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00:06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컷), 1982 대여점 (구작)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로 그 영화. 대단한 SF 영화라고 하길래 10여년 전에 봤다가 된통 당하고 고이 접어뒀던 바로 그 영화. 드니 빌뇌브 때문만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두고두고 꺼내보지 않았을 바로 그 영화.

근데 어째 10여년 전의 기억 속 그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꽤 괜찮다. 어쩌면 내가 봤던 버전이 이 파이널 컷 버전이 아니었을지도. 일단 극장판의 그 희망적인 엔딩은 본 기억이 없으니 감독판일 확률이 높겠다, 싶었는데 어라? 찾아보니 감독판과 파이널컷 버전 사이 내러티브적인 차이점은 거의 없다고 한다. 햐... 이건 그냥 10여년 전의 내가 성의 없는 관람을 했을 뿐이라는 것인가.

다시 보니 여러모로 익숙한 이미지들이 많은데, 내가 다른 매체들에서 봤던 그 익숙한 이미지들이 사실상 이 영화에서부터 영향을 받았던 것이라 생각하면 왜인지 모르게 재밌어진다.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이 딱 그런 느낌이였지. 그 영화 원작이 꽤 오래된 소설이였는데 실사 영화화 되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그 사이에 다른 매체들이 원작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 비슷한 설정과 분위기들을 재생산해 나가면서, 사실상 실사 영화화된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은 그 계열 장르 작품들 중 가장 강력하고 모든 타 작품들의 원형이 되는 원작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실패를 했었다. 개봉 시점에는 이미 단물 다 빠진 뒤였거든. 하긴,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랑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나만 늦게 본 거니까.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지, 뭐.

하지만 10여년 만의 재감상에서도 끝내 이 영화가 내 마음 속으로 온전히 비집고 들어오진 못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너무 나랑 안 맞음. 취향면에서나 연출면에서도 나랑 좀 거리가 있다. 물론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미술이 끝내주긴 하다. 단순하게 구현한 것을 넘어, 그런 분위기 자체를 영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 멋진 거다. 실제로 보고 있다가 데커드가 한 젓가락 집어 올리는 국수 팔던 포장마차에서 같이 우동 한 사발 땡기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까지도 했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레플리컨트들의 행적을 뒤쫓는 추리물은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또 그들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액션 어드벤쳐는 더더욱 아니였으니 여러모로 내 입장에선 당혹스럽고 생경한 이야기 구조의 영화였다고 하겠다.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팀펑크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점도 거기에 한몫 하기도.

다시 봐도 로이의 마지막 대사는 참 대단하긴 하다 싶다. '빗속의 눈물처럼' 이라니. 이런게 애드리브라니 롯거 하우어는 얼마나 참 대단한 인간이자 배우인가! 허나 로이의 마지막 장면으로 인해 레플리컨드들 전체가 좀 불쌍하고 동정심 드는 존재로만 포장되는 건 또 좀 이상하다. 그 놈들이 죽인 인간이 몇인데. 그런 것도 좀 생각해 봐야지, 응?

그나저나 지금 와서 이 영화랑 스필버그의 <ET>랑 극장 흥행으로 다시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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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dam 2017/10/10 08:08 # 답글

    저도 최근에 다시 봤습니다만, 결국 졸음을 못참고...
    여튼 이건 그냥 예술영화에요. 상업영화라고 볼수가 없었음 ;ㅅ;
  • CINEKOON 2017/10/11 00:29 #

    예술 영화에 저도 한 표.
  • 로그온티어 2017/10/10 10:20 # 답글

    et가 이깁니다
  • CINEKOON 2017/10/11 00:29 #

    바보 같은 질문에 정확한 답을...
  • izuminoa 2017/10/10 10:20 # 답글

    다시 보니 여러모로 익숙한 이미지들이 많은 영화는
    월터힐 영화가 최고 입니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보면
    볼때마다 새롭습니다.
  • CINEKOON 2017/10/11 00:29 #

    나쁘게 보면 클리셰인데 좋게 보면 또 그만큼 익숙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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