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9 17:26

장고 - 분노의 추적자, 2015 대여점 (구작)


타란티노가 시대극을 만든다면 그 이유는 그 시대 속에 억울하고 복장 터질 만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고 그 복장 터질만큼 억울하게 만든 악인들 역시도 바글바글하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를 만들면서도 정작 이야기가 벌어지는 곳이 서부가 아닌 남부인 이유 역시 그러하다. 그냥 별다른 이유없이 백인 인종주의자들 마구잡이로 쏴죽이고 싶으니까.

사실 타란티노의 작품들 중 가장 이질적인 영화 중 한 편이기도 하다. 그전까지의 영화들은 모두 특유의 장광설과 그로인해 빚어지는 긴 여유 속 빠른 템포의 수다들이 모두 중요했거든. 물론 이 영화에도 그런 장광설 수다는 존재한다. 사실상 닥터 슐츠는 그거 할려고 만든 캐릭터 하지만 그것 자체가 영화의 메인이 되진 않는다. 또한 플롯 역시도 기존의 비선형적인 구조와는 다르게 지극히 선형적이다. 중간에 과거 회상들이 많이 들어 있기는 하나 전작들에 비하면 약과지. 

타란티노 특유의 재치들이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타란티노의 작품들 중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타란티노 특유의 쾌감만큼은 최고치를 찍기 때문이다. 사실 장광설도 좋아하고 플롯 장난질 치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그의 작품들 속 뒤도 돌아보지 않게 쿨한 복수혈전들 때문이거든. 근데 이 영화는 그걸 잘해내잖아. 특히 브리틀 삼형제를 채찍질로 괴롭히는 장면에서의 통쾌함이란. 근데 생각해보면 바로 그 장면 직전에 장고의 플래시백을 넣었네. 하여간에 단순하긴 해도 쾌감 극대화하는 법은 잘 알고 있는 양반이라니까.

다소 아쉬운 건 주인공의 존재감이 옅다는 점. 이 영화의 사실상 주인공은 닥터 슐츠이고 그에 필적하는 사실상 메인 빌런은 칼빈 캔디인데 그 둘이 동시에 죽어버리니 그 이후 전개는 다소 힘이 빠진다. 그 정도로 닥터 슐츠 캐릭터가 끝장나거든. 전작인 <바스터즈>에서는 크리스토프 발츠를 능구렁이처럼 굴리더구만 이 영화에선 희대의 초 간지남으로 재탄생 시키다니.

선곡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타란티노 답게 이 영화 속 삽입곡들도 죽여주는데, 후반부 실내 총격씬에서 패기 넘치게 흘러나오는 힙합 사운드의 간지란. 사실 음악을 빼고 보더라도 그 총격씬은 참 대단하다. 쇼트 하나하나를 따지고 보면 별 거 없고 심지어는 말도 안 되는 동선들도 있거든. 근데 전체를 모아다가 붙인 다음에 음악 박아 넣으니깐 그게 또 그렇게 멋질 수가 없어요.

타란티노 덕질 시작한 게 <펄프픽션> 처음 본 순간부터였나 그랬는데 어째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최고작들 만들고 자기 스스로를 갱신하는 거 보면 하여간에 참 대단하다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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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는 사람만도 못한 쌍놈들이란 걸 극대화해 강조하는 방법. 타란티노는 그 둘 모두에 능한데 이번에 골라잡은 것은 두번째 방법이다. 이후 작품이긴 하지만 &lt;장고 - 분노의 추적자&gt;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신나게 쏴죽였던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의 주 타겟은 다름 아닌 나치들이다. 때문에 이 영화로 우리는 나치가 서구권에서 ... more

덧글

  • 로그온티어 2018/04/20 15:53 # 답글

    진짜 믿고 보는 쿠엔틴 타란티노... 작품 텀이 길어도 기다려줄 만한 작품들을 매번 찍어내니;;
  • CINEKOON 2018/04/20 15:57 #

    <헤이트풀 에이트>가 제목답게 여덟번째 작품이었으니 신작이 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아홉번째 작품이 되겠군요. 과연 열번째 작품까지만 찍고 은퇴 하겠다던 그의 공약이 지켜질지...
  • 로그온티어 2018/04/20 16:08 #

    찰스맨슨 사건 공부하신다더니 제목이 그거였군욬
  • CINEKOON 2018/04/20 17:59 #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 오마쥬 하나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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