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31 11:55

2017년 영화 결산 줄세우기

2017년에 한국에서 공개 되었던 영화들 중 나의 개인적 TOP 10과 WORST 5. 올해는 넷플릭스 활용도 잘했기에, 극장 개봉작 뿐만 아니라 제작과 공개 시점이 2017년인 넷플릭스 공개작들도 포함한다. 결국 세어보니 올해 공개작 중 관람한 영화가 딱 100편. 


일단 TOP 10 부터.



10. <남한산성> (황동혁)


굳이 2017년의 한국 영화들 내에서만 비교를 하자면 올해 가장 뜨거웠던 영화는 장준환의 <1987>이였고, 올해 가장 차가웠던 영화로는 이만한 영화가 없었다. 이미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역사적 사실과 원작의 무게감을 제대로 이어 받으면서도, 가상 시공간을 다루는 영화라는 예술 매체가 우리가 사는 현실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제대로 보여준 모범사례. 이 TOP 10 목록에 들진 못했지만, <강철비>가 현대를 배경으로 한반도의 복잡한 상황을 보여줬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도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어떤 영화들 보다도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과 잘 겹쳐서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내가 지금까지 한국 영화들에서 지겹다 느껴왔던 관습적 묘사들을 싹 다 피해간 영화라서 더 좋기도 하다. 전쟁과 전투를 다루면서도 그 자체의 스펙터클에 함몰되지 않고,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면서도 어설픈 신파로 진행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이병헌과 김윤석, 박해일과 박희순은 제 몫 이상을 충분히 해냈다. 거기에 더해지는 감독의 잔잔한 연출력.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남한산성>에서 김상헌이 노인을 죽일 때. 그 때 카메라는 와이드한 롱 쇼트로 빠진다. 구체적인 폭력과 살육 묘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얼어붙은 강과 눈덮힌 산 사이에서 노인이 쓰러진다. 미장센적으로 한 개인의 죽음이라기 보다, 시대 상황 속의 죽음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이 장면과 이 영화에 대한 마지막 말은, 이 영화 개봉 즈음 '썰전'에 출연했던 원작자 김훈이 이 영화에 했던 말로 대신한다.
"자세히 표현하려면 멀리 빠져야할 때가 있다."

좋았던 장면 : 김상헌 상상 속의 봉화 장면. 촌스럽지만, 그 상상의 함성과 그 상상의 봉화만큼 슬픈 것은 또 없었다.



09. <혹성탈출 - 종의 전쟁> (맷 리브스)


근래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물었던 작가주의적 블록버스터. 고예산에 휘둘리지 않고 감독이 자기만의 길을 간 것 같아 기쁘다. 더불어 CGI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그냥 원숭이들을 데려다 놓고 촬영한 것만 같은 그 CGI 퀄리티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 허나 가장 좋았던 건, 21세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사에 남을 '시저'라는 캐릭터의 일대기가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려졌다는 것.

SF 장르야말로 가장 정치적일 수 있는 장르다. 물론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을 본격 SF 영화라고 하기엔 어려우나,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게 묻는 일종의 우화인 것 같아 좋다. 인간과 유인원 사이를 가르는 그 기준은 무엇인가.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그 조건을 잃으면 인간은 인간이 아닌 게 되는가. 따위의 질문들을 연속적으로 유발하는 영화라 좋다 이거다.

그러면서도 3부작의 마지막 장 답게 시저의 아름다운 퇴장도 준비해두었다. 흡사 모세가 되어 자신의 민족들을 이끄는 시저의 모습엔 일종의 우아함 마저 느껴진다. 이 정도로 장중하고 깔끔하게 닫았으면 프리퀄이든 시퀄이든 스핀오프든 무엇이든 간에 나오면 안 된다. 이 시리즈는 딱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자 최고의 상태일 것이다.

좋았던 장면 : 시저의 결말. 그에게 있어 여러모로 걸맞는 합당한 결말이라 생각한다.





감독이 SNS에서 아가리만 안 털었더라면. 이런 영화 만든 게 나라면 SNS 끊고 스마트폰도 저만치 멀리로 던져놓을 것이다. 그만큼 감독 논란 때문에 묻힌 비운의 영화. 

사실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을 다루는 영화들은 쎄고 쎘다. 이 방면엔 아직도 홍콩의 <무간도>가 버티고 있으며, 이걸 리메이크한 할리우드의 <디파티드>도 있고, 이걸 따라한 충무로의 <신세계>도 있지 않은가. 때문에 그냥 생각없이 만들면 단순한 우라까이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어코 멜로 드라마 한 방울을 첨가한다. <디파티드>엔 없었고 <무간도>와 <신세계>엔 너무 적게 들어가 있어 은은하기만 했던 그 멜로 드라마를 거기에 한 방울 더 넣는다. 실제로 설경구는 퀴어 영화들 속 멜로의 감정으로 상대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들었다. 때문에 살짝 BL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허나 그 맥락과 분위기 자체가 주는 힘이 있다. 의외로 작년의 <캐롤> 같은 분위기를 가진 영화랄까.

그러면서도 촬영과 조명이 멋지다. 아니, 섹시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루하더라도 아름답고 이치에 맞게 놓인 롱테이크와 감각적인 조명이 영화 전체에 꽉 들어차 있고, 연출과 각본도 관객의 기대를 시종일관 배신하는 맛이 있다. 오프닝은 그야말로 예측불가능으로 강렬했다. 엔딩은 서정적이면서도 여진이 길었다. 영화를 이 정도로 만들어놓고도 그렇게 헛소리를 하고 싶었을까. 역시 사람 일은 모를 일이다.

좋았던 장면 : 교도소 안 최후의 만찬. 재호의 권위가 방 안에 가득 찬다.



07. <로건> (제임스 맨골드)


사실 난 이 영화가 올해 1위 자리를 능히 차지할 거라 개봉 전부터 생각했었다. 물론 영화 좋고, 7위의 자리도 낮은 자리는 아니다. 허나 기대했던 것에 비해, 깔아놨던 것에 비해 영화가 훌륭하지도 않았고 잘 못 놀았다.

일단은 R등급의 강렬한 묘사가 좋다. 수퍼히어로로서 울버린의 주된 능력은 힐링팩터와 클로다. 힐링팩터를 돋보이게 하려면 그만큼 피투성이가 되어야 하고, 클로를 돋보이게 하려면 그만큼 상대를 많이 썰어제껴야 한다. 때문에 다른 수퍼히어로들에 비해 울버린은 그동안 PG-13 정도의 등급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 그럼에도 멋지긴 했지만, R등급인 이 영화에서 만큼은 아니었지. 거의 봉인이 풀린 듯한 수준으로 폭발하는 폭력 묘사가 좋다. 

더 좋은 건, 멋진 R등급 묘사를 포함해 이 영화 속에서 수퍼히어로 주인공이 겪는 딜레마와 갈등이 모두 그 주인공의 수퍼파워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이다. 힐링팩터가 바로 그렇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이전 작인 <더 울버린>에서부터 울버린의 힐링팩터를 일종의 저주로 보았다. <더 울버린>에서 울버린은 불사의 몸 덕에 주변 사람들이 다 죽고 떠나가는 광경을 목도해야하는 비극을 가진 주인공이었다. 이 저주와 이 비극은 후속작인 <로건>에서도 이어지는데, 여기서는 이에 한 숟갈 더 떠서 그 힐링팩터가 사라지며 점점 가늘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게 이 영화의 좋은 점이다. 주인공의 파워와 약점이 모두 그의 태생적 능력으로부터 기인한다는 바로 그 점.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영화가 아쉬운 이유는, 하고 싶은 게 뭔지는 알겠는데 그걸 잘 못했다는 거다. 표현하고 싶었던 건 두가지 정도일 거다. 1. 폭력으로 살아온 남자가 자신이 벌였던 과거의 폭력들에게 벌을 받는 것. 2. 유사부녀 관계. 

1번은 같은 배우를 합성해 젊은 울버린을 만들어 악당으로 설정한 것에 대한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도 영화 내내 자신이 벌여왔던 폭력들에 대해 반성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도 하고. 근데 정작 그런 메시지를 던져놓은 영화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대부분의 갈등을 폭력으로 푼다. 액션 영화고 수퍼히어로 영화인데 그럼 대화로 푸냐, 라고 태클을 걸 수도 있다. 나도 인정한다. 액션은 있어야하지. 허나 애초부터 폭력에 대해 반성하는 영화라면 앞으로 행해질 폭력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 그런 태도는 잘 안 보인다. 그리고 젊은 울버린을 빌런으로 설정 해놓은 것도 싫다. 중반부까지 있어보이게 잡아놓은 도널드 피어스란 캐릭터가 용두사미 되어버리잖아.

2번. 유사부녀 관계를 묘사해 감동을 주려는 것도 알겠다. 허나 그럴 거였으면 그 둘의 관계를 좀 더 촘촘히 묘사 했어야지. 둘 사이의 인간적인 정은 크게 느껴지지 않고, 로건이 그저 그 소녀를 지키는 게 옳은 일이고 자신이 해야할 마지막 일처럼 느껴지기에 지키는 것 같다. 서로 윽박지르기에만 바빠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한 캐릭터를 17여년동안 연기해온 한 남자에 대한 헌사이기에. 그렇기에 그냥 팔짱 끼고 볼 수만은 없다. 리부트된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저 역시도 우아하고 기품있는 퇴장을 맞이했지만, 17년동안 함께해온 이 배우의 퇴장만큼 슬픈 것은 아니다. 휴 잭맨은 정말 훌륭한 배우다. 그리고 그의 로건은 너무나도 힘겹게, 그러면서도 너무 오래 살았다. 영화 속 인물이지만, 이젠 그가 편하게 영면 했으면 한다.

좋았던 장면 : 그 남자의 영면. 우리 세대의 아이콘이 되어주어 고마웠어요, 휴 잭맨.



06. <파운더> (존 리 행콕)


존 리 행콕의 영화들 중 아쉽게 본 영화들이 없다. 그 중 <블라인드 사이드>와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는 발군이고, 특히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에서의 플래시백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실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끝까지 그 인물들을 다정다감하게 안아주고 케어 해주는 그 느낌. 근데 재밌는 건, 이번 <파운더>에서는 실존 인물을 안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 크록을 비난하려 들지도 않는다. 존 리 행콕은 그저, 그 인물 자체를 솔직하고 오롯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클 키튼의 연기는 뛰어나다. 원래 연기가 뛰어난 양반인 건 알았지만, 그 특유의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영화 전체를 한 번에 요약하고 대변해 버린다. <버드맨>으로부터 시작된 이 남자의 제 2 전성기는 이 영화와 <스파이더맨 - 홈커밍>을 통해 나날이 점프하는 중이다.

재밌는 건, 한국 관객에게 있어 존 리 행콕이 다룬 실존인물들 중 가장 와닿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블라인드 사이드>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오어는 미식축구 선수다. 한국에서 그리 인기있는 종목은 아니다.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에서의 실존 인물은 둘인데, 그 중 하나인 트레버스는 메리 포핀스의 원작자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긴 하다. 허나 메리 포핀스라는 작품 자체가 한국에서 그리 영향력 있는 작품이 아니고, 또 다른 주인공인 월트 디즈니의 이름은 꽤 영향력 있지만 실생활에서 맥도날드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또 아니지 않은가. 

좋았던 장면 : 맥도날드 형제의 햄버거 공정 발레. 그 과정 자체가 우습지만 재미있다.



05. <히든 피겨스> (시어도어 멜피)


올해 좋은 영화들이 많았지만, <히든 피겨스>만큼 나에게 힘을 주는 영화는 없었다. '힐링'이라는 단어와 그 활용에 있어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굳이 '힐링'이라는 단어를 써야한다면 이 영화에 쓰고 싶었을 정도. 

무엇보다 어느 하나의 특징적인 절대 악을 설정해두지 않은채 그저 어리석은 자들이 이 세상에 많을 뿐이라는 영화의 태도가 쿨했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하는 그 연대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영화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하는 사이다 같은 영화기도 한데, 특히 주인공인 캐서린의 유색인종 화장실에 대한 일갈은 더할나위없이 시원했다. 올해의 청량제 후보감.

마냥 착하기만한 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이 정도로 사람 맘을 열어제꼈으면 탑텐 목록에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남녀노소 누구와 보아도 착하게 달라붙을 그런 영화.

좋았던 장면 : "나사에서는 모두 같은 색 오줌을 싼다." 아이, 시원해.



04. <녹터널 애니멀스> (톰 포드)


이야기와 테크닉 모두 훌륭한 수작.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의 개념과 그 과정을 영화적인 방법으로 묘사해낸 재밌는 작품. 

다소 찌질하게 느껴질 수도 있긴하지만, 상대를 나에게 감정이입 시켜놓고 거하게 뒷통수를 때려버린단 점에서 지구최강의 복수. 또한 모든 남자들의 공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기도 하다. 극 중 극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토니가 겪는 그 날 밤 그 도로변에서 있었던 일은 그야말로 호러블이었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닌데 긴장감을 실 당기듯이 팽팽하게 유지 시키는 연출력과 연기력에 박수를.

톰 포드가 감독으로 첫 데뷔했을 때만 해도 옷이나 만들지 왜 영화까지 만들려고 하는 건가 싶었었는데 어째 신은 불공평한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이 정도로 연출을 할 수 있다면 앞으로 의상 디자인은 부업으로 해도 괜찮겠다. 더불어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를 얘기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마이클 셰넌과 아론 테일러 존슨 모두 잘 해냈지만 제이크 질렌할의 그 표정을 따라갈 수는 없겠다. 원래 좋아했던 배우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매년 필모그래피를 갱신하는 것 같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결말이 좀 허무하단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두시간 내내 기 그만큼 모아놓고 막상 기공포 쏘아야할 타이밍에 비눗방울만 나가는 것 같은 엔딩. 허나 이리 허무해서 더 잔인하고 완벽한 복수라는 생각도 들고.

좋았던 장면 : 그 날 밤 그 도로변에서 벌어졌던 장면들. 술먹은 양아치들이 외계인이나 귀신보다 더 무서울 줄이야.



03. <패터슨> (짐 자무시)


이 리스트에 든 영화들 중 가장 별 내용 없는 영화라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가 좋은 것을 어떡해. 정말이지 오랜만에 맘에 쏙 들었던 짐 자무시의 영화.

아담 드라이버의 저음을 멋드러지게 잘 활용한 영화기도 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때도 나름 만족한 배우긴 했었지만 그 특유의 저음을 이렇게까지 잘 살려낼 줄이야.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에 대한 관심 내지는 애정 같은 건 틈틈이 있어왔다. 그리고 난 무엇보다도, 시를 쓰는 행위 자체가 시일 것이란 생각을 항상 해왔었다. 근데 이 영화가 그런 의견의 증거가 되어주는 것 같아 기뻤다.

별 거 아닌 이야기도 연출력으로 조지면 답이 없다는 걸 보여준 대단한 영화. 소소해서 더 좋은 영화. <패터슨>에 대해서는 애정 뿐이다.

좋았던 장면 : 패터슨이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하는 시 낭송. 지루해질법한 낭송 묘사를 폭포수로 디졸브해 우아함을 강조한 연출.





이건 뭐 덕후니까 그런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따지고보면 현재 <라스트 제다이>는 코어 팬들에게 더 공격받는 영화지 않은가. 게다가 작년 내 TOP 10 리스트엔 <로그 원>이 못 들었었다. 때문에 무조건적인 <스타워즈> 사랑이 2위자리를 불러온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가 정말이지 좋기 때문에 선정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

언제나 이 시리즈를 붙잡는 건 '과거'란 생각을 했었다. 과거는 좋은 거다. 영광의 순간이었을테니까. 다만 그 과거에 너무 메여사는 것 또한 별로 좋진 않다. 근데 이 시리즈는 언제나 그래왔다. 오리지널 클래식 3부작의 영광 때문에 프리퀄 3부작도 비슷해질 수 밖에 없었고, 새롭게 런칭된 시퀄 3부작의 첫 장이었던 <깨어난 포스>는 그야말로 <새로운 희망>의 뉴 스킨 편집본에 불과해보였다. <스타워즈> 자체가 계속 자기복제에 불과한 시리즈였던 것이다.

근데 이 영화는 그걸 깬다. 사실 깬다는 표현보다도 좀 더 과격하게 부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팬들은 이 영화에 등을 돌렸다. 팬들은 다 그 과거 모습 보고 좋아서 입덕한 거잖아. 근데 그걸 다 파괴하니까 싫어하는 거지. 나 역시도 과거의 것들이 좋아서 팬이 된 것이었는데, 그랬는데, 그래도 이 영화가 좋더라.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이 시리즈의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루크 스카이워커 묘사에 대해서 많은 팬들이 불만을 갖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먼치킨급이라고 본다. 세상에 마상에 몇 억 광년 떨어져있는 행성에다가 자기 분신을 보내놓고 또 다른 포스 유저와 싸웠는데 심지어 그 또 다른 포스 유저는 이게 본체인지 허상인지도 구분 못했잖아. 이 정도면 먼치킨 맞지 뭘. 진짜 MCU 영화나 <엑스맨 - 아포칼립스> 같은 데에서 나왔던 것처럼 포스로 퍼스트 오더 거대 병기들 싹 깡통 구기듯이 구겨줘야 먼치킨이냐.

좋았던 장면 : 사무라이 영화를 연상케했던 레이 & 카일로 vs 스노크 친위대 라이트 세이버 듀얼. 


01. <컨택트> (드니 빌뇌브)


한치 앞을 모르는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딱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진실이 있다. 언제인지, 왜일지, 어떻게일지는 몰라도 우리가 결국엔 모두 죽는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왜 결국엔 다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불변한 진실을 알고서도 끝끝내 살아내야하는 것일까. <컨택트>는 그 질문의 답이 되어주는 영화다.

<컨택트>에 대해선 길게 할 말이 없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다. 떠올리기만해도 그저 벅차오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에 감사하게 해주어서 영화에게 그저 고맙기만 했다. 

좋았던 장면 : 우주 최강의, 유일무이할 플래시 포워드 시퀀스. 


올해를 빛내준, 나의 감독들을 마지막으로 모시며-



최고가 있으면 최악도 있는 법. 뱀발로, 올해 최악의 TOP 5.




이게 이 순위에 안 들면 서운 하겠지? 그래도 이 시리즈에 미덕이 있다면 매편마다 전편을 갱신한다는 거다. 이런 소재에 이런 예산에 이런 기술력 가지고 이런 영화 만들기도 어렵겠다.


04. <어쌔신 크리드> (저스틴 커젤)


사이비 교주가 만든 게임 플레이하는 사람 옆에서 그 게임을 구경하는 기분. 이게 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네. 실제로 영화도 뭔 소린지 모르겠음.


03. <비정규직 특수요원> (김덕수)


이런 영화가 아직까지도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이 슬프다.


02. <B 특공대> (제시 거스태프슨)


올해 넷플릭스가 나에게 준 최고의 똥.


01. <악녀> (정병길)


2위의 <B 특공대>와 마찬가지로, 하고 싶었던 설정들과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들을 먼저 나열 해놓고 그 장면들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갖다 대어 얼기설기 만든 작품. 최악의 영화 다섯편 안에 한국영화가 두 편 있는 것도 슬픈데, 그 둘 다 여성 중심 영화라는 점에서 더 슬프다. 진짜 한국에서 영화 만드는데 특히 여성 영화나 퀴어 영화나 장르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책임감 정도가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이 있을테니까.



한 해가 갔으니 춤이나 한 판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작년 TOP 10 리스트에는 한국영화가 딱 한 편 밖에 없었다는 거다. 근데 올해 리스트엔 두 편이나 있으니 나름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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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18/01/02 15:56 # 답글

    콘택트는 한번 보고 싶은데.. 오래전에 나온 동명의 SF영화가 있어서 헷깔리네요
  • CINEKOON 2018/01/09 17:17 #

    콘택트, 컨택트. 어느 쪽을 골라 잡으시던지 명작이라.
  • 힘찬티켓 2018/01/04 01:50 # 삭제 답글

    파운더 안봤는데 봐야겠네요 ~~~
  • CINEKOON 2018/01/09 17:16 #

    정말 좋은 영화인데, 국내에서는 크게 이슈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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