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7 19:38

신과 함께 - 죄와 벌 극장전 (신작)


원작은 읽지 않았다.


스포와 함께.


사실 난 이런 점철된 느낌의 CG 영화 의외로 좋아한다. 근데 뭔가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쑥스러움. 나만의 길티 플레져랄까. 때문에 원작 팬들과 영화 팬들도 혀를 내두르며 까내리기 바빴던 티저 예고편 때도 생각보다 괜찮지 않나 하며 관망중이였는데... 실제로 영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빼어나진 않다. 걸작은 더더욱 아니고, 그나마 수작도 못 된다. 허나 이 정도면 최소한 평작으로써 안타는 치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다. 

거짓말 안 하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첫번째 쇼트인가 두번째 쇼트에서 주인공이 죽는 영화. 물론 이승에선 죽었지만 영화의 배경 대부분이 저승인지라 영혼(?) 비스무리한 상태로 계속 등장한다. 대신 이 주인공 첫 등장 쇼트이자 죽음 쇼트가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는데, 이 영화 전체의 톤을 단 한 번에 제시하는 쇼트라는 게 바로 그 의의다. 이 첫번째 쇼트가 굉장히 과시적이다. 화재가 난 고층빌딩의 상층부에서 직부감으로 촬영하다가 주인공이 유리창을 뚫고 나오자 떨어지는 주인공의 모습 주변을 카메라가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닌다. 말그대로 CG 합성 기술이 아니면 촬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쇼트인데, 이런 쇼트를 가장 앞에 던져둠으로써 '우리 영화는 이렇게 화려하고 복잡한 CG가 쓰인 영화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때문에 과시적인 느낌도 들지만, 뒷부분에 있을 더 큰 스펙터클들에 대해서 대비 하라는 일종의 경고장 같은 느낌도 덩달아 들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작 지옥의 묘사는 좀 아쉽다. 원작을 읽지 않았기에 웹툰에서도 그런 묘사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버전의 지옥은 화려하되 새롭진 않더라. 예고편과 포스터에서부터 아무도 본 적 없는 세계가 열린다길래 각종 상상력으로 무장한 지옥 묘사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우리가 사는 이승의 카피에 불과하더라. 사막이나 빙하, 정글까지도. 심지어 케이블카도 있고 후룸라이드 비스무리한 것도 있음. 사실 나태지옥은 지옥이 아니라 천국 같은 느낌도 들더라. 살기 꽤 좋아보이던데? 물론 그 밑으로 내려가면 영원한 뺑뺑이 머신이... 그리고 저승에 묶여있는 놈들이 이승의 신문물들은 참 많이도 알고 있더라. 로또부터 어벤져스까지... 로또는 그렇다쳐도 어벤져스는 어떻게 아는 거야.

등장인물의 수도 꽤 많고, 서브 플롯도 꽤나 꼬여있는 편이라 막상 줄거리를 요약하라고 한다면 꽤나 땀이 날 법한 영화다. 그래서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이야기의 구조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면 별 게 없다. 오히려 간단하다. 전체적으로 비디오 게임의 규칙 같은 이야기 구조라고나 할까? 주인공 김자홍을 따라 지옥의 각양각색 스테이지를 깨부수고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구조. 근데 게임의 구조라면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야 하는데 왠지 중간 몇 판은 좀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느낌이 듦.

대신에 그만큼 반복적이라 지루한 느낌도 든다. 다음 지옥재판 열리는 곳까지 가는 동안 짧은 모험을 함 -> 재판 받음 -> 이김 -> 다음 지옥재판 열리는 곳까지 가는 동안 짧은 모험을 함. 이런 구성이라. 때문에 김자홍의 메인 플롯보다 김수홍과 강림차사의 서브 플롯이 더 재미있다. 차태현보다 김동욱의 연기가 더 만족스럽기도 하고.

또 신파라는 약점 또한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는데, 일정 부분 동의한다. 반면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로써 안전빵을 찾아간 건 또 당연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고. 다만 난 울지 않았다. 개봉 이후부터 보기 직전까지 손수건 없이는 안 되는 영화라길래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내가 냉혈한인 건지 딱히 눈물은 안 나더라. 그냥 경계초소 장면이 빡쳤을 뿐.

하정우를 시작으로 차태현, 김동욱, 주지훈, 김향기, 이정재, 임원희, 오달수, 정해균, 김하늘, 김수안, 예수정, 장광, 김해숙, 김수로, 유준상, 김민종, 마동석 등의 배우들이 한꺼번에 몰려 나오는 파워 멀티 캐스팅 영화이기도 한데, 이 점에 있어서는 명과 암이 둘 다 분명히 있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예측 못한 곳에 스타 배우들을 툭툭 던져 놓는 것 자체는 꽤 재미있다. 깜짝깜짝 놀라는 효과도 있고. 허나 더불어 그만큼의 소격효과도 함께 동반한다. 몰입이 깨져버린다. 최소한 김수로와 유준상 등이 연기한 캐릭터들 정도는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 했어도 되었을 거다.

그래도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다음 편이 기대되는 것도 아닌 정도. 딱 그 정도의 영화. 현재의 흥행세로 보면 천만 관객 돌파 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분위기인데, 롯데로써는 첫 천만 영화를 손에 넣은 기분이 어떠할까.

뱀발 - 롯데 영화 아니랄까봐 롯데 월드 타워 나오더라. 근데 역시 안 무너뜨림. CJ 영화였다면 무너뜨렸으려나... 애초에 월드 타워가 안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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