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0 16:44

아이언맨, 2008 대여점 (구작)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하나의 소우주를 창조할 계획을 마블 스튜디오가 가지고 있었음을. <데어데블>이나 <고스트 라이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처럼 판권 장사해서 만든 영화들 중 그냥 하나일 줄 알았지. 하지만 쿠키 영상에서 닉 퓨리가 그것도 사무엘 L 잭슨의 닉 퓨리가! 나오는 순간 깨달았다. 아, 이 영화는 수퍼히어로 영화계의 게임 체인져가 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됨.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캐스팅이라 했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에 딱 맞는 배우를 찾아내는 일. 특히 수퍼히어로 장르에서는 그게 더욱 더 중요 하거든. 순전히 그 캐릭터 얼굴과 매력으로 먹고사는 게 수퍼히어로 영화니까. 그 기준으로 보자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기적의 캐스팅이다. 비록 10년 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서서히 다른 영화 속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이 지워지곤 있지만 그럼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없는 토니 스타크는 상상할 수 없다. 근데 사실 이 영화로 내한 했을 때 분위기나 대접은 진짜 형편 없었는데. 당연한 것이 당시 국내에선 굉장히 생소한 배우였거든. 그럴 만도 하지. 마약 문제에 각종 스캔들 얽혀서 활동을 많이 못 했었으니까. 하여간에 그 때 연예가중계인가 어딘가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귀빈 대접은 커녕 지나가는 아저씨 1 정도의 존재감으로 인터뷰 했던 것이 기억난다.

자고로 남자의 로망은 장난감이고 그 중 제일은 역시 로봇이지 않은가. 이 영화는 그걸 둘 다 해줬다. 혼자서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근데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엄청나게 쿨하고 삐까번쩍한 장난감. 이런 걸 싫어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있어. 그리고 자동차든 장난감이든 남자는 소유 했으면 자랑하고픈 욕구가 또 있기 마련이거든. 이 영화는 결말부에서 그것도 해주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존의 수퍼히어로 영화 서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이야기 운용과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물론 취향은 캡틴 아메리카 쪽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쿨한 수퍼히어로를 보기가 쉬운 건 아니잖아. 허세 넘치는 데다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어찌보면 역시 지금 MCU의 기조를 만든 건 이 영화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페이즈 1의 빌런들이 대개 그렇듯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인 아이언 몽거 역시도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 때도 그렇듯이 수퍼히어로 프랜차이즈의 1편이라는게 대개 다 그렇잖아. 주인공에게 펌프 넣어주기도 바쁜데 악당까지 어떻게 챙겨. 이 정도는 그냥 냅두기로 했다.

텐링이나 워머신 등 향후 MCU에 중요한 떡밥을 은근히 많이 깔고 있는 영화기도 한데 그 중 가장 돋보일 만한 것은 역시 쿠키 영상 속 닉 퓨리의 등장이겠지. 하지만 임팩트 면에서는 콜슨 요원의 쉴드 드립이 더 촌철살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간에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 개봉 했을 때 극장에서 이틀 연속으로 두 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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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 I T V S 2018/04/20 18:48 # 답글

    저도 08년 아이언맨1을 보기 전까진 아이언맨이라는 히어로가 사람이 수트에 타서 싸우는 영웅인 줄 몰랐습니다. 투구를 벗은 외모를 본 적이 없었기에 실버서퍼처럼 몸 전체가 금속으로 이루어진 촌티나는 그런 존재인 줄 알았죠. (아이언맨을 처음 본 작품이 어린 시절 패미컴으로 잠시 플레이했던 캡틴아메리카의 오프닝이었습니다) 전 아이언맨이라는 영웅 자체보단 미군(어린시절땐 미국이 그렇게 강한 나라인줄 모르다 커가면서 이라크전쟁을 통해 미군이 정말 최강이라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고 05년부터 08년까지 미군의 강력함을 보여주고 그런 미군조차 쓰러지면서 적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부각시켜주는 공포-액션-판타지 영화들이 나오고 그것을 봤고 아이언맨1도 그러했습니다)의 도움을 받는 백만장자 무기상인이 잘난척하다가 답없는 아프간 테러리스트들에게 잡혀서 고문당하다 영웅으로 각성하고 무엇보다 공돌이 실력으로 수트를 만들면서 탈출하고 개과천선하는 전개가 좋았습니다.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꼈죠.

    최초의 쿠키영상 닉퓨리의 그건은 전 처음엔 '이 세상엔 너 뿐 아니라 스파이더맨, 배트맨, 슈퍼맨 같은 영웅들이 많다.'라는 일종의 관용적 표현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세계관이 이어지는 시리즈물이라고 깨달은건 토르 천둥의 신 중반부터였습니다. (아이언맨2까진 그저 일반적인 시리즈물인 줄 알았죠) 이게 이렇게 많아졌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 CINEKOON 2018/04/29 18:45 #

    이제부턴 일 년에 한 편씩 나올 것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정말이지 개천에서 용났다 정도의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철남 1 개봉 당시만 해도 이렇게 뜨겁진 않았잖아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런 거대한 우주를 만나게 될 줄도 몰랐고요.
  • 로그온티어 2018/04/21 09:40 # 답글

    남자의 로망이 장난감이라는 말에는 동의합니다만... 그냥 마냥 삐까뻔쩍하기만 하면 안 됩니다
    남들이 '와'할만한 쿨하고 배드애스한 기능이 있어야져
  • CINEKOON 2018/04/29 18:45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기본이지요.
  • 잠본이 2018/04/22 01:33 # 답글

    그 장난감을 만들고 개량하는 과정을 변태스러울 정도로 자세하게 보여주어 공감을 유도하는게 또 대단한 점이죠.
  • CINEKOON 2018/04/29 18:45 #

    진정한 덕후와 진정한 변태는 통합니다.
  • 나이브스 2018/04/22 02:15 # 답글

    예전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사실 코믹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이 앤트맨이고 아이언맨이 가장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아이언맨을 실사판 마블 시네마틱의 첫번째로 삼는다고 했을 때 엄청나게 불안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 당시 앤트맨을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언맨의 성공이 실상 지금의 모든 마블 영화의 신호탄이 된 건 정말 천운이자 순풍의 시작이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더군요.

    많은 팬들은 지금도 스파이더맨처럼 판타스틱4나 엑스맨이 마블 시네마틱에 끼어주길 원하지만 그런 조건임에도 이 정도까지 성공하게 된 걸 보면 엄청난 노력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 CINEKOON 2018/04/29 18:46 #

    앤트맨과 에드가 라이트는 서로를 힘들게 하는 존재였죠. 현재 페이튼 리드의 개미남이 썩 잘 나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에드가 라이트의 개미남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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