가 많고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현재 진행 중인, 치유되지 않은 역사들이 꽤 많다는 점이 그 반발의 이유가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그 중에서도 위안부라는 소재는 특히 그렇다. 그리고 아무래도 위안부라는 소재는 유희로 소비 되어서도, 소비될 수도 없는 진정 무겁고 아픈 역사가 아니겠나. 하지만 그렇기에 약점도 있다. 이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이 으레 짊어져야할 무게들이 있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는 것.

김현석의 <아이 캔 스피크>는 그걸 영리하게 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안부라는 소재가 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 만한 소재였다. 숨기고 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치유 받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를 증명해내야 한다 라는 코드가 썩 잘 맞았다는 이야기다. 그 방면에서 각본과 연출은 안정적이고, 두 주인공 배우의 연기 역시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면 좋은 영화지 완벽한 영화라고 부를 순 없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착하고 좋은 영화여야만 된다는 강박이 있기에, 조금 뻔한 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작위적이란 이야기다. 대체 주인공의 남동생은 무슨 역할을 하는 거냐. 이 영화에서 없어도 되는 인물 1순위이고, 그가 나옥분 할머니를 만나는 과정 역시 작위적이다. 또한 후반부의 화해 무드를 위해 두 주인공은 정해진, 해야만 하는 싸움과 갈등을 겪어내야만 한다.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 영화의 속내가 너무 읽혀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착한 영화라서 뻔하다 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영화. 올해 초에 봤던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 딱 이런 영화였었지. 그래도 김현석스러웠으니 이걸로 되었다. 갑자기 눈에 힘 빡 주고 시간 여행 소재 스릴러 같은 거 그만 만들었으면. <스카우트> 같은 영화 한 편 더 나오길 소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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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증인 2019-02-18 14:52:36 #

    ... 서 장르적 재미는 크게 없지만, 배우들의 스릴러 연기가 아주 일품이다. 물론 타이틀 롤인 정우성과 김향기가 그 쪽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lt;아이 캔 스피크&gt;에서의 눈물 쏟는 연기로 관객들의 눈시울 마저 붉혔던 엄혜란 배우가 여기선 아주 무시무시한 연기를 하고 있거든. 그 뒤 흑막으로 김종수 배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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