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1 14:50

퍼시픽 림 - 업라이징 극장전 (신작)


예고편이 하나 둘 공개될 때마다, 모두가 보나마자 망작일 것이라 까내리고 욕하기 바빴던 영화. 그와중에도 '괜찮을거야...'라는 이상한 믿음 하나로 버티고 조심스레 기대해 봤던 영화. 길예르모 델 토로가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롭게 등용된 스티븐 S 드나이트가 연출하고 기획했던 넷플릭스의 <데어데블> 시리즈를 본 이후기 때문이기도 했다. 간신히 제작된 거대 블록버스터의 속편을 망작으로 찍어낼만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스포일러 림!


정작 본 영화는, 역시 괜찮다. 그럼 1편을 뛰어넘거나, 아니면 1편에 비벼볼만한 영화냐? 물론 그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편의 덕후 정신을 그대로 이으면서 여전히 관객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를 알고는 있는 영화다. 그게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미덕인 점.

<깨어난 포스>에 이어, 존 보예가가 스캐빈저 여성과 어울리는 남성을 연기한다. 전편에서 폭풍간지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주었던 '펜타코스트'의 아들로 등장. 대개 이런 설정을 갖고 있는 영화들이 그렇듯, 그 역시도 아버지를 존경하기는 하나 그의 길을 그대로 따라 영웅이 되는 것은 거부하는 인물이다. 그러다보니 영화 전체가 전편에 이어 여전히 뻔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물론 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반전을 갖고 있다. 전편의 카이주 덕후 '뉴트'가 외계인들에게 잠식 당한 존재로서 브리치를 다시 열어 카이주 동산을 개장하려고 하는 숨은 배후였단 점이 재미있다. 그렇게 진행될 줄 솔직히 정말 몰랐거든. 누가봐도 그냥 일본 로봇 아니메의 설명충 캐릭터잖아. 근데 거기서 기구한 반전을 때릴 줄이야. 

덩달아 전개되는 예거 드론들의 습격 장면과 옵시디언 퓨리의 모든 등장 장면들은 보는 내내 <에반게리온>이 생각나더라. 사도에게 잠식 당했던 예거가 몇 호기였더라... 어쨌거나 이런 식의 전개 좋아한다. 비록 그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의 거대 카이주들을 보는 재미는 좀 줄어들었지만, 카이주에게 잠식당한 예거라는 설정이 좋았다. 하지만 역시 카이주들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델 토로가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일까, 카이주들의 디자인도 전편만큼 재미있진 않더라. 전편을 이어받긴 했으되 전체적으로 뻔하고 개성없는 디자인이었다는 점에서 조금 에러.

흥행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던 전편을 적극적으로 구해주고 속편에 제작투자까지 해준 중국 자본 덕분에 때문에 영화내내 중국 배우들과 지명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경첨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들은 뻔하면서도 그 속내가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 약간 느끼하더라. 하지만 일반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등장하는 중국 거대 자본의 향기와는 좀 다른 것이, 전편에서 이미 그런 설정의 토대를 잘 깔아주었다는 데에 있다. 애초에 제목도 그렇고, 전편의 주요 장면들은 모두 홍콩이거나 그 일대, 또는 동아시아 지역이었잖아. 게다가 주요 인물 중 하나도 일본인이었고. 그러다보니 속편에서 중국인이 많이 나와도 크게 짜증나진 않다. 막무가내로 우겨넣은 느낌은 아니라서. 큰 짜증이 안 난다고 했지 작은 짜증은 난다 게다가 전편의 홍콩 전투를 잇는 이번 영화의 클라이막스 전투는 무려 후지산을 배경으로한 동경대작전! 중간에 건담도 깜짝 등장한다 역시 끝판 마무리는 괴수의 나라에서 지어주는 구나.

전편에서 다양한 국가의 예거들이 그 매력과 기량을 채뽐 내기도 전에 모두 털려나갔다면, 적어도 이번 영화의 예거들은 어느정도 밥값은 한다. 각 예거들의 전투 스타일과 다양한 무기를 보여줬던 것은 굿. 하지만 집시 어벤져의 카미카제로 끝나는 싱거운 엔딩은 안 굿.

전편과 달리 속편 예고를 대차게 하는 영화다. 언제든 준비되어 있다 식의 방어적 예고가 아니라 다음엔 우리가 조지러 간다 식의 공격적 예고. 과연 이게 실현될 수 있을지는 중국의 호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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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03/21 16: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3/21 16: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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