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의 미로> 이후 어언 12년. 잘못된 홍보로 피 보게 생긴 영화의 계보를 잇는 신 종자. 포스터나 홍보 카피만 보면 누가봐도 웨스 앤더슨 류의 영화인데 막상보면 그게 아니라 심히 당황스러울만한 작품. 다행인 건 적어도 나는 보기 전에 대략 어떤 작품인지 알고 볼 수 있었다는 거.
짐짓 꿈동산 마냥 아름답고 귀여워 보이는 모텔에서 썩 아름답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이야기.
색감과 카메라 배치 및 움직임에 있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영화기도 하다. 색감이야 뭐 본편 안 보고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을 부분이니 그리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음. 다만 촬영은 정말 대단하다. 인물에게 바짝 다가가 공간감과 더불어 감정까지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촬영 덕에 극 영화가 아니라 보는내내 '인간극장'류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 미친듯한 현실감 때문인지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배우들이 연기해낸 캐릭터처럼 안 보이고 죄다 활어 마냥 펄떡대는 실제 인간들처럼 보이더라.
"내가 이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쓰러졌지만 계속 자라기 때문이야." 무니가 좋아했던 그 나무처럼 그 아이들이 계속해서 자라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홀든 콜필드 마냥 매직캐슬 앞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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