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0 16:23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 2011 대여점 (구작)


무한전쟁을 준비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한 MCU 정주행. 그 시작. 사실 전체 시작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아이언맨>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거 1편 보고 이걸 봐야 엔딩 부분의 닉 퓨리 등장이 좀 납득가거든. <아이언맨> 1편 쿠키 영상에서 닉 퓨리가 주는 감흥도 그대로 살릴 수 있고. 하지만 이미 다 본 영화이니 그런 건 무시하고 그냥 이 영화부터 시작. 사실 개봉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밍밍한 평작 정도라는 평가를 받지만, 개인적으로는 MCU 페이즈 1을 장식한 영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솔직히 <아이언맨> 보다 더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스티브 로저스'라는 착하고 우직한 주인공이 주는 감동이 있고, 무엇보다도 레트로한 감각이 꽤 출중해 보는 맛 역시 뛰어나거든.

술과 여자를 즐기며 방탕하게 살던 군수업체 CEO가 아프간 피랍을 계기로 반성해 수퍼히어로가 된다거나, 애초부터 신으로 태어나 질투 많은 입양된동생의 객기를 수습하며 수퍼히어로가 되는 주위 직장 동료 캐릭터들에 비해 수퍼히어로가 되는 계기가 훨씬 더 비장하고 고귀해서 좋다. 나치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기 위해 수퍼솔져 실험에 지원한 것이 아니라, 그저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불량배가 싫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해서 더 좋다. 요즘에 와서야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많아지면서 각 캐릭터마다 수퍼히어로로서 각성하는 계기를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퍼히어로라는 것은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인본주의적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캡틴이 더 좋다.

사실 페이즈 1 작품들 대부분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다름 아니라 초반에 주인공들을 돕는 조력자들이 하나같이 죽거나 다친다는 게 바로 그것. <아이언맨>에선 피랍된 토니 스타크를 돕다가 잉센이 죽었고,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는 브루스 배너의 실험을 돕던 미스터 블루가 방사능에 노출된다. <어벤져스>에서는 또 토르의 조력자라 할 수 있을 에릭 셀빅이 로키에게 또 세뇌 당하잖아. 그 전통을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도 잇고 있는데, 스탠리 투치가 연기한 어스킨 박사가 바로 그렇다. 그런데 솔직히 잉센이나 미스터 블루보다 어스킨 박사의 스토리아크가 훨씬 더 좋고 감정적이다. 잉센도 그렇지만 죽기 직전까지 주인공의 마음을 걱정하는 조력자라니. 게다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주인공에게 소중한 기회도 줬잖아! 이런 캐릭터의 죽음에 비통하지 않을 리가.

메인 빌런으로서 레드 스컬은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악당보단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시리즈의 첫 편이니 이해해 줄 수 있다. 테서렉트를 통해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연출로 캐릭터의 여정이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나와도 좋을 텐데. 하여간에 로키를 제외하면 MCU에선 빌런들이 다 죽어나가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게 좀 아쉬움. 물론 벌쳐는 컴백 무대의 기틀을 마련하긴 했다만.

원작의 그 쫄쫄이를 입고 채권 팔이에 나서는 스티브 로저스의 몽타주 시퀀스는 희대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MCU 통 틀어서 TOP 10 안에 넣을 수 있을만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음악도 그럴듯하게 뽑혔지만 무엇보다도 연출과 편집의 리드미컬함이 좋다. 원작의 그 쫄쫄이에 대해 일종의 오마쥬를 바치는 것도 좋았고. 조 존스톤 이 양반 감각 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가끔 이런 노장의 간지를 뜬금없이 선사한단 말야. 참 알다가도 모르겠지.


몽타주 시퀀스 중 가장 좋아하는 쇼트. 이 순간만큼은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소심한 모습이 드러나 혈청 주입 전의 스티브가 엿보이는 것 같아 좋다.

더불어 마지막 엔딩 시퀀스 역시 굉장히 좋아하는데, 다만 아예 쿠키로 빼서 편집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지금 버전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지만 뭐랄까 <어벤져스>로 가기 위해 좀 급해보이거든. 쿠키에서 데이트 대사 쳤어도 좀 더 아련하고 좋았을텐데. 지금 버전에서는 데이트 대사 아련하게 친 다음에 너무 바로 엔딩 크레딧 팡파레 울려버려서 좀 감흥이 깨지는 경향이 있다.

어쨌거나 페이즈 1 중 꽤 잘 뽑힌 수작이란 생각이 보면 볼수록 강하게 든다. 이거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었는데 쿠키 영상에서 <어벤져스> 짧은 티져 예고편 나올 때 진짜 자지러졌었지. 이게 진짜 나오네- 하고. 그랬던 게 벌써 3편까지 오다니. 정말이지 격세지감이다.


뱀발 - 

하울링 코만도스의 이 남자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나오는 피터 파커의 학교 교장 선생님. 설정상 교장 선생님의 조부가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전쟁을 누빈 전쟁 영웅이였다는 설정. 

핑백

  • DID U MISS ME ? : 아이언맨, 2008 2018-04-20 16:44: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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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토르 - 천둥의 신, 2011 2018-04-29 19:4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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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 되시겠다. 마블 영화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lt;캡틴 아메리카&gt; 시리즈야말로 장르 묘기를 가장 잘 부리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1편인 &lt;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gt;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수퍼히어로에게 오바로크친 군복까지 입혀가며 수퍼히어로 장르 아래에 서브 장르로 전쟁 영화의 숨결을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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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 좀 안 반갑다. 배우도 바뀌고 그래서 뭔가 '이후 시리즈에는 안 나올 거니까 마지막으로 이번에 잘 봐둬라'라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쉬움. &lt;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gt;에서 그런 식으로 증발되어 향후 활약을 좀 기대했던 게 있었는데. 와칸다 전투는 좀 실망. 캡틴이나 티찰라 모두 전략가들인데 그런 거 없이 ... more

덧글

  • 잠본이 2018/04/22 01:36 # 답글

    캡틴이 시빌워 이후 전범취급당하여 수배중인데도 저 학교에선 계속 캡틴의 정훈교육(...) 비디오를 틀어주는걸 보면 교장선생님 입김이 작용한거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하죠.
    레드스컬은 참 잘될 가능성이 큰 악당이고 원작의 비중 생각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었을텐데 스티브 띄워주려고 바보로 만든거 같아 영 입맛이 씁니다. 굳이 스미스 요원(!)까지 데려와서 좀더 잘할순 없었으려나
  • CINEKOON 2018/04/29 18:47 #

    사실 <어벤져스> 1편의 로키 자리에 레드 스컬이 있었어도 괜찮았을텐데...
  • K I T V S 2018/04/29 22:45 # 답글

    1. 저는 퍼스트 어벤져가 개봉된다는 소식으로 그제서야 먼저 관람한 아이언맨1,2와 토르, 인크레더블 헐크가 결국 어벤져스를 위한 영화였음을 깨달았죠. 정확히는 토르 1편을 다 보고 인터넷 상에서 이런이런 떡밥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언맨2에서 세계지도에 와칸다가 있다거나 그런 정보를 봐도 저는 전혀 이해 못했습니다. 블랙팬서? 동화속 이야기인 줄 알았죠. 아프리카의 왕국이라는 동떨어지는 세계를 보았으니.. 마찬가지로 헐크 DVD에서 북극 장면, 아이언맨1에서 쉴드라는 단체를 언급해서 어벤져스 떡밥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어도 저는 그게 뭥미...했었던 것...) 이는 그 때까지 저는 영웅들의 모임 = 저스티스 리그라는 DC의 연합만 생각했지 마블의 어벤져스라는 단체는 전혀 생각조차 못했어요. 기껏해야 어린 시절 봤던 스파이더맨 애니판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스파이더맨이 힘을 합친다거나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스파이더맨 게임에서 데어데블이 나온 정도요.

    2. 캡틴 아메리카는 어린시절 즐긴 게임과 스파이더맨에서 본 추억도 있었고 어렴풋이 '단체의 리더'같은 분위기가 났기에 자연스럽게 기대를 했었습니다. 무엇보다 현대엔 존재하지 않은 과거의 영웅이었기에 어떻게 해서 현대로 오게됐나 궁금했고 무엇보다 2차대전을 다룬 작품이라 '시대극 판타지'같은 기분으로 보았습니다. 마치 울펜슈타인 시리즈처럼요.

    3. 히틀러의 나치군단(이제와서 보면 나치를 이용한 히드라였지만)에 맞서 싸우는 진부한 이야기는 하지만요.
    그런 진부하면서도 친숙한 이미지 때문에 즐거웠고 한편으론 당시엔 그때까지 여전히 남아있었던 반미감정(...)때문에 퍼스트 어벤져로 표기를 다르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지금에야 캡틴 아메리카~하며 다들 즐겁게 부르지만요. 2차대전 시대극 판타지라는 작품으로서 저는 재미를 느꼈어요. 게다가 엑스트라형 악당이지만 호빗 3부작의 소린왕자님으로 나온 분이 나왔기도 해서 지금와서 보면 더 신기합니다!

    4. 정말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어벤져스1의 예고편이 뜨면서 모두들 환호하고 그 동안 마블 영화에 관심없었던 친구들과 가족까지 어벤져스를 기다렸다는 훈훈함을 느낀건 또 아이러니...ㅋㅋ
  • CINEKOON 2018/05/03 22:22 #

    1. 하여간에 예전엔 DC의 정의 연맹이 먹어줬었는데 요즘엔 마블의 복수자들이 다 까부수네요.

    2. WW2 영화 진짜 좋아하는데 레트로한 느낌까지 가미되어 더 좋았어요.

    3. 수퍼히어로 영화 속 나치군단은 이미 <헬보이>에서도... 소린은 리차드 아미티지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4. 솔직히 그 당시 극장에선 여전히 어벤져스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저 볼 때 다른 분들 표정이 전부 ???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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