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7 20:11

패터슨 극장전 (신작)


내용은 단순하다. 

미국의 패터슨이라는 도시에는 패터슨이라는 남자가 산다.
이 남자는 버스 기사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침대를 나선다. 
매일 같은 시리얼을 먹고 같은 복장을 입은채 집을 나선다.
차고지에서 근무를 시작하여 종점 차고지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쉬는데, 그 때마다 패터슨은 시를 쓴다. 
시를 쓴다고 해서 그가 베스트셀러 시집의 작가인 것은 아니다. 그는 그저, 그냥 시를 쓴다.

시짓기와 점심을 끝마치면, 그는 다시 버스에 올라 출근했던 차고지로 돌아온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퇴근을 하곤 일어나 있는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저녁을 먹는다.
이어지는 강아지 마빈과의 산책 시간. 그 끝자락엔 항상 단골 바에서의 맥주 한 잔이 기다리고 있다.
그 일상이 끝나면 패터슨은 집으로 온다. 그는 아내와 함께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키스를 하곤 침대를 나선다.

쉽게 말해 이 영화는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 씨가 시를 짓는 일주일 간의 내용이다.
반복의 이미지가 가득하고 나른하게, 때로는 능글맞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게 다다. 이게 이 영화의 전부다.

하지만 어쩌면 이게 진짜 예술의 본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꼭 누구에게 보여줄 목적이 아니더라도, 꼭 출판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비밀 노트에 시를 끄적이고, 빨래방에서 혼자 랩을 지껄이고, 주말에 본 영화를 함께 떠드는 것.
일상 곳곳에 은은하게 누적되는 예술, 그리고 그 일상 자체가 예술이 아닐까 라는 생각.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시를 쓰는 행위 자체가 시일 것이라고.
이 영화가 그런 생각을 뒷받침 해주는 증거인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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