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9 19:19

아이언맨2, 2010 대여점 (구작)


전편이 '나 혼자만의 끝내주는 장난감'이라는 로망을 가진 뭇 남성들을 자극 시켰었다면, 이번 영화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바로 그 끝내주는 장난감을 같이 갖고 놀 수 있는 친구를 끌어들이는 것. 애초에 게임에서 2P라는 자리가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닌 것이다. 왕년에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것쯤은 쉽게 알 수 있잖아.

모든 게 곱빼기가 된 속편이라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도 두배, 강철 수트 입은 우리편도 두배, 연인과의 갈등도 두배, 악당도 둘로 두배, 심지어는 떡밥도 두배! 하지만 급하게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으로 체하는 법. 이 영화야말로 소포모어 징크스의 대표적인 예로 기록될만한 영화인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MCU 전 시리즈 중 개인적으로 가장 하위에 두는 영화기도 하다. 전편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그 실망도 두배!

실망스런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것 치고는 꽤나 매력적인 개별 요소들과 주제의식들을 갖고 있는 영화긴 하다. 일례로 사무엘 L 잭슨의 '닉 퓨리'의 캐릭터성은 이 영화에서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 MCU의 초기 개국공신들 중 한 명이라 할 만한 스칼렛 위도우도 여기서 첫 등장. 어째 스칼렛 위도우라고 써도 별 위화감이 없다 


심지어 엔딩부에는 와칸다 떡밥까지 지그시 숨겨 놓았다. 그 옆 대양의 동그라미는 아무래도 네이머 떡밥이겠지?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서 그냥 재밌으니까. 

가장 맘에 드는 설정은 토니의 가슴팍에 달린 아크 리액터 속 팔라듐이 토니를 조금씩 독살시키고 있다는 것. 주인공을 살리는 물건인 동시에 죽이는 물건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재미있는 아이러니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 아이러니가 토니의 아버지가 남긴 과거의 유산을 통해 너무나도 손쉽게 해결된다는 점은 또다른 아이러니. 머리 존나 잘 굴려서 얻어낸 존나 신박한 설정인데 존나 허무하게 써버렸어, 젠장.

그럼에도 맘에 안 드는 부분들 천지인데, 일단은 빌런의 존재감이 너무 없다. 그건 전편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건 말그대로 1편이였으니 악당 뽐뿌 넣는 것보단 주인공 체면 세워주는 것이 먼저였을테니 논외. 당 영화엔 미키 루크와 샘 락웰이라는 개인적으로 좋아함 샘형 좋은 배우로 빚어낸 두 악당이 있는데, 어째 둘 다 거기서 거기인데다 활약과 수준이 여러모로 미달이다. 그나마 샘 락웰의 저스틴 해머는 개그캐이니 그렇다치지만 포스작렬의 첫등장으로 기대치를 순식간에 붐업시킨 미키 루크의 위플래시는 뭐냐, 이거. 하여간에 아이언맨 단독 시리즈에서 토니와 붙는 악당들은 모두 수트 입을 거면 그 수트를 벗으면 아니된다. 전편의 오베디아 스탠도 뜬금없이 아이언 몽거 수트 시원하게 오픈업 했다가 시원하게 요단강 건너고, 심지어 요번 놈은 별 이유 없이 헬멧 벗고 있다 아이언맨과 워머신의 연계기에 사망. 막판 클라이막스가 되었어야할 전투에서 총합 1분도 못 채우고 리타이어한 건 여러모로 불명예다.

워머신의 투입도 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던 부분. 지금에 와서야 <시빌 워>나 <인피니티 워>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지만 어찌되었든 그 당시엔 좀 급작스럽게 떠밀려 데뷔한 형국처럼 느껴지더라. 단독 영화인만큼 주인공 캐릭터 빌드업 좀만 더 하다가 3편에서 데뷔 시켰어도 괜찮았을텐데. 사실 워머신 뿐만이 아니라 과도한 떡밥 투하하다 망해버린 영화인데, 겨우 전편 쿠키 영상에서 10초 정도 등장한 닉 퓨리라는 캐릭터를 데려다가 이 영화 본편에 박아넣었으니... 그나마 원작 코믹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일반 관객들 입장에선 분명 뜬금없고 난감한 부분이었을 거다. 그리고 배우 교체에 관해선... 솔직히 이미지나 연기력을 떠나서 이런 장기적인 프랜차이즈에서 배우 교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돈 치들과 마크 러팔로 교체 정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별 교체가 없어서 그것 역시도 나름대로 대단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꽤 큰 역할들인데 얼굴이 바뀌어버렸으니...

쿠키 영상 하나는 엄청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개봉 당시 이 영화 볼 때쯤엔 전편이랑 이 영화, 그리고 <인크레더블 헐크>까지 본 상황이었는데 여기까진 그래도 어떻게 과학적인 전개라 커버할 수 있다쳐도 쿠키에선 대놓고 토르 등장 암시 했잖아. 여러모로 쑈킹하면서도 진짜 이걸 만드는 구나-라는 설렘이 동시에 들기도 했던 쿠키라 나쁘지 않았었다.

하여간에 개봉 당시에 이것도 극장에서 두 번 본 영화인데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것 보면 역시 재미는 별로 없었던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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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 I T V S 2018/04/29 22:02 # 답글

    당시 개봉하자마자 바로 보았길래 벌써 8년 전의 추억이 된 지금으로선 정말 스토리가 파편만 남아 기억되네요. 저 역시 모든 어벤져스 시리즈 중 가장 아쉬웠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재밌는데 '지루한 기분'이 드는 영화였어요.

    1. 제 입장에선 만화책의 설정을 나열한 사전들(꺼라위키 등)을 보고나서야 이해하는 측면도 많아서 미키루크가 연기한 악당 이름이 위플래시라는 걸 영화보고 인터넷 쳐봐서 알았고 저스틴 해머 아재는 아예 기억도 안났습니다;; 일단 미키 루크가 오랜 연습으로 고생많이 했다는 일화도 듣고 마블 측과 대판 싸웠다는 안타까운 얘기도 들어서 찝찝한 기분도 들었죠. 일단 제가 봤을 땐 위플래시가 너무 무식한 힘만 센 악당으로만 보였습니다. 초반과 후반의 모습이 달랐기에 저는 차라리 초반의 그 야만인 채찍 전사같은 모습으로 끝까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2. 팔라듐 중독으로 토니가 죽어갔다가 닉 퓨리에게 구원받는(?) 줄거리도 영화가 끝나고 다시 줄거리를 요약한 스포일러 글을 읽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갑자기 토니가 저리 약해지지...? 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땐 참으로 영화 독해력이 딸렸습니다ㅠㅠ

    3. 배우 교체는 걸작이라는 다크나이트에서도 일어나던 일이니(레이첼 역할분) 이해는 합니다만 저는 맨 처음 돈치들이 연기한 워머신이 아쉬웠습니다. 돈치들 선생을 동경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미지가 지적인 직업(변호사, 선생님)에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을 강직한 군인으로 연기하니 조금 위화감이 들었거든요. (이는 에드워드 노튼의 헐크가 마크 러팔로로 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물론 현재는 워머신, 헐크 배우 모두 친근함이 들었었지만 확실히 당시엔 당황스러웠습니다.

    4. 때문에 아이언맨1과 헐크가 08년에 개봉하고 이 2편은 2년후에야 개봉했고 당시엔 다른 마블영화는 개봉도 안했기에 저는 혹시나 헐크가 다시 나오지 않을까 쿠키영상을 기다렸지만 이상한 망치 하나만 나오고 끝이라서 아쉬웠었죠. (토르도 모르던 시절이니) 게다가 토르는 1년 후에야 개봉했고 기존의 북유럽 신화에 대한 이미지와 당시 인기를 끌던 전략게임 문명5의 바이킹 팩션이 더 관심이 가던 시절이라 아이언맨2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컸습니다. 지금와서야 소중한 영화라 느끼지만요~
  • CINEKOON 2018/05/03 22:14 #

    1. 수퍼히어로 영화에선 주인공 못지 않게 빌런이 중요한데 그걸 뭉개버린 영화였죠.

    2. 관객 독해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플롯을 지나치게 꼬아놓은 제작팀의 문제로 짬 시키죠, 우리.

    3. 돈 치들은 진짜 변호사 같은 지식인이 어울리네욬ㅋㅋㅋㅋㅋㅋ

    4. 전 지금도 소중하게는 안 느껴져요... 하아...
  • 잠본이 2018/05/06 15:14 # 답글

    로디가 스타크 지켜볼때의 '아우 저 망할색히 그냥 둘수도 없고 내가 진짜 성질뻗쳐서 아우' 이런 악우(惡友)로서의 느낌은 하워드가 더 어울렸는데 공무원(!)으로서 깐깐하게 끼어들고 대립하는 부분은 치들이 또 어울리더군요. 이래저래 머리아픈 교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MCU 최하위권에 두고 있는 영화인데 다른건 그렇다쳐도 반코를 뒤로 갈수록 바보로 만든건 영 마음에 안들더군요. 그양반만 제대로 묘사했어도 평가가 좀 달라졌으려나.
  • CINEKOON 2018/05/08 17:58 #

    공무원으로서 깐깐하게 끼어들고 대립하는 부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적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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