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31 16:03

서던 리치 - 소멸의 땅 극장전 (신작)


어째 극장 개봉할 줄 알았는데 국내는 넷플릭스 공개네. 여러가지 어른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정말로 좋은 영화는 화면 크기를 타지 않는다. 다만 취향을 탈 뿐.


스포일러 땅!


알렉스 갈렌드는 젊은 감독들 중 SF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에 속한다. 이 계열 비슷한 원 히트 원더인 닐 블롬켐프처럼 이미지만 때려박다가 점점 망하는 사람은 아니란 소리다. 때문에 본작에도 큰 관심이 있었는데, 중반부까지는 꽤 괜찮다. 큰 미스테리 하나를 중심에 둔채 조금씩 풀어가는 방식도 괜찮고, 아주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기괴하도록 아름답고 또 아름답도록 기괴한 이미지들의 아름답고 기괴한 나열은 보는 내내 즐겁다. 특히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괴물 곰의 외모와 오디오 디자인은 소름끼치더라. 죽어가는 희생자의 목소리를 아이폰 음성 녹음 앱 마냥 녹음해 재생할 수 있는 괴물이라니. 심지어 그걸로 다른 희생자들을 꾀어내다니. 뭐 이리 더럽게 좋은 성능이 다 있어.

각기 다른 여성 주인공들이 큰 백팩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모습은 최근 나왔던 <고스트 버스터즈> 리부트 판을 떠올리게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 좋고, 나탈리 포트만은 진짜 예쁘다.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 좀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 그렇지 전체적인 캐릭터 설계는 나쁜 편이 아닌 것이다.

근데 시발, 결말부가 이게 뭐야. 애초에 '쉬머'라는 구역의 비밀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말되게 하려는 배경일 뿐일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결말이 이게 뭐냐고. 이게 다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가 불러온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중반부까지는 서스펜스와 미스테리를 잘 쌓아가다가 후반부엔 종교적 누미노제를 결합시켜 선문답으로 꽝 차고 나가버리는. 그마저도 적절한 텐션을 유지했으면 좋았을텐데, 주인공과 외계인 간의 등대 안 무용 장면은 진짜 말 그대로 선문답이다. <엑스 마키나>는 비교적 명확해서 좋아했었는데...

결과적으론 비주얼 끝장나는 영화임에도 불호. 이제 결말부에서 있어보이는 척 하며 아무 것도 설명 안 하고 관객보다 먼저 나가버리는 영화들은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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