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코비아 협의문에 117개국이 서명 했다던데, 그 중에는 당연히 우리나라도 껴있었겠지? 소코비아에 가려져서 그렇지, 울트론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 중에 한 곳이잖아? 지하철 한 개 노선 끊어먹고.
소코비아 협의문은 쓰잘데기 없는 협의문이다. 어벤져스를 UN 소속으로 해봤자 뭐할 건데? 어쨌든 외계인 침공이나 거대괴수가 습격하면 출동시킬 거잖아? 그럼 UN 산하 기관이 된 그 때는 부수적 피해가 줄어들까? 지금 당장 외계인이 쳐들어와도 건물 부서지고 민간인들 죽어나가는 걸 못 막는데, 명찰 앞에 UN 타이틀 달고 출동하면 그것들 다 막을 수 있음? 그 때나 지금이나 <제시카 존스>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메타 휴먼들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거다.

썬더볼트 로스가 어벤져스 팀원들을 ‘주위 피해따윈 신경 안쓰는 존나 막가파 집단’으로 퉁치고 소코비아 협의문을 강요하는 것도 약간 어이가 없다. 왜냐, 로스 장군도 존나 모순 덩어리에다 의뭉스러운 양반이니까. 헐크를 제압하려고 애초에 어보미네이션을 뉴욕 한복판에 풀어둔 사람이 이 사람이다. 게다가 어벤져스에 합류시키려고까지 했다 결과는 브루스 배너가 직접 이야기했듯, 뉴욕 할렘가의 완파. 게다가 본인과 친딸도 죽을 뻔 했잖아. 부하들은 물론 다 죽고. 근데 이런 사람이 어벤져스를 단순 용역깡패 집단으로 몰아가는 꼴이 웃기는 동시에 수상하다. 도무지 일반 범죄자들 수감용으로는 보이지 않는 해저 감옥도 그렇다. 이걸 소코비아 협정 결의 전에 미리 만들어두었다니. 로스는 어쩌면, UN이나 미국 정부 의견 이딴건 중요치 않고 그저 메타 휴먼들에 대한 사적인 혐오감으로 이 모든 걸 진행한 게 아닐까. 그나마 로스가 어벤져스 멤버들 중 가장 물밑 접촉하는 사람이 토니라는 것도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토니가 어벤져스의 핵심 멤버이긴 하지만 하여튼 일단은 일반 사람이거든. 근육 괴물도 아니고 망토만 두르면 날아다니는 사람도 아니라는 거지.

영화야 제목부터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으니 다른 캐릭터들에 대하 묘사가 좀 서툴러도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비전 캐릭터 묘사는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단독 시리즈가 없는 캐릭터니 따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만한 여지가 큰 것도 아니고, 바로 직전 영화 <앤트맨>을 제외하면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첫 등장한 이후로 처음 나오는 영화인데, 따지고 보면 이 놈은 인간이 아니니 국적 같은 것도 없을 것 아냐. 출생지는 서울시 새빛둥둥섬그렇다면 비전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국가기관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황색 언론도 포함해서. 물론 비전의 개인적 고뇌는 추가겠지. 근데 이런 거 다 퉁치고 후에 있을지도 모를 완다와의 로맨스만 준비하거나, 포청천 마냥 박혀 있는 마인드 스톤 관련 떡밥만 살짝쿵 풀거나. 이래저래 아쉽다. 사실 영화의 전체 퀄이 극상이니 이건 그냥 뭐 욕심이겠지.

아스가르드 차남 로키마저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결국엔 실패하고야 말았던 것을 한낱 인간이 해냈다. 어벤져스를 안에서부터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데에 성공한 지모 남작 이야기. 당근 제모로 번역될 줄 알았는데 사실 이번 영화에 빌런이 아예 안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는 하다.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어찌되었든 간에 결국엔 다 꼭두각시 놀음이였다는 거 아냐. 그게 맘에 조금은 안 들었다. 진정한 시빌워는 그들 사이의 신념 대립에서 이루어 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래도 일단은 나왔으니,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궁금했었는데…… 결론은 대성공. 이미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라서 어떻게 묘사될 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였다. 완전 쩌리될 줄 알았는데, 걱정 이상으로 꽤나 근사하게 나와준 듯. 계속 죽은 가족들의 음성 메시지 돌려 듣는 것만으로도 캐릭터의 동기가 완전히 납득 되더라. 마지막 결말마저 멋지고. ‘빌런들은 가진 파워와 업적이 반비례한다'는 마블 영화의 공식을 철저히 지켜준 지능적 빌런.로키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어벤져스의 와해'는 로키뿐만 아니라 울트론의 계획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어벤져스 시리즈의 모든 빌런들이 꿈 꿔왔던 것들인데, 정작 강력하다는 이 둘은 파워와 물량만 몰빵했을 뿐 어벤져스를 와해시키는 데에는 완벽하게 실패했었다. 오히려 어벤져스 결성을 도와준 로키에게 묵념을 그에비해 지모는 상대의 약점과 감정들을 철저하게 고려했고, 각 어벤져들 사이의 관계까지도 완벽하게 숙지했다고 볼 수 있다. 마냥 헐크만 공략했던 로키나 울트론과는 달리 철저한 계획가였던 지모 덕분에, 캡틴은 이겨도 이긴게 아닌게 되었다. 근데 따지고 보면 지모도 헐크와 토르가 없었기 때문에 이 계획이 순탄할 수 있었던 건데, 이것마저 고려했을까? 그렇다면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헐크와 토르가 각각 팀을 떠난 걸 알고 있었다는 게 되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이거대로 대단하네. 혹시 모르지 디스패치가 어벤져스 취재했을지도 팀 탈퇴 및 왕따설? 어쨌든 지모는 <BvS>의 메인 빌런이였던 렉스 루터랑 여러모로 포지션이 비슷한데, 루터가 실패한 캐릭터였다는 것을 다시 돌이켜보면 지모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다.
액션 장면에서 재밌는 건, 한 때 동료였던 상대에게 주먹을 날리는 순간의 각 캐릭터들 표정에서 싫은 티가 역력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물론 개인적으로 싸움의 방점이 소코비아 협의문 보다 조금 더 사적인 이유로 귀결되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가 취하고 있는 스탠스가 명확해서 그렇지 어찌되었든 간에 서로를 마냥 줘패고 싶지는 않다는 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모두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싸움이였다. 토니는 기본 아이언맨 수트에 별다른 무장을 하지 않았고, 워머신 역시 잔뜩 달려있던 기본무장들 대신에 진압봉을 꺼내들었다. 명사수들은 나타샤와 버키가 총을 쓰지 않은 것도 그렇지. 아니, 멀리갈 것도 없다. 앤트맨이 당장 자이언트맨이 된 판국에 맘만 먹으면 나타샤쯤 밟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였다. 물론 앤트맨에겐 여깄는 놈들 다 초면이지만 완다 역시 정신 조작을 쓰지 않았고.
캡틴과 토니의 입장 모두가 전부 이해된다는 점도 토대를 단단히 쌓아놓은 MCU의 위엄이다. 일단 캡틴은 쉴드 소속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 명령을 하달하는 상위기관의 변질을 직접 경험했다. (<캡틴 아메리카 2 - 윈터 솔져>) 그게 캡이 협의문에 대해 갖는 반감을 설명해줄 수 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버키에 대한 우정이 깔려 있고.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 근데 그 우정이 단순한 우정이 아닌 거다. 아이언맨의 실질적 아이덴티티가 토니 스타크이듯, 캡틴의 아이덴티티는 스티브 로저스다. 브루클린에서 온 말라깽이 약골. 캡틴은 시대를 점프해온 사람으로서의 고독감과 슬픔을 시리즈 내내 드러내 왔는데, (<어벤져스>) 말라깽이였던 그 시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당연히 각별하겠지. 바로 페기와 버키. 그러나 페기는 의미 심장한 말을 조카의 입을 빌려 캡틴에게 남기곤 세상을 떴다. 그렇담 캡틴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은 버키 밖에 없는 거다. 그리고 버키에게도 캡 밖에 없다는 걸 캡 스스로가 알고 있는 거고. / 토니는 군수업자인 자신의 무기들이 옳지 못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아이언맨>) 또한 울트론 사태를 겪으며 비록 자신의 실수였지만 그 실수를 통해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벤져스 2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이 버키만 챙기고 토니는 내팽개쳤다는 상황을 ‘부랄친구와 사회친구의 차이'라고 많이들 놀려먹던데… 그렇담 버키와 팔콘의 관계는? 서로 싫다고 투닥거리곤 하지만 캡틴 덕에 둘이 친해진 것 같던데. 특히 키스하는 캡에게 보내는 둘의 끄덕임은…

그리고 사실 캡이 토니를 마냥 내팽개치고 버린 건 또 아니다. 만약 후반부에서 토니가 복수심에 불타 버키를 죽이는 데에 성공했다면 또 어땠을까? 캡과의 관계가 완전히 아작남은 물론이고, 사적 복수를 행했으니 사법권의 심판을 받아야 했을 거다. 게다가 로스 국무장관의 말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행동한 것과 캡의 소재를 알았음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소코비아 협의문을 위반한 것이 되니 이에 대해 가중 처벌을 받았을 수도 있고. 그 모든 걸 떠나서 버키를 죽인 이후 토니의 정신 상태 역시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그러니까 캡이 버키를 구하기 위해 토니와 싸운 것도 있겠지마는, 캡은 토니를 위해서도 토니와 싸운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이라도 정보부에 요원으로서 소속되었거나 군인이였던 멤버들이 캡틴에게 보내는 절대적인 신뢰와 응원은 충분히 이해된다. 호크아이의 은퇴 취소와 나타샤의 재입장 표명은 이 선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다만 워머신인 로드야 뭐, 토니와의 오랜 우정을 별개로 친다해도 찬성파에 들었을 것 같다. 퇴역 군인이였다가 캡틴을 통해 수퍼히어로로 데뷔한 팔콘과는 달리, 로드는 일단 현직 군인이다. 때문에 통제에 대한 필요성을 당연히 느꼈을 거고, 장관이 된 썬더볼트 로스의 명령 역시 그냥 무시할 수 없었겠지. 게다가 만에 하나라도 그가 반대파에 섰다면 어찌 싸울 건데? 워머신 수트로? 애초에 그 워머신 수트의 원제작자인 토니가 반대편에 있는 이상 제대로된 싸움은 불가능했을 거야.
사람들이 많이들 오해하는 게 있는데, 후반부 캡이 호크아이와 앤트맨, 완다를 모은 이유는 토니와 대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베리아에 잠들어 있는 윈터 솔져들을 조지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토니가 공항을 폐쇄해서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거지. 여기 왜 왔는지 이유를 아냐고 캡이 물어보자 스콧이 이렇게 답했다. “사이코 킬러들 막으러 간다면서요?”

새로 등장한 블랙 팬서와 스파이더맨. 그와중 가장 마음에 든 건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이야 MCU에 합류한 게 반갑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 레이미와 마크 웹을 거치면서 이미 볼 건 다 봤다. 그냥 스파이더맨이 마블 영화의 큰 그림 한 가운데에 서 있는게 새롭고 멋진 거지, 아직까진 딱히 액션 면에서 새로울 게 없다는 거지. 근데 블랙 팬서는 달랐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새롭기도 했지만 누가 뭐래도 바로 그 액션! 기능성 비브라늄 수트로 자동차 뺨치는 속도와 울버린 뺨 후려치는 손톱도 멋지긴 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아무래도 그 동작들이였다. 성룡이나 견자단 같은 홍콩 액션 영화의 권격 액션을 좋아하는 취향과 수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 그 이질적인 두 가지 취향이 만나서 좋았던 게 <캡틴 아메리카 2 - 윈터 솔져>였는데, 블랙 팬서의 액션 역시 캡틴과 비슷해서 좋다. 이건 뭐 몸놀림이 거의 견자단 수준이던데 진짜로. 뭐랄까, 캡틴이 좀 더 묵직한 느낌으로 홍금보나 이연결 같은 느낌이라면 블랙 팬서는 말그대로 흑표범처럼 날래날래 움직이는 견자단 or 토니 쟈 느낌. 공중에서 돌려차기 와타타- 해대는데 진짜 눈이 돌아갈 뻔 했다.
스파이더맨은 확실히 경험 부족한 초짜 티가 많이 나는 캐릭터로 데뷔전을. 게다가 쉴새없이 나불거리는 촉새 기질도 잘 유지했다. 캡틴과의 싸움이 인상적인데, 파워 스펙으로만 따지면 스파이디의 압도적인 승리지만 전투 경험이 많은 베테랑 캡틴의 테크닉에 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피터 파커는 좀 더 어려졌는데 그건 메이 숙모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마리사 토메이가 메이 숙모로 나온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이렇게 젊게 나올 줄이야.. 마리사 토메이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함께 앉아있는 장면은 <온리 유> 배우 개그 같았다. 집안 형편은 전편들에 비해 좀 더 나아진 듯?



이렇게 보니 더 명확한 메이 숙모의 변천사. 점점 젊어지심. 샘 레이미 3부작 버전 -> 마크 웹 2부작 버전 -> 마블 스튜디오 버전


호크아이와 앤트맨의 콜라보는 비록 한 번 뿐이었지만 원작에 대한 예우가 느껴졌고, 충분히 귀여웠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부터 호크아이는 알게모르게 막시모프 남매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 영화에서 구금되어 있는 완다를 빼내기 위해 그가 투입 되었다는 설정은 썩 괜찮았다. 캐릭터 간의 연결고리가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는 느낌. 가진 거라곤 활과 화살 뿐이라던 남자가 완다를 구해내기 위해 괴물급 스펙을 가진 비전에 대항하는 장면은 안습함을 넘어서 비장미까지 느껴질 정도.
많은 분량을 할당 받진 못했지만 호크아이가 멋있었던 건, 소코비아 협정에 반대해 은퇴까지 선언 했으면서도 캡이 부르자 달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은퇴를 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다. 물론 협정에 반대하는 건 이해가 된다. 쉴드에 소속되어 있을 때도 닉 퓨리에게 자신의 가족들을 비밀로 숨겨달라고 했으니, 아예 등록해 신분이 드러나는 걸 원하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도 캡이 부르니 오다니. 호크아이가 캡을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게다가 그 역시 로키에게 세뇌되어 동료들에게 활을 겨누었던 적이 있으니 버키의 심정도 이해하고 있을 테고. 여러모로 호크아이가 캡 편에 선 것은 합당하다. 첫 관람 때는 마지막쯤에 해저감옥에 수감된 호이후 면회 온 토니에게 호크아이가 조롱의 박수를 치며 배신자라고 욕하는 것이 뜬금없게 느껴졌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빡칠 만도 하네. 시베리아의 윈터 솔져들을 깨우려는 지모를 막기 위해 은퇴도 번복 했는데 정작 토니는 그 말도 믿어주지 않은채 싸움을 감행 했고 결국 이리 되었던 거니…
<캡틴 아메리카 2 - 윈터 솔져>에서, 팔콘은 군 생활 당시 RPG로 옆에서 같이 비행 중이던 동료를 잃고 그 트라우마 때문에 전역 했었다. 근데 엄밀히 따지면 자신이 한 공격은 아니였지만 어쨌든 자기가 피한 덕분에 동료인 로디가 하반신 불수가 되었으니 그 트라우마가 되살아 났을 듯.

그래도 중간 보스 급 정도는 될 줄 알았던 럼로우는 찌질한 크로스본즈가 되어 돌아왔다. 초반 잡몹으로 전락해 버린 그에게 조의를. 근데 히드라 편에 붙어서 권선징악으로 빌딩 잔해에 깔려 죽을 뻔한게 캡틴 잘못이냐, 그걸로 끝까지 구차하게 굴 건 또 뭐야.
초반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 크로스본즈 소탕 작전을 보자니 인상적인 건 나타샤. 슈퍼 솔져랑 정신조작+염력파워 강캐랑 비둘기 수트를 장착한 남자 사이에서 총 한 자루와 두 주먹 만으로 적들을 일망타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이 여자가 진정한 사기 캐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차 안에 갇혀있을 때 수류탄 떨어진 거 보고는 중요 캐릭터니 죽진 않더라도 부상입고 리타이어 할 줄 알았는데 꿋꿋이 살아나오더라. 졸라어썸
다시 생각해보니 묘하게 원작 따라가는 부분이 많다. 특히 크로스본즈의 자폭으로 촉발된 (feat. 스칼렛 위치) 협의문은, 원작에서 수퍼히어로 등록법안을 촉발시킨 나이트로의 자폭 사건과 비슷하다. 스파이더맨 역시 아이언맨 쪽에서 캡 쪽으로 전향 하지도 않고 정체를 공개 하지도 않지만, 토니가 만들어준 수트를 입는다는 점 역시 교묘한 원작 고증. 게다가 마지막은 정말 시크릿 어벤져스가 됐네…
원작에서는 레알 새 였는데, 이번엔 인공지능 드론으로 리뉴얼 되어 나온 팔콘의 레드윙. 리뉴얼 아이디어 자체는 현실적이라 좋은데 활약 자체는 그냥 저냥인 듯 하다.
사무엘 L 잭슨 형이 자기 안 나온다고 말 했었지만 그래도 그거 다 뻥이고 실제로는 닉 퓨리 나올 줄 알았는데. 근데 안 나옴. 이번에 나왔으면 누구 편을 들었다기 보다는 중재 하느라 열심였을 듯.
하워드 스타크와 마리아 스타크가 윈터 솔져가 된 버키에게 살해 당하는 장면은 MCU 역사상 유래없이 잔인하게 연출 됐네. 보기 불편할 정도로. 그래도 영리 했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에서 관객들이 토니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 도와준 훌륭한 연출.


엄청났던 기대와 더불어 걱정도 그만큼 됐던 영화였지만, 이 정도라면 정말이지 ‘잘 버무렸다'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없겠다. 다음 마블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니 닥터가 데뷔하는 순간 그리기도 바쁠테니 이 영화 이후의 어벤져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묘사할 수 없겠지. 그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나 <스파이더맨 - 홈커밍>도 마찬가지일 것. <블랙 팬서> 솔로 영화쯤 되면 조금이라도 드러나려나. 하여튼지간에 이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팀원의 2/3는 범죄자 신분 도망자가 되었고, 리더 역시 쫓기는 신세가 되었으며, 남아 있는 멤버들 조차 하반신 불구가 되었거나 크나큰 정신적 상해를 입었다. 여기에 팀의 가장 큰 전력인 헐크와 정신적 지주인 토르는 잠적한 상태니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이렇게 어벤져스 팀은 와해되었다. 결국 제국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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