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4 11:31

극장전 (신작)


보는내내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다. 그건 상업 오락 영화로써 굉장한 미덕이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 최소한의 킬링타임 경험마저 제공하지 않는 상업 오락 영화들이 생각보다 더 널려있으니. 

허나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의 연속!' 따위의 컨셉으로 만들고 마케팅까지 하고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는 그저 말뿐인 슬로건을 가진 영화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적으로 영화의 반전이 효과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고 작위적으로 느껴질 뿐더러, 무엇보다 그 반전마저 다른 의미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쉽게 예측되는 반전'이라는 점인데, 이는 반전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대신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일찍이 예상 된다는 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반전의 내용은 합리성 여부를 떠나 예측하기 어려운 종류이지만, 후반부에 분명히 반전이 준비되어 있음을 관객이 의식한단 말이다. 이건 스릴감과 서스펜스를 다뤄야하는 영화에겐 독이다. 악당이 주인공을 엿먹이고, 주인공이 고구마처럼 당하고만 있어도 관객은 불안해하기는 커녕 안심한다. '아, 분명 주인공이 뭔가를 다 준비해놨을 거야!'라는 마음가짐. 관객이 그런 마음을 먹는 순간 이런 종류의 영화는 모든 것을 놓은 거나 다름없다.

현빈은 여전히 그만의 '쪼'를 벗지 못했고, 이런 역할에 가장 알맞게 여겨지는 배성우 마저도 두루뭉술한데다, 히든카드라 할 만한 박성웅 역시도 무미건조하다. 나나는 연기자로서 그녀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듯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너무 매력없고 무성의해 밍숭맹숭하다. 딱 이런 영화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여성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 사실 더 불만인 건 안세하가 연기한 컴퓨터 박사 너드 캐릭터인데, 충무로는 확실히 이런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 고정관념이 있는 듯 하다. 안경 쓰고 호화로운 기계로 가득찬 골방에 틀어박혀 키보드 좀 두들기면 세상의 모든 비밀 전부를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거. 이 정도면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더불어 모니터 안 과도하게 있어보이는 인터페이스는 덤. 이쯤 되면 그냥 성의가 없는 거다. 그와중에 <올드보이>와는 결이 다른 악당을 보여주는 유지태는 본전치기는 함.

여러모로 이병헌과 강동원 나왔던 <마스터>와 비교할만한 영화일텐데, 그 영화도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굳이 둘 중 한 번 더 볼 영화를 골라야한다면 <마스터>를 고를테다. 이제 충무로는 이런 기획 영화의 안일함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만 한다. 근데 <마스터>가 벌써 1년 전 영화네. 시간 참 빠르다.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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