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2 15:37

데스 큐어 극장전 (신작)


미로라는 확실한 컨셉으로 의외의 재미를 주었던 1편과 그 확실한 컨셉이었던 미로 밖으로 주인공들을 몰아냄으로써 유일한 무기를 잃어 잔재미 밖에 남지 않았던 2편. 그리고 드디어 시리즈의 마지막 3편이 당도했다.


스포일러너!


이 시리즈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영어덜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겠다.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소설인만큼 주인공도 모두 타겟 독자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인물들이고 그러다보니 영화 속 주요 악당들은 모두 기성세대, 즉 어른들이다. 이건 뭐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재림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영화는, 기성 세대가 정해놓은 룰과 전체주의로부터 탈주하는 신세대의 이미지로 채워진다.

기성 세대 vs 신세대 구도를 베이스 삼아 영화가 진행하는 주요 논제는 또 따로 있는데, 바로 '전체를 살리기 위해 한 명의 희생을 용인할 것인가' vs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전체가 뛰어들 것인가'의 싸움 정도가 되겠다. 물론 기성 SF 문학들과 영화들에서 이미 많이 탐구한 주제긴하나,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런 젊은층 타겟의 메인 스트림 상업 영화가 같은 생각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영화 속의 어른들은 모두 전체를 위해 소수를 희생 시키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것이 단순한 이상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실존하는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라고 보고 있다. 재밌는 건 악당으로 상정되어 있는 위키드 측만 그런 건 또 아니란 거다. 주인공들을 도와주는 선역의 조력자들 중 어른들도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한다. 친구를 구하러 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고 이해하지만, 너무 위험부담이 크며 우리 모두가 달려들기엔 무의미하다고. 오른팔 조직의 빈스와 호르헤 같은 어른들은 모두 반대한다. 물론 그런 반대에도 주인공들은 당연히 친구를 구하러 떠나지만. 재밌는 건, "친구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너희들 모두가 뛰어드는 건 너무 위험하고 바보같은 짓이야"란 대사를 하는 빈스의 배우가 배리 페퍼라는 사실이다. 그는 이미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일병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조직된 팀의 멤버 중 하나 아니였나. 그것도 간지폭발하는 저격수로. 이런 잔재미가 또 있다.

1편대비 제작비가 약 세 배 가량 늘어난만큼 꽤 재미난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다. 특히 초반부 열차 1량을 강탈하는 장면은 규모나 트릭이 그리 다채롭지 않음에도 시선을 끈다. 근데 그 장면에서는 오프로드 자동차가 많이 나오고, 거대한 무엇인가를 훔치고, 감정적 동기가 우정과 의리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떠오르더라. 그런 생각한 건 나뿐이냐 어쨌거나 초반부도 나름대로 스펙터클하고, 후반부의 액션 연출 역시 괜찮다. 폴 그린글래스가 <본 슈프리머시> 이후로 유행시켜 10여년 간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주된 트렌드로 군림해온 핸드헬드 촬영의 쉐이키캠이 이 영화의 액션 장면엔 없다. 폴 그린글래스는 잘하기라도 했지, 마이클 베이 그 양반이 로봇병정놀이 시리즈 찍으면서 흔들어제낀 카메라 워킹들 덕에 대체 어떤 액션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몰랐었거든. 근데 이 영화는 깔끔하게 해준다. 게다가 평균 쇼트 길이도 나름대로 길어서 컷 편집도 여유있다. 적어도 액션의 구체적인 동선과 합을 제대로 명징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여러가지 주제적, 테크닉적 장점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지고 보면 평범한 액션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가 뭐래도 내게 있어서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미로'였거든. 근데 1편 엔딩 이후로 그 미로 속으로 다시 안 들어가잖아. 그러니까 2편이나 3편이 후진 건 아닌데, 다른 액션 영화들에 비하면 별다른 경쟁 포인트가 없다는 거지. 보면서 자꾸 주인공들이 다시 미로 속으로 들어갔으면 했다.

그나저나 이제 그 무인도에서 어떻게 살아가냐. 기껏해야 나무로 책걸상이나 만들겠지 컴퓨터 같은 물건은 도저히 못만들 것 같은 미래던데. 나무 무시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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