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9 16:59

콰이어트 플레이스 극장전 (신작)


영리하기는 하나 새롭지는 않다. 소리내면 죽는 게임이 처음은 아니지 않은가. 이미 작년에 <맨 인 더 다크>가 있었고, 그보다도 한참 전에 괴생명체가 나온다는 것마저 비슷한 <디센트>가 있었다. 고로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게임 규칙이 아주 생소하다거나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비슷하고 뻔한 것이어도 연출로 조지면 능사인 게 또 영화가 아닌가. 바로 이 영화가 그렇다. 


스포일러 플레이스!


호러 영화의 가장 큰 무기인 사운드 빵빵 깜짝 쇼로 관객을 놀래키는 건 기본이거니와, 갈수록 쪼이는 서스펜스 연출도 능란하게 해냈다. 이 정도면 가히 호러 영화의 훅과 잽을 모두 통달했다고 할 수 있을 지경. 주인공 가족의 첫째 딸이 농아라는 설정이라 괴생명체와 비슷한 상태이기 때문에 둘이 지근거리에 있음에도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는 설정의 사소한 서스펜스부터, 계단에 돌출되어 있는 못 하나로 긴 호흡의 긴장을 만드는 큰 서스펜스까지 모두가 훌륭하다. 특히 계단 위의 못은 아주 뻔한 타이밍에 뻔하게 쓰이는 데에도 불구하고 영화 중후반부 전체의 긴장을 책임지는 아주 기특한 소품. 후반부에 여러 사건들이 몰려있어 방심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타이밍 마저도 좋다. 어차피 호러는 타이밍 싸움인데 굴리다 불어난 눈덩이처럼 커진 연출 때문에 후반부는 정신없을 지경.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훌륭한 것은, 단순 킬링타임용 호러무비로써의 가치로도 충분할 뿐만 아니라 메시지도 충실하다는 점. 존 크래신스키는 이 단순한 서사를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에 대한 대답쯤으로 잘 써먹고 있다. 설정과 이야기가 단순함에도 그 가족 캐릭터들을 메시지 위해 잘 포개놓아 전체적으로 지루하지도 않고.

저런 절박하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임신할 생각을 할 수가 있지, 라는 질문을 할만하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주인공 부부의 어떤 결심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세대가 희망이고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하는 것이 진짜 희망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 나로서는 더더욱 형언키 어려운 감동의 출산이었다. 최근 <7년의 밤>과 봉준호의 <설국열차>가 보여주었던 희망과 비슷한 종류의 그것. 이 영화 속 아버지의 희생은 그렇기에 더더욱 와닿는다. 역시, 결국 부모는 조건이 아니라 자격이다.

전체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괴생명체의 피부가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결국 엽총으로 헤드샷 맞고 뒈지던데 대체 어떻게 그 짧은 시간동안 지구를 말아먹을 수 있었던 건지. 그리고 귀가 밝다는 걸 알면서도 음파계 공격을 써먹어볼 생각 못했다는 것도 이해 안 가고. 하지만 그런 것들이야말로 정말 사소한 것들 아닌가. 영화가 이렇게 멋지고 통쾌한 결말을 주며 끝나는데 그런 것들 따위를 생각할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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