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2 20:34

리틀 포레스트 극장전 (신작)


조조로 때린 레드 스패로의 매운 너덜너덜해져 있을 즈음 연이어 보게된 담백한 맛의 영화. 일본 원작 답게 삼삼하고 정갈하면서도 사건이나 갈등없이 전개를 이어나가는 부분이 대단하다. 


스포일러라고 것도 없을 정도로 영화가 내용이 없다. 이쯤되면 없는 영화라고 욕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없음에도 놀랄 정도로 진중하고 깔끔해서 좋다. 예전에 어느 방송에선가 유희열이 했던 말이 있었다. 그냥 머리 위로 노래 흘러간다~ 하며 그냥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음악들이 헛되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음악들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고. 영화가 그런 종류의 영화가 아닌가 한다.


예로, 극중 주인공은 여성이고 주위에 고향친구로 남성 캐릭터가 하나 설정되어 있다. 둘은 그럴듯한 연애 플래그를 세우고, 심지어 남성 캐릭터가 좋아한다는 식의 뉘앙스를 밖으로 내뱉기도 한다. 통상적인 한국영화라면 떡밥을 발판삼아 후반부엔 연애 이야기를 이어갈텐데, 영화엔 그런 것조차 없다. 그런 떡밥은 시골 분뇨 마냥 그냥 묻히고 만다. 이런 깔끔하다못해 패기 넘치는 전개가!


나름 도시인 전주 출신이면서 친가는 고창 아산면 시골인지라 어린 시절부터 시골 풍경과 그리 어색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골에서 살고 싶단 생각을 해본 번도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는 조금 달라졌다. 물론 살고 싶은 여전히 아니지만, 어쩌면 살아도 나쁘지는 않겠다- 정도. 하긴, 영화 시골처럼 마냥 예쁘고 낭만적이기만 시골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을테지만. 


김태리도 좋고 류준열도 좋지만 문소리가 가장 좋다. 영화 속에선 딸에게 동문서답하는 엄마로 나오지만 선문답 매니아  자체로 좋다. 과거 회상 속에서 엄마와 어린 딸이 마루에 걸터앉아 말장난을 치는 모습에선 딱히 슬픈 장면이 아님에도 눈물이 났다. 그래, 조금씩 나이가 드니 슬플 때보다 행복할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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