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3 21:19

끝내주는 테마 모음집 VOL.1 (객관성 담보 불가) 객관성 담보 불가

며칠 전에 <스코어 - 영화 음악의 모든 것>을 극장에서 보기도 했고, 최근 본 또다른 영화 <토르 - 라그나로크>의 메인 테마송으로 컴필레이션된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을 반복해서 듣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화에서 음악이 빠지면 본래 파괴력의 50%쯤이 반감된다고 믿는 게 바로 나다. 그래서 가열차게 라고 쓰고 대충이라 읽는다 준비해본 내가 좋아하는 끝내주는 영화 테마 모음집 VOL. 1. 말그대로 객관성 담보 불가인만큼 개인의 취향으로 꼽은 곡들이라 너무 내 취향일 수도 있으나, 따지고 보면 다 유명한 명곡들 위주기도 하여서 극단적인 호불호는 없을 것 같다.


1.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main theme)


많은 곡들 중에서도 유난히 이 곡을 먼저 떠올린 이유는, 생전 처음 극장에 가서 보았던 영화가 <쥬라기 공원2 - 잃어버린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전에도 집에서 비디오로 알음알음 영화는 많이 봤었지만, 그 날 그 공룡들을 경험했던 그 극장의 경험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 강렬했던 경험 덕택에 영화 쪽으로 넘어온 것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너무 유명한 존 윌리엄스의 너무 유명한 노래. 스필버그와의 협업이 정점에 달아 있을 때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툭하고 튀어나온 희대의 명곡. 아직도 1편과 2편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던 부분들은 대부분 다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니, 곡 자체가 주는 감흥은 물론 얼마나 영상에 찰지게 붙어 있었는지는 굳이 설명이 더 필요할런지. 가장 유명한 곡의 후반부 부분은 왠지 자연의 위대함을 경배하게끔 만드는 신묘한 재주가 있었다. 이래서 대부분의 종교가 성가대니 뭐니 다 구색 갖춰놓는 게 아니겠어. 어쨌거나 최근작이자 오랜만의 후속작이였던 <쥬라기 월드>에서도 시원하게 좀 듣고 싶었는데, 애매하게 편곡해서 께작께작 들려주는 바람에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극장에서 두 번 본 건 함정


2. <업> (UP main theme - married life)


오스카를 받았던 바로 그 음악. 사실 이 곡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중간중간 슬프게 피아노 솔로로 나오는 부분이 바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모험'을 표현하듯이 발랄하고 생기 넘치지만, 후반부 피아노 독주로 가게 되면 모험이 남긴 아릿한 뒷맛 같은 것이 느껴져 개인적으로 그 부분을 더 좋아한다. 사실 대부분의 훌륭한 영화 음악들이 으레 그러하겠지만, 이 곡이야말로 더불어 나오는 영상과의 합이 그 극에 달했던 음악이 아닐까 싶다. 말그대로 이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결혼 생활 몽타주 시퀀스와 이 음악의 조합은 그야말로 걸작이거든. 다만 그 슬프고 아릿한 뒷맛 때문에 일상 생활의 BGM으로 깔기엔 또 조금 아련해 어려운 곡이기도 하다. 카페나 바 BGM으로도 안 어울리고. 일상 생활을 영위하며 듣기에는 너무 슬픈 곡이라고.


3. <괴물> (The host main theme - 한강찬가)


한 때의 나를 이병우에게 흠뻑 빠지게 만들었던 메인 테마. 그 특유의 쿵짝쿵짝 뽕기 가득한 한국적 분위기가 좋다. 이런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로컬라이징 아니겠나. 이 곡의 특이한 점은 분위기를 종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뭔가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나기도 하면서 비극적인 분위기가 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또 이상하게 촌스럽고 웃겨. 중3 때 앨범을 사서 듣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4. <라이온 킹> (Lion King theme - King of pride rock)


이 곡도 정확히 기억하는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 후반부 스카 일당과의 최후 전투가 끝난 직후에 바로 흘러나온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스카를 상징하는 모든 요소들이 씻겨 내려가고 심바는 왕의 자리를 되찾는데, 그 부분에서 이 음악이 주는 임팩트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사실상 나에게 있어 한스 짐머라는 이름을 각인 시켜준 곡이고,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한스 짐머의 최고작이다. 특히 4분 20초부터 나오는 그 웅장한 아름다움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다. 근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난 그냥 좀 웅장미 덕후 기질이 좀 있는 듯. 웬만한 웅장미 비장미면 다 넘어가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네.


5.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the ugly main theme)


영화 음악 감독 하면 바로 떠오를 이름들 중 하나인 엔리오 모리꼬네의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도 개인적으로 무지하게 좋아하고. 또 듣고보니 이 음악도 약간 웅장함이 있네. 역시 웅장미 덕후 맞는 듯... 사실 <석양의 무법자> 최후의 3인 결투 장면에서 등장했을 때 처음 접한 곡이긴 하지만, 웃기게도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건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했던 나이키 CF. 한마디로 이 곡은 다른 영화 음악들과 마찬가지로 범용성이 꽤 좋은 곡이다. 더 웃긴건 류승완의 <군함도> 후반부 대규모 탈출 시퀀스에도 이 곡이 나온다는 것. 물론 편곡되어서 나오긴 하지만. 덕분에 그 영화 후반부에서 재밌을 일이 크게 없었는데, 그 곡 하나 덕분에 근근히 버텨 본 것 같다. 레알 마법의 음악임. 투썸즈업.


6.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theme - The winner is)


영화의 초반부와 후반부에 수미상관처럼 등장해 영화 전체의 톤을 정리해주는 아주아주아주 훌륭한 곡. 특히 인상적인 반복부를 듣다보면 최면 걸리듯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이거에 걸려서 그냥 틀어놨다가 영화 전체 그 앉은 자리에서 다 본 경험도 있음. 사실 이 곡은 영화만을 위해 작곡된 스코어는 아니고, 기존에 있던 'how it ends'를 가져온 것으로 안다. 그럼 뭐 어때, 곡 자체가 이렇게 좋은 걸. 그리고 영화에 이렇게 잘 붙는 걸. 이 곡과 함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주인공 가족의 모습 역시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7. <신세계> (New world main theme)


개인적으로는 영화 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명곡이라 생각한다. 물론 영화도 재밌게 봤지만, 이 곡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더라. 영화의 전체 톤을 결정해 들려줘야 하는 영화 메인 테마 곡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고, 그 자체로도 살아남은 예. 웅장함과 더불어 비장한 느낌과 서슬퍼런 느낌도 좀 좋아하는데, 이 음악이 딱 그렇다. 게다가 메인 멜로디가 명확하고 중독성 있어서 계속 흥얼거리게 됨. 물론 이 곡 역시도 일상생활 BGM으로 틀어놓기에는 분위기 때문에 무리가 있다...만.


8. <트랜스포머> (Transformer theme - Arrival to earth)


마구잡이로 쓰다보니 깨달은 사실인데, 영화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영화음악은 <신세계>의 메인 테마곡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스티브 자브론스키의 이 곡이야말로 이 시리즈가 죽은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더 오래 살아남은 것 같거든. 아니, 살아남고 못 살아남고를 떠나서 이 곡이 좀 아까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조금 염원하는 게 뭐냐면, 이 곡 하나만큼은 MCU에 넘겨줬으면 하는 것. 물론 그런 일은 절대 없겠지만. MCU에 인상적인 테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들과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바로 떠오르는 테마가 없다. 근데 이 <트랜스포머> 테마는 바로 떠오르는 데다가 곡도 명곡이거든. 비장한 맛고 있고, 무엇보다 전투 전의 결기와 전투 후의 처연함 같은 게 곡에서 바로 느껴지거든. 아, 이런 것 좀 MCU에 만들어줄 수 없냐... 어째 망작 시리즈에는 명곡이 있고, 명작 시리즈에는 명곡이 없단 말이냐...


9. <퍼시픽 림> (Pacific rim main them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진정한 명곡은 이 곡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곡은 일상 생활 하면서도 계속 틀어놓는 곡 중 하나다.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 너무 좋음. 강렬한 전자 기타음이 다 해먹는 곡인데, 영화와도 역시 잘 어울린다. 거짓말 안하고 이거 가끔 무한 반복으로 플레이 해놓고 설거지 하거나 시나리오 작업함. 문제는 시나리오 작업할 때 듣는 음악을 시나리오가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 그래서 이런 음악 틀어놓고 시나리오 작업하면 대부분 패기 넘치는 내용만 나온다는 게 문제...


10. <고스트버스터즈> (Ghostbusters main theme)


신나는 분위기 만드는 곡으로 따지자면야 이 음악을 또 빼놓고 말할 수가 없다. 어릴 때 귀신잡는 영화라길래 공포 영화인 줄 알았었는데 이 테마 듣자마자 '아, 그리 심각한 분위기의 영화는 아니겠구나' 싶었다는. 아, 이 음악 진짜 좋은데. 들을 때마다 흥얼거릴 수 있는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갑자기 춤추고 싶다.


비정기 연재 끝내주는 테마 모음집 VOL. 2 발매 시기는 언젠가...

덧글

  • bullgorm 2017/11/03 23:15 # 답글

    9번은 지하철역이나 공항같은 공공화장실에 BGM으로 틀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푸드득 소리를 중화시켜 주는 동시에 패기넘치는 장운동을 도와서 앞사람들이 사색에 잠겨있는 동안 뒷사람들이 사색이 되는 일을 방지해주는데 큰 효과를 거두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공화장실에 잔잔한 음악만 까는 것도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CINEKOON 2017/11/04 00:56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장실에서 4번 틀면 대장 운동이 하나의 신성하고 황홀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은데욬ㅋㅋㅋㅋㅋㅋㅋ
  • bullgorm 2017/11/04 01:48 #

    다만 왕좌(?)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실성하게 환장할 경험이 된다는 게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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