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9 11:38

패딩턴, 2015 대여점 (구작)


아, 진짜. 내가 이걸 왜 이제 봤지.

애니메이션이나 약간 유아틱한 컨셉의 실사 영화들에 딱히 알레르기가 있지는 않다. 오히려 가끔은 즐겨본다. 그 가벼움이 좋아서. 근데 이 영화는 보기가 싫었다. 개봉 당시에 딱 그거 하나가 맘에 걸려서 안 봤었다. 결여된 현실성. 딱 그거 하나 때문에. 예고편 보는데 시바, 곰이 이족보행에 옷까지 입고 영어를 쓰는데 예고편에 나오는 그 누구도 별 반응이 없잖아. 이게 현실이었으면 패딩턴은 헬로우의 헬도 꺼내기 전에 이미 사살이며 사살 당하지 않고 헬로우까지 완창했더라도 분명 잡혀 끌려가 생체실험 내지는 동물원의 말하는 곰 쇼에 동원되었을 것이다. 근데 이 영화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거든.

결국 속편 개봉 때문에 의무방어전처럼 보게 된 영화인데 이게 웬걸. 연출 진짜 좋네. 내가 워낙 플랫한 연출가이다 보니 타란티노나 매튜 본처럼 과시적이고 테크닉 가득하게 미장센 짜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는데갖지못한것에대한부러움이랄까,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패딩턴이 기차역에서 브라운 내 가족과 첫 조우하는 순간 뒤에서 지지직 거리고 있던 'Lost & Found'가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영화내내 발랄하고 아이디어 좋은 미장센이 가득이다. 이런 표현 쓰기 진짜 싫었지만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가 맞다.

코미디 감각도 굉장한데, 영화의 거부감을 유발했던 비현실성을 코미디로 때려박아 부숴 버린다. 런던 도착해서 나 좀 봐달라고 인사 때렸는데 다들 바빠서 그냥 치고 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진짜. 웨스 앤더슨의 <판타스틱 Mr. 폭스> 이후 이런 괴랄하고 센스있는 유머 감각은 처음이다.

캐스팅이 은근히 화려한데, 알고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먼의 작품이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해리포터> 시리즈 블루레이 사서 전편 메이킹 다 관람하면 이 사람이 항상 저 포즈로 나온다. 그리고 1편부터 8편까지 점점 늙는다 덕분에 유명한 영국 배우들이 꽤 많이 나오는 편. 극 중 브라운 가족 내의 사촌 할머니는 <해리포터> 속 론 위즐리의 엄마이기도 했고, 패딩턴의 든든한 조력자로 나오는 브라운 부인은 <셰이프 오브 워터>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셸리 호킨스. 영국 배우는 아니지만 악독하고 실행력 좋은 빌런으로 니콜 키드만, 골동품점 주인네는 짐 브로드벤트. 게다가 동네 외로운 영감탱이는 심지어 12대 닥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대단한 캐스팅 대체 뭐냐.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패딩턴 목소리를 한 벤 휘쇼. 목소리 진짜 귀엽고 따뜻하더라.


하지만 내 최애캐는 역시 미스터 브라운......
 
하여튼 대단히 귀여운 영화. 대단히 재밌다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연출과 귀여움이 반짝반짝한다. 이런 영화 싫어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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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패딩턴 2 2018-02-21 14:53:00 #

    ... 무엇보다도 귀여움. 귀여운 걸 이길 수 있는 건 흔치않지. 하지만 영화가 단순히 귀엽고 예쁘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각본과 연출이 치밀하단 생각이 먼저 든다. 1편도 그랬었지. 하지만 2편이 좀 더 하다. 이발소 에피소드에서 패딩턴의 타겟이 된 아저씨가 후반부 법정 장면의 판사일 줄이야. 복선을 잘 깔아두고, 전체적으로 회수도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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