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3 23:32

7년의 밤 극장전 (신작)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된다. 선하고 불쌍하던 사람은 순간의 잘못으로 악의 길을 가고, 악하고 폭력적이던 사람은 순간의 파국으로 가슴 한 켠에 있던 아릿한 기억을 꺼내게 된다. 재밌는 건 그 둘 다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점. 그리고 그 점이 영화에서 내내 강조된다는 점.


스포일러의 밤!


주인공인 '현수'가 후반부에 이르러 처하게 되는 딜레마는 참 재미있다. 한 명의 목숨을 위해 다수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다수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할 것인가.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했던 선상 실험이나, 최근 <메이즈 러너 - 데스 큐어>가 제시했던 딜레마와 비슷하다. 처음 영화를 보면서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단 한 명의 목숨도 소중하지만 그래도 여러 명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산술적으로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아직도 그 생각은 크게 변함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 선택 당사자인 현수의 결정에 끝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 한 명으로 살아남은 아이가 다 커서 현수에게 묻는다. "그 때 왜 날 구했어요?" 현수가 대답한다. "난 네 아빠니까." 맞다, 자신의 아들이라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거다.

류승룡의 '현수'나 장동건의 '영제' 모두 죄인들이었다. 심지어는 송새벽의 '승환' 역시도 어린 소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있는 터. 그 중에서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무고한 것은 현수의 아들인 '서원'뿐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인 현수는 그런 서원을 영화 내내 결국 두 번이나 구해낸다. 한 번은 댐에서, 다른 한 번은 차가운 감옥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태도를 믿는다.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단 하나는 무엇인지 결국 보여주는 이 영화의 태도를 믿는다. 봉준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설국열차>의 결말부 주인공들이 하는 선택을 좋아한다. 세상이 무너지고 파괴되는 와중에서도 그 어떠한 다른 옵션 없이, 곧바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주인공들의 그 선택. 추창민의 <7년의 밤> 역시도 그렇다. 결국 지켜내야 하고 살아 남아야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다. 무고한 세대, 순수한 세대. 그리고 그 세대를 끝까지 살아남기는 것이 결국 희망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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