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9 19:35

인크레더블 헐크, 2008 대여점 (구작)


때는 바야흐로 MCU가 개국한 2008년. 강철남과 더불어 창대한 시리즈의 개막을 알렸으나 정작 반응은 뜨뜨미지근했던 녹거인의 오리진 스토리. <인크레더블 헐크> 되시겠다.

개인적으론 할 말이 좀 많은 영화기도 한데, 어중간하다 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꽤나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 개봉된 건 2008년. 허나 딱 그보다 일 년 앞선 2007년에 우리는 세기의 액션 명작이 된 시리즈의 마지막편 물론 이제와선 아니지만 <본 얼티메이텀>을 보게 된다. 사실 <본 얼티메이텀>이 끼친 영향은 이 영화와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액션 영화들의 근간을 뒤집어 바꿔놓은 수준으로 거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상황이었다. 흔들되 절제된 핸드헬드 카메라 워크와 사실성이 집약된 액션의 합과 추격전 등은 이후 액션 장르의 흐름을 뒤바꾸게 되는데, <인크레더블 헐크>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화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때려 부수는 녹색 거인이 주인공인 영화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브루스 배너'는 도망자다. 국가와 사람들에게 쫓기는 도망자이자 영원한 이방인. 때문에 비슷한 이야기를 갖고 있던 <본 얼티메이텀>과의 이종교배는 여러모로 꽤 그럴 듯한 아이디어였던 거다.

영화는 그 방면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다. 헐크라는 안티 히어로로서의 액션도 볼만 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것은 초반부와 중반부에 들어차 있는 인간 브루스 배너의 도바리 노하우들이다. 특히 브라질 빈민가에서 촬영된 추격 시퀀스는 빼도 박도 못하게 <본> 시리즈와 접경을 이루고 있다. 이쪽 장르와 이런 설정들을 워낙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헐크로서의 액션보다 이 쪽 액션들이 더 좋았다. 왜냐하면 헐크라는 게 본질적으로 CGI로 떡칠된 캐릭터잖아. 어찌되었든 캡틴 아메리카나 토르 같은 캐릭터들에 비하면야 실제감을 느끼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거지. 게다가 막판 할렘 전투는 거의 <맨 오브 스틸>급 신들의 전투로 표현되기 때문에 더 이질감도 들었고.

후에 마크 러팔로로 교체되긴 하지만, 에드워드 노튼의 브루스 배너도 꽤 좋다. 마크 러팔로가 세상의 이목을 피해 사는 신비로운 은둔 고수 같은 이미지라면 에드워드 노튼은 약간 번민하는 신경 과민증 환자 같은 느낌. 지금의 유머러스하고 다정한 느낌을 가진 마크 러팔로 배너도 좋지만 에드워드 노튼이 계속 이 역할을 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마크 러팔로 내정되기 전 <어벤져스> 1편 프리프로덕션 할 때 에드워드 노튼이 트위터로 자기 계속 써달라고 청원 올렸었는데. 나도 거기 투표했던 기억이 문득 나네. 근데 솔까말 에드워드 노튼이 좋아서였다기 보다는 그냥 얼굴 바뀌는 게 싫어서 그런 게 더 컸었다.

당 영화의 빌런인 '에밀 블론스키'는 MCU 빌런들 중 제일 좋아하는 축에 속한다. 물론 어보미네이션으로 변신하기 전에. 변신 전이 더 간지나고 인상적이었다구. 그냥 수퍼솔져로 살지 뭣하러 괴물로 변했단 말이냐.

그나저나 베티는 여전히 안쓰럽다. 그녀는 또다시 잃어버린 옛사랑이 소련 출신 다른 여자와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런지 모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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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토르 - 천둥의 신, 2011 2018-04-29 19:4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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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수퍼 히어로 영화 단평 2018-05-03 22:29:06 #

    ... 키스가 한 게 뭐가 있냐. 엉뚱한 놈 같으니라고. 심지어 마지막 클라이막스 액션 장면도 임팩트라곤 하나 없음. 여전히 뿅망치의 타격감은 개선되지 않았다. &lt;인크레더블 헐크&gt;지금이야 마크 러팔로 버전의 브루스 배너가 허허실실 사람 좋은 아저씨 모습으로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에드워드 노튼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 신경 ... more

덧글

  • K I T V S 2018/04/29 22:20 # 답글

    이안 감독의 헐크를 케이블TV로 먼저 보았고(2000년 들어 제게 영웅물은 엑스맨/스파이더맨/헐크/배트맨 이 넷뿐이었습니다. 슈퍼맨 리턴즈가 있긴 있었네요) 이안판 헐크에선 전차도 집어던지고 거대한 번개구름같이 변한 아버지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했기에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도 엄청난 힘이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대를 하고 관람했습니다.

    물론 재미는 있었습니다. 웅장하고 멋진 장면도 많이 봤었고요. 그런데 아쉬운 건 악당을 화끈하게 무찌르는 장면이 안나와서 아쉬웠습니다. (전 이 영화의 등급도 모르고 맨 마지막에 헐크가 어보미네이션을 쭈욱 찢어 죽이는 결말을 기대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 이후론 헐크는 단독영화에 출연못하고 동료로만 나와서 아쉽고 에드워드 노튼으로는 볼 수 없었기에 아쉬웠죠. 만약 노튼이 계속 나왔으면 마크가 주목받지 못했겠지만요. 이젠 마크 선생도 친근감이 들지만 그래도 에드워드 노튼이 아쉬운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ㅠㅠ 게다가 이 영화 한정으론 노튼 버전 헐크는 이제 분노를 자유자재로 조절가능해서 얼마든지 원할 때 변신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보였는데 2012년 어벤져스 당시엔 공격을 받아 어디론가 내팽개쳐지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헐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서 또 아쉬움을 남겼고요.
  • CINEKOON 2018/05/03 22:15 #

    에드워드 노튼 성격을 토대로 유추해본다면 아마 <인피니티 워>까지 올 적에 제작사 쪽에서 여간 골머리 썩었을 것 같습니다
  • ㅁㅁㅁㅁ 2018/04/30 09:24 # 삭제 답글

    전 남친은 전직 러시아 암살자와, 그 내면의
    또다른 인격은 전처녀와 뒹굴고(장담하는데
    그둘은 분명히...)... 그걸 알게 되면 레드쉬헐크로
    각성할지도 모르죠 .
  • CINEKOON 2018/05/03 22:15 #

    그나저나 친아빠는 여전히 헐크의 목을 조르려하고...
  • 잠본이 2018/05/06 15:17 # 답글

    개인적으론 이안 헐크보다 훨씬 좋아하긴 하는데 역시 편집땜에 절름발이가 된게 눈에 보이고 캐스팅 변경땜에 어벤저스와 분위기가 완전히 안맞게 되어 흑역사 되나 싶었으나 시빌워에서 로스장군이 재등장하는 바람에 뭔가 슈뢰딩거의 고양이스러운 포지션이 되어버려서 참 복잡한 기분이 드는 영화인 것입니다.
    노튼과 다우니가 잘난분들끼리 서로 안질려고 신경전 벌이는 어벤저스를 보고 싶었는데 음 생각해보니 인피니티워에서 베네딕과 다우니가 비슷한걸 하긴 하네요(...)
  • CINEKOON 2018/05/08 17:59 #

    전 이안 감독의 <헐크>도 좋아합니다만. 닥터와 토니의 대립이 투닥거림 같은 느낌이라면 노튼 배너와 토니의 대립은 뭐랄까 좀 더 날선 느낌이었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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