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5 16:56

부라더 극장전 (신작)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곤 '전반전의 코미디 + 후반전의 감동' 공식으로 제조된 또하나의 그냥 그런 충무로식 일회용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다. 근데 막상 보니 진짜 그 공식에 따라 만들어진 영화가 맞아 황망 했음. 다만 그런 반전이 있었을 줄이야...


열려라, 스포천국!


코미디 영화로써만 본다면 그리 뛰어난 영화는 못 된다. 일단 뮤지컬을 원작으로 삼아 리메이크한 영화 답게, 전체적인 씬과 시퀀스 구성들이 모두 연극적으로 느껴져 때때로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단막극을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심지어 코미디는 좀 심각한데, 영화를 중반까지 보다가 은연 중에 혼자 깨달은 게 있었다. '내가 이 영화를 절반 이상 보고 있는 지금까지 한 번도, 피식이라도 웃은 적이 없구나'하는 깨달음. 평소 나란 관객이 그렇게 웃음에 메말라 있는 관객도 아니 건만, 이 영화는 그나마도 못 해낸다. 한 마디로 코미디 타율이 썩 좋지 않다. 그나마 피식이라도 했던 게 이동휘 침 삼키는 마동석 장면인데, 이마저도 예고편에서 미리 깠던 거임. 하긴, 원래 예고편에 진짜 웃긴 장면 넣어야 하는 건데 이 장면이 그나마 영화 본편에서 그나마라도 제일 웃겼으니 예고편에 넣은 거겠지. 하여간에 다소 연극적인 느낌의 연출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출연 개그맨들의 컨디션 난조로 빚어진 무지 재미없는 개그콘서트 한 화를 본 느낌이다. 

그리고 충무로 필승 공식에 따라 후반부는 역시 눈물을 요구하는 감동 코드인데, 여기서는 이 영화가 조금의 미덕을 갖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적어도 감정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것. 한국형 멜로 드라마에 흔히 붙여지는 '최루성 신파'라는 것은 말그대로 최루탄에 맞은 것 마냥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는 과도한 연출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근데 적어도 이 영화엔 그 최루성 신파가 없다. 최소한 관객보다 영화가 먼저 울지는 않는다. 최소한 영화가 관객의 멱살을 붙잡고 '울어! 울어!'하고 윽박 지르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엉엉 울었던 건 아니지만, 같은 상영관 내의 다른 관객들에게는 꽤 먹히는가 보더라.

사실 '전반전의 코미디 + 후반전의 감동' 공식을 그대로 따라 만든 영화이긴 하지만, 그 전반전에서 후반전으로 변화되는 사이에 영화가 던지는 나름의 강속구가 하나 있다. 바로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그 요소. 솔직히 영화를 보며 예측해내지는 못했었다. 이 영화에 반전이 있는지도 몰랐을 뿐더러, 영화가 중반부에 세워놓은 사소한 설정 하나가 그 반전을 가려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 빌어먹을 명함 설정. 근데 따지고 보니 이 설정도 작위 끝판왕이네.

바로 그 반전은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동네 미친X처럼 보였던 여자가 알고보니 귀신 허깨비였고, 심지어는 두 주인공 형제의 어머니였다는 반전. 근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똑같네, <헬로우 고스트>랑. 어쨌거나 그렇게 훌륭한 반전은 아니었다고 본다. 허나, 이 반전을 통해 이어진 두 형제의 부모님이 가진 비밀을 설명해내는 시퀀스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하겠다.

<범죄도시>로 졸지에 흥행 배우로서 발돋움하게된 마동석은, 생각보다 이 영화에서 파워풀 하지 못하다.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재밌었던 이유는, 영화가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때때로 예상치 못하게 터져나오는 유머가 모두 그의 입을 거쳤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 영화는 대놓고 코미디잖아. 한마디로 제대로 해보라 멍석을 깔아주니 웃기지 못하는 모양새. 그렇다고 해서 최악인 건 아니다. 그저 캐릭터가 너무 소프트 해짐으로 인해 발생한 불발탄 덩어리일 뿐. 근데 어째 마동석은 최근의 행보가 아놀드 슈워제네거랑 계속 겹치는 것 같냐. <범죄도시>에서도 그러더니만, 이 영화는 왜인지 슈워제네거의 <솔드 아웃>이나 <유치원에 간 사나이>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동휘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라는 평가로 스스로를 증명하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더 좋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이해는 됨. 대놓고 웃기겠다는 코미디에서 이동휘는 왠지 대놓고 웃길 것 같은 이미지인데, 마동석은 좀 다르잖아. 한마디로 마동석 보다 짊어지고 있던 부담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이하늬는 적은 분량 내에서 최소한의 자기 몫은 해내고, 뜬금없지만 지창욱도 괜찮다. 물론 그 시절 그 헤어스타일은 어딘가 괴리감이 있는 것 같지만. 하여튼 다 나쁘지 않은데, 생각보다 좋았던 건 전무송. 와-, 진짜 잘생겼고 감정을 부러 짜내지 않아도 파워풀 하더라. 난 왜 지창욱 보다 전무송이 더 잘 생긴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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