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접했던 영상이 있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영상이었는데, 시 낭송을 한 것이 이례적으로 보였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선 잘 모른다. 실제로 이 사람이 잘 해낼지 아닐지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위 영상을 보고, 인간적인 감동을 받았다. 작년 겨울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흐름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정말 나중에 영화화가 된다면. 그리고 내가 그 영화의 작가이고 감독이라면. 난 이 장면으로 영화의 끝을 내겠다. 이 시 낭송을 보이스오버 시키면서 골목과, 동네와, 학교와, 가게와, 시장과, 광장에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교차편집해서 보여주면 끝장나겠다.
사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떠올린 영화가 있었는데,
샘 멘데즈의 <스카이폴>에 비슷한 장면 있다. 전세계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이란 과거를 뒤로두고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현 시점의 영국과 그걸 빗댄 제임스 본드 및 MI6, 그 모든 걸 은유해 시 낭송으로 담아냈던 명장면. 허나 이 장면이 주었던 감흥과는 별개로, 이것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인가 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좀 있었는데, 엊그제 본 뉴스 덕에 가능하구나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아 졸라 쩐다.

생각해보니 놀란 이 양반도 <인터스텔라>에서 딜런 토마스 시 한 번 읊었었네. 어쩌면 영국인들이 시를 사랑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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