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7 17:16

토르 - 라그나로크 극장전 (신작)


셰익스피어 풍 궁중 암투극으로 시작했다가 수퍼히어로 친구들을 만나고부터는 개그맨 기질을 조금씩 선보이더니, 끝내는 우주구급 얼간이로 돌아온 아스가르드의 황태자. 이 시리즈가 이런 변화를 맞이할 줄 1편 개봉 당시엔 어찌 알았으랴.


스포 이벤트!


솔직히 말하면, 재밌게 보긴 했지만 시리즈의 분위기 일신 자체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 모두들 1편과 2편이 MCU 내에서 애매한 위치였노라고 말들 하지만, 난 그래도 그 분위기 자체는 좋았다고 보거든. 덕분에 토니가 셰익스피어 말투로 토르 비꼬는 것도 재밌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 스릴러를 접목한 테크 SF 영화 <아이언맨>, 전쟁물과 첩보물을 가져온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와 더불어 진지한 하이 판타지 영화로써의 <토르> 시리즈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냥 내 개인적인 취향인 셈. 물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아직까지도 물고 빠는 것 역시 나의 아이덴티티이니, 이번 <라그나로크> 역시도 어찌보면 내 취향의 다른 부분에 잘 맞는 셈이다. 허나 그건 그냥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몫이였다고 생각하는 거지, 뭐.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시리즈의 개혁은 일어났으니, 영화로만 평가한다면야... 분위기 외에도 여러모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일단 기대했던 [플래닛 헐크] 스토리 라인은 그저, 토르와 헐크를 우주 어딘가에서 만나게 하려는 배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그 점에서 조금 아깝지만 역시 원작제일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봐줄 수 있다. 허나 그 '플래닛 헐크' 스토리라인이 헬라를 중심으로한 '라그나로크' 스토리라인과 잘 안 이어붙는다는 건 진짜 문제다. 생각보다 많은 스토리라인이 얽혀있는 영화인데, 1. 오딘의 죽음과 헬라의 귀환 / 2. 헬라 시다바리 스커지 이야기 및 그들의 아스가르드 접수 / 3. 유배된 토르와 갑툭튀 헐크의 대결 왜 형이 거기서 나와...? / 4. 헤임달의 레지스탕스 / 5. 라그나로크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근데 시리즈 내내 근사한 존재감을 과시하던 안소니 홉킨스의 오딘을 다루는 1번은 워낙 갑작스러운 데다가 별다른 설명이 없어 조금 당황스럽고. 이어지는 헬라의 귀환 역시 너무 준비된 세팅 같아 작위적으로 보인다. 사실 당연한 게, 아무리 헬라가 봉인에서 풀려나 아스가르드를 접수하기 위해 오고 있었다 해도, 오딘이 지구로 유배되어 있었음은 어떻게 알았으며 또 오딘이 죽자마자 어디서 기어나와 두 형제를 갈구는 것인가. 아무리 봐도 그냥 편한 세팅 같아 보이기만 해서 좀 거부감이 들었다는 말씀.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게, <다크 월드> 후반부에서 대체 로키가 어떻게 오딘을 지구로 관광보냈는지였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더라. 그리고 <다크 월드> 엔딩에서 로키가 아스가르드의 왕좌를 차지한 것 보곤 속편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었는데 그마저도 흐지부지 그냥 넘어간... 

MCU 사상 첫 여성 빌런이라고 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헬라. 보는내내 경이감만 들더라. 연기도 연기인데, 진짜 여신 같은 위용... 어떻게 해도 멋지고 예쁘지만, 그럼에도 사슴벌레 투구 쓰지 말고 흑발로 계속 계셨으면 했다. 솔직히 보면서 스커지가 헬라에 붙은 게 단순히 무서워서만은 아닐 거라 생각함. 뭐 어쨌든. 그만큼 헬라는 매력적으로 나오고, 무엇보다 강력하게 나온다. 허나 위에서도 언급했듯, 등장도 급하고 작위적인데다, MCU의 고질적이고 사소한 문제점인 빌런의 허무한 퇴장 역시 헬라를 비껴가지 않았다. 수르트랑 헬라를 둘 다 그런 식으로 이용해먹을 줄이야. 칼 어번이 연기한 스커지 역시도 전형적이다. 인물의 전체 스토리라인이 뻔하게 읽힌다는 점에서 굳이 필요했나? 싶은 인물.

사실 헬라와 스커지가 어떻든, 이 영화의 진정한 메인 이벤트는 토르 vs 헐크였겠지. 비록 이 부분이 길진 않지만, 딱 기대했던만큼의 눈요기는 한다. 사실 MCU 내에서 헐크가 워낙 강력하게 묘사 되오기도 했고. 이번 영화에서 토르가 개그캐로서의 정점을 찍길래 설마 로키가 헐크에게 패대기 당했던 것처럼 토르 역시 발리는 거 아닌가 걱정했었다. 근데 그런 걱정들은 깔끔하게 지워준다. 개인적으로 원작에서의 토르를 손꼽게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그 특유의 신다운 파워를 잘 보여준 것 같아 좋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야 지긴 했지만. 그와중에 헐크 보고 꿈틀대는 로키 재밌었다. 아, 그리고 헐크의 찬조출연 덕분에, 앞으로의 MCU 영화에서 근사하게 써먹을 수 있는 토르와 배너 사이의 좋은 케미가 발굴된 것 같다. 그 점에서도 좋고.

유머가 너무 많은 느낌이고, 그 중에서 개인적으론 절반 정도 밖에 웃지 않았다. 미국식 유머 좋아하는데 좀 너무 과하더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처음 봤을 때 느낌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중에 더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감독이 극중 코르그 역할을 직접 했다고 하던데 과연 오너캐 답게 웃겨주더라. 그나저나 미에크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그래, 차라리 이런 대접이 좋은 것일지도.

중간 전개가 다소 늘어지고, 시퀀스들 사이의 분위기가 너무 이질적인데다, 씬과 씬 사이의 찰기와 끈기도 부족해 헐거운 연결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과 후반의 Immigrant Song 실로 대단하더라. 레드 제플린인데 여기서 들으니까 그냥 오락실에서 듣던 레트로 뿅뿅 배경음악 같네. 

뱀발 1 - 예고편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장면은 발키리 편대 vs 헬라 장면이였는데, 이건 그냥 과거 회상 장면으로 빠르게 치고 넘어감. 미학적으로 진짜 아름다운 쇼트들의 연속이던데, 이 부분만 누가 제대로 다시 만들어주지는... 않을테고. 

뱀발 2 - 소울 스톤이 묠니르나 헤임달 둘 중 하나일 것이고 이번 영화에 나올 것이라던 추측은 일단 빗나갔다. 아니, 최소한 이번 영화에 나올 것이라던 추측은 빗나간 것. 묠니르는 확실히 아닌 것 같고, 헤임달일 것 같기는 한데... 또 모르지. 이러다가 <블랙 팬서>에서 와칸다 소유의 진귀한 보석으로 나올지도.

뱀발 3 - 헬라 안 죽었으면 좋겠다. 헬라가 아스가르드도 접수하고 온 우주도 접수하고 타노스 뺨싸다구 쌔린 다음에 인피니티 스톤 다 모아서 지구까지 다 접수해 지배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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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17/10/30 16:18 # 답글

    패대기는 당했죠...
  • CINEKOON 2017/10/30 16:19 #

    패대기가 리타이어로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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