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16:40

킹스맨 - 골든 서클 극장전 (신작)


<킬러의 보디가드> 이야기하면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자체로는 크게 나쁘지 않은 영화인데, 사무엘 L 잭슨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조합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면 그건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이 영화가 딱 그렇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나쁘지 않을, 어쩌면 평범한 액션 영화 정도로까지는 비벼볼 수 있었다. 허나 이 영화가 그 <킹스맨>의 후속편이라는 게 문제. 매튜 본의 신작이라는 게 더 문제. 이 영화는 이 정도였으면 안 되는 거였다.


스포가 리뷰를 만든다.


<킹스맨>은 매튜 본의 발칙한 연출과 더불어 그의 영화적 + 음악적 + 만화적 취향이 집대성된, 이른바 거대한 인용집 같은 영화였다. 특히 <007> 시리즈를 위시한 에스피오나지 장르에 대한 우아함 넘치는 헌사였음과 동시에 매튜 본 특유의 돌아이적 + 가학적 면모가 제대로 조화를 이뤘던, 진짜 '이상한' 영화였다. 길게 빙빙 돌려 이야기하긴 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신선하고 괴상한 영화여서 좋았다는 이야기.

게릴라 콘서트 마냥 갑툭튀한, 그러면서도 신선함에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활어 같은 영화였기에 속편이 나온다면 그 매력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전편과는 달리 어느정도 이미 예고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속편의 운명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편이 이 정도라는 건 정말 어딘가 큰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밖에.

에그시가 컴백했지만 1편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미 완성형 첩보요원이니 전편의 성장 드라마적 재미는 없을 뿐더러, 그렇다고 해서 프로로서 전편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해리와 멀린에게 많이 의지하는 등 크게 달라진 모습 자체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 캐릭터의 신데렐라적 면모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임기응변이 전편의 큰 재미였는데, 갑자기 공주마마의 남친으로 묶여 등장하면서 그 매력이 크게 반감됨. 2편 말미에선 공주랑 결혼도 하던데, 하층민에서 왕족이 되었으니 진정 신데렐라 스토리라 할 만하지만 가족과 왕가에 묶인 에그시가 3편에서 과연 어떤 과감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드는 게 사실이다.

역시 가장 기대했던 콜린 퍼스의 해리는 그야말로 안습한 처지. 감독과 배우가 인터뷰를 통해 '쌍둥이 설정이나 방탄 안경 등의 뻔한 부활 아니다'라고 누차 이야기 했었는데, 그냥 SF스러운 오버 테크놀러지로 땜빵한 형국.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차라리 진짜 뇌를 이동시켰다던가 하는 특유의 정신 나간 설정으로 밀고 나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게 다가 아니다. 해리는 이번 영화에서 진짜 별 대우를 못 받는다. 정신나간 나비 학자로 재등장하는 부분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허나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 본격적으로 복귀하는 시점 이후부터는 전편만한 임팩트가 없다. 그 모든 걸 신 캐릭터 위스키가 가져가 버린다. 심지어 전편을 그대로 차용한 술집 매너 교육 장면은 날래날래 활약한 위스키 덕분에 전편의 원조 장면 역시 그 의미나 희소성이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아, 전편의 교회 무쌍 같은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로 하는 게 없다면 진정 실망할 수 밖에.

사실 가장 짜증나는 건 스테이츠 맨들과 멀린 설정인데, 우선적으로 마크 스트롱의 멀린을 이렇게 보내버렸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배우의 아우라를 떠나서 전편의 주요 배역을 이런 식으로 멋없게 날려버리다니. 록시 RIP too 지뢰 희생 장면은 연출도 촌스러울 뿐더러 그다지 감정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스테이츠 맨에 대해선 불만이 진짜 많은데, 미국의 자매 조직으로 설정한 것이나 양조장으로 컨셉을 잡은 것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다. 심지어 가장 기대하기도 했었다. 허나 실질적으로는 킹스맨에다 미국판 스킨만 씌웠을 뿐 그다지 특출나거나 차이점이 없다는 거. 심지어 안경으로 회의하거나 코드네이밍 센스도 비슷함. 

위스키는 술집 장면이나 중반부 설원에서의 단독 액션 씬만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결말부의 쓸데없는 무리수 반전 주인공으로 등극 하면서 캐릭터가 산으로 가버렸다. 여러모로 득보다 실이 많은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예측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배신에 대한 이유 역시도 뻔하며, 그 뻔한 이유를 읊어대는 타이밍이나 연출도 구리고, 마지막 2 vs 1 액션 매치 역시도 전편의 교회 장면을 크게 의식한 장면 같이 느껴져서 위스키 캐릭터 자체가 붕괴된 느낌이다. 심지어 얘 때문에 줄리언 무어의 메인 빌런도 묻힘.

채닝 테이텀은 이 영화에서 손에 꼽게 어이 털리는 캐릭터인데, 우선적으로 유명 배우 이름을 포스터에 박기 위해서 특별 출연 정도의 분량이면서 캐릭터를 쓸데없이 소비하는 이런 캐스팅 진짜 싫어한다. 사실 위스키 보다도 채닝 테이텀이 연기한 데킬라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는데 이런 식으로 배반 때려서 더 빡침. 그 외에 제프 브리지스나 할리 베리는 크게 모난 곳 없지만 분량면에서나 인상면에서나 크게 할 말이 없으므로 패스.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포피에 대한 제작진의 부담은 여러모로 컸을 것이다. 전편에서 사무엘 L 잭슨이 워낙 연기 잘 해내기도 했었고, 무엇보다도 순수한 똘끼를 가진 메인 빌런 만들기가 어디 쉬운가? 줄리언 무어의 포피는 첫 등장까지는 그래도 자신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 역시도 분량이 크지 않은 데다가 후반부엔 위스키에게 묻히면서 그야말로 대폭망. 부하들에게 기계 수족을 붙여주거나 철골 강아지들을 기르며 오버 테크놀러지 덕후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쪽 취향에 대한 설명이나 정보도 부족. 대체 이 캐릭터의 요지를 모르겠다. 인육 버거 만들면서 채식주의 만세 외치기는. 채식주의자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다.

이 외에도 깔 놈들은 쎄고 쎘으나 한 놈만 더 까겠다. 엘튼 존. 왜 나온 거냐. 아니, 나온 건 그럴 수 있다 쳐. 왜 그런 액션 씬을 넣어준 건지 도무지 당최가 이해 안 되네. 그 시간에 해리를 더 보여주라고, 해리를!! 많은 사람들이 엘튼 존은 그래도 인상적이였다 라고 말하던데 나는 이해불가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너무 길다. 그러면서 밀도도 그렇게 크지 않다. 무엇보다 킹스맨 본부를 박살 내면서 시작할 거였으면 전편의 그늘에서 더 많이 벗어나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 허나 킹스맨 대신 튀어나온 스테이츠 맨 컨셉은 그냥 같은 의미를 다르게 말하는 것 같은 화술이나 어투의 차이일 뿐이라 덕분에 영화 전체를 구원해주지는 않는다. 액션 장면에서의 쾌감 역시 전무하고, 먹히는 유머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전편의 가장 큰 무기였던 새로움 자체가 없다. 오히려 거시적으로 본다면 과거 <007> 시리즈가 떠오를 정도로 시대적인 퇴보라 느껴진다. 

이 후속편은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이렇게 재미없고 평범하면 안 되는 거였다. 전편에서 헤밍웨이를 인용 했었지, '진정 고귀한 것은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해지는 것'이라고. 벌써 3부작의 마지막 편 기획들어갔다고 하던데, 이번 영화만 놓고 보면 매튜 본은 고귀해지지 못했다. 필모그래피를 통 틀어서 취향에 안 맞는 작품이 없었는데 이런 얼 빠진 영화가 매튜 본 손에서 나올 줄이야. 이 정도면 소포모어 징크스의 대표적인 예시로 오래오래 기억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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