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5 01:54

레드 스패로 극장전 (신작)


제니퍼 로렌스를 좋아하고, 프란시스 로렌스를 살짝이지만 믿는다. 그리고 에스피오나지 장르도 좋아한다. 하지만 포스터 마냥 고춧가루 MSG 쯔왑쯔왑 뿌려대 개같이 매운 떡볶이를 먹는 그 기분. 노출 수위도 세고 폭력 묘사도 세다. 조조영화로 아침부터 보느라 죽는 줄 알았다.


레드 스포일러!


내용은 단순하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도미니카'는 촉망받는 무용수였으나 사고로 다리 부상을 당하고 무용수로서의 미래를 잃는다.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처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와중 러시아 정보국에서 일하고 있는 삼촌의 제안에 의해 스파이 세계로 입문하게 된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 딱 잘라 말해, '조직으로부터 탈주 하려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란 말씀. 근데 재밌는 건, 시놉시스만 봤을 땐 무조건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 줄 알았단 거다. 알고보니 21세기 현재였어.

21세기의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치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묘사는 영락없는 냉전 시기다. 문제는 새로운 묘사가 없다는 거다. 21세기의 신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에스피오나지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면 기존 구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에스피오나지 영화들에 비해 뭔가 새로움이 있어야하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게 없다. 그냥 현대식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사용할 뿐, 크게 다른 요소를 가져온 게 없단 말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지지부진하다. 까놓고 말해 레드 스패로로서 훈련을 이수하고 졸업을 앞둔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를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무용수였단 설정이 크게 중요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물론 초반부 무용 장면과 접선책 추격 장면의 교차편집은 기가 막히더라. 긴장감도 제대로 쫄깃하게 선사하고. 그렇지만 그러면 뭣하나. 초반부 이후 급 하락하는 퀄리티를 어떻게 잡아. 주인공에 정이 안 가니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큰 관심이 없어지고, 때문에 나름 장르적 재미로 발전 시키려 했던 것처럼 보이는 중후반부 이중첩자와 배신의 다층적 구조는 그 힘을 잃는다. 심지어는 지금 이게 대체 뭔 소린지 싶기도 하고. 

수위가 전체적으로 꽤 높은데, 감독이 최대한 선정성을 소거하려고 했던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물론 이건 내 취향일 수도 있다. 그치만 영화를 본 건 나잖아. 당연히 내 취향이 중요하지. 보는내내 등장하는 폭력 장면과 겁탈 장면들에서는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밖에 없겠더라.

제니퍼 로렌스는 점차 이런 역할로 스펙트럼이 좁아지는 것 같아 아쉽다. 뭘해도 돌아이거나 센 캐릭터. 제니퍼 로렌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어딜 가도 살아남을 것 같은 '생존력'이긴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만이 꼭 좋아 보이지는 않잖아. 조엘 에저튼은 멋지지만 아쉽고, 제레미 아이언스는 캐스팅 자체가 스포일러. 결국 첩자질하는 게 당신일 줄 알았어. 어쩐지 혼자 너무 멋있더라니.

전체적으로 영화는 불쾌하고 지지부진해서 별로. 재밌었던 건, 조조 영화로 이 영화 때리고 나서 바로 이어 본 영화가 임순례의 <리틀 포레스트>였다는 거. 조미료 엄청 때린 매운 음식 먹고 청정 웰빙 음식을 연이어 먹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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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03/05 17:29 # 답글

    레드 스페로 볼까했는데 걸러야겠네요. 잔인한 것도 모라자 겁탈까지.. 돈 굳어서 기쁘다아.. -_-;;
  • CINEKOON 2018/03/06 13:19 #

    그런 묘사들을 제외하더라도 영화 자체가 지지부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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