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8 18:42

라따뚜이, 2007 대여점 (구작)


어느 순간부터 픽사는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을 소재 둘을 가지고 응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모험 + 노인 / 사랑 + 로봇. 그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둘을 이어붙인 게 요리와 생쥐를 조합한 바로 이 영화 되시겠다.

<아이언 자이언트>를 말아 먹긴 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픽사에서 만든 <인크레더블>로 성공적인 이륙을 한 브래드 버드라는 이름을 조금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대표작. 영화 자체는 역시나 좋은데 의외로 생쥐 비주얼에 반감이 있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어 하더라.

플롯과 테크닉을 함께 잘 쓴 영화일텐데,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두 부분. 첫째는 주인공인 '레미'가 여러가지 식재료를 음미하는 장면인데, '맛'이라는 추상적이고 비 시각적인 개념을 직관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시각화한 센스가 돋보인다. 둘째는 역시 후반부의 그 플래시백이지, 뭐. 영화 역사상 최고의 플래시백이라는 말까지는 못하겠으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의 감정과 기승전결을 잘 때려박았다는 점에서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가성비를 지닌 플래시백 정도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안톤 이고'는 생김새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더니 작업실 직부감 쇼트 보니 대놓고 드라큘라 백작 컨셉이더라. '링귀니'의 꿈 속에 등장해서 심장 꼬치구이를 달라는 멘트로 확인사살.

레미의 손동작을 진짜 깔쌈하게 쓴 영화다. 애니메이션이다보니 주인공 생쥐가 영어로 말을 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바디 랭귀지에 의존하는 부분이 없지 않은데 그 부분들 중 손동작의 디테일이 유난히 좋다. 영화 보다가 몇 번 따라함. 어쩜 저리 맛깔나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 건지.

영어 대사 임에도 프랑스어 억양을 정말이지 강하게 넣은 영화. 그래서 보다보면 내가 듣고 있는 게 영어인지 불어인지 헷갈릴 정도. 그 디테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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