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3 22:46

어벤져스, 2012 대여점 (구작)


긴 말이 필요없는 영화긴 한데. 수퍼히어로 장르는 물론이고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통틀어서 가장 멋진 밸런스를 보여주는 영화라 짧게 요약할 수 있겠다. 통쾌하고 스펙터클한 액션을 멋지게 전시 하면서도 개연성 충만하고 완급조절이 뛰어난 스토리, 그리고 유머로 빚은 캐릭터들까지. 수비와 공격을 넘나드는 그야말로 박지성 같은 영화. 이런 걸 잘 만든 영화라고 하지 그게 아니면 대체 어떤 걸 보고 잘 만들었다고 해야하냐. 

영화사에 유례가 없을 크로스오버 기획 영화<에이리언 vs 프레데터>:????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진짜 캐릭터를 잘 짜고 배분해냈다. 이런 캐릭터 무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한 문장 정도로 요약해 소개해내는 능력인데, 이 때문에 각 캐릭터들의 일정 부분들이 어느정도 누락되거나 축소된 경향은 있지만 그럼에도 썩 잘 해냈다. 캡틴은 융통성 없는 대신에 도덕성 하나는 투철한 근성가이로, 토니는 이기주의의 화신이자 나르시시스트로, 토르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유머로 개그캐가 되었고, 헐크는 그야말로 최종병기 탱탱볼이 되었다. 여기에 블랙 위도우와 닉 퓨리, 콜슨, 로키 역시도 썩 잘 풀어냈고 심지어는 첫 등장한 마리아 힐도 관객에게 눈도장 콱콱 찍어줌. 하나 더 하면 역시 호크아이. 처음부터 끝까지 선역이었다면 여러 능력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주목 받기 어려웠을 텐데 그걸 알았는지 중반부까지 악역으로 써먹으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정도면 이건 진짜 그냥 시나리오를 졸라 잘 쓴거다. 아이언맨과 헐크 쌍두마차는 아름다웠고 캡틴의 쫄쫄이를 보면서는 눈물이 났다. 역시 덕후는 덕질만 해야해... 그 외에 액션 디자인이 좋았던 캐릭터는 호크아이. 원래 명사수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하고 제레미 레너를 애정하는 것도 있지만 그냥 너무 멋있잖아.

블록버스터 수퍼히어로 영화 답지 않게 독특한 쇼트 디자인이 눈에 띄는 영화기도 한데, 초반부 블랙 위도우가 잡혀 있는 씬에서 잠깐 나오는 거울 쇼트라든지 후반부 뉴욕 전투에서 민간인들이 붙잡혀 있는 은행에 대해 보고 받은 캡틴의 모습이 오토바이 사이드 미러에 비쳐지는 쇼트, 그리고 정신이 돌아온 호크아이의 모습을 담은 쇼트 등은 여러모로 블록버스터 제작 시스템 내에서도 작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실험해보고 싶었던 조스 웨던이 어느 정도 엿보이는 것 같아 좋아한다. 하여간에 이 양반은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개떡 같이 만들어 놓긴 했지만 1편을 너무 잘 만들어놔서 뭐라 할 수가 없다니까. 나에게는 조스 웨던의 까방권 같은 영화.

하여간에 마블에게 있어서는 구약 같은 영화가 되었다. 지금에 와서는 '어벤져스'라는 표현이 워낙 여기저기서 쓰이니까. 진짜 이거 망했으면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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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 I T V S 2018/05/04 00:52 # 답글

    저는 어벤져스 이전의 단독영화들의 주인공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펼친다는 거 자체도 너무 놀라웠고 이 영화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죠. 보통 영화 시리즈가 3편 이후로 완전 물거품이 되고 망가지는데 이건 무슨 5편 연속으로 같은 세계관이 나왔으면 삐걱여야 할 것이 오히려 크로스오버한 영화마저 대성공한 표본이 됐으니까요!

    이젠 유명한 여러 캐릭터들이 팀을 짜거나 크로스오버를 하면 무슨무슨 어벤져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습니다. 이런 크로스오버는 분명 유치해서 망해야하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했을 때 한번 믿어보고 보자! 로다주와 에반스 그리고 햄식이가 같이 나온다! 라는 기분으로 봤지만 결과는 놀라움, 화려함, 그리고 웃음(신이 약골이군!)이었습니다. 이 후로도 계속 영화가 나온다는 점에서 마블의 전성시대가 다시 한 번 울려퍼진 셈이었고(저는 첫번째가 엑스맨2와 스파이더맨 1,2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겐 정말 마블엔 여러 영웅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 때부터 정말 우리나라엔 일본만화만 가득했던게 미국만화를 즐기는 독자들이 많이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토르, 아이언맨, 헐크, 캡틴아메리카라는 이미지 자체가 전국민에게 새겨진 건 확실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마블의 영화 세계관이 종결되면 정말 영화 역사상의 로스트 테크놀러지로 불리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보다 더 짜임새있는 초장기 프로젝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딱3개로 피터잭슨의 반지의제왕-호빗 연대기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와 신비한 동물사전, 그리고 스타워즈로 보지만요;;;)
  • CINEKOON 2018/05/04 03:29 #

    사실상 이 영화 아니었으면 지금의 마블은 없었겠죠.
  • 잠본이 2018/05/06 15:24 # 답글

    망했으면 뭐 케빈 파이기와 일당들이 배너처럼 채권자 피해서 도망다니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정의조폭단을 신나게 말아드신 워너 생각하면 마블도 그런 위험이 있었겠구나 하고 아찔해지곤 하죠...
  • CINEKOON 2018/05/08 18:00 #

    그나저나 망하기는 했어도 조스 웨던은 마블과 DC의 굵직한 수퍼히어로팀 영화를 모두 연출해본 사람이 되었군요.
  • 잠본이 2018/05/09 01:01 #

    고지라와 가메라와 울트라맨을 모두 연출한 카네코 슈스케에 버금가는 위업...! (으잉?)
  • CINEKOON 2018/05/09 15:55 #

    카네코 슈스케 받고, 스페이스 오페라 사가의 양대산맥인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을 모두 연출한 JJ 에이브람스 던져봅니다.
  • 잠본이 2018/05/10 01:44 #

    쌍제이는 미션임파서블까지 합치면 넘사벽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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