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8 18:42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2009 대여점 (구작)


타란티노 영화들에서 폭력은 항상 중요하고, 그 동기가 되는 복수는 더더욱 중요하다.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주인공에게 복수 당하는 놈들이 씹새끼들이긴 해도 어쨌거나 사람이잖아. <킬빌>에서 짧고 굵게 보여주었듯이 주인공을 괴롭힌 그 종간나들도 다 생업이 있고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보는관객들 입장에선 통쾌하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일종의 죄책감도 생긴단 말야. 이걸 어쩌나. 이걸 타개하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그 종간나들을 <인디펜던스 데이>에 나오는 외계인 종자 내지는 <새벽의 저주>에 나오는 좀비 정도의 괴물로 치환하는 것. 둘째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그 놈들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만도 못한 쌍놈들이란 걸 극대화해 강조하는 방법. 타란티노는 그 둘 모두에 능한데 이번에 골라잡은 것은 두번째 방법이다.

이후 작품이긴 하지만 <장고 - 분노의 추적자>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신나게 쏴죽였던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의 주 타겟은 다름 아닌 나치들이다. 때문에 이 영화로 우리는 나치가 서구권에서 얼마나 괴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 뚝배기 깬다는 게 뭔지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도 있다. 깨는 게 아니라 써는 거잖아... 우리 나라로 치면 동시대의 황군들을 다루는 것이라고 할까.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의 나치 묘사는 <장고 - 분노의 추적자>에 나오는 인종 차별주의자들 만큼 악랄하진 못하다. 물론 잔인한 능구렁이 한스 란다만 놓고 본다면야 충분히 악랄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 나치들은 우습거나 멍청한 정도로만 묘사되어 있다고 생각 하거든. 하지만 뭐... 한스 란다가 워낙 일당백을 해대니 뭐라 할 말은 없다만.

타란티노 영화들 중 가장 밸런스가 잘 잡힌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최고작은 <장고 - 분노의 추적자>이지만, 그건 그저 통쾌함 지수로만 따져서 그런거고. 전체적인 밸런스는 이 영화가 훨씬 낫다. 유머와 서스펜스와 말빨의 대단한 삼위일체. 특히 가장 먼저 등장하는 제 1장의 흡입력은 거의 경지. 더불어 계속해서 나오는 이름이지만 한스 란다라는 엄청난 캐릭터를 남기기도 했다.

틸 슈바이거나 연기하는 '스티글리츠' 병장의 첫 등장과 그 소개를 짧은 플래시백 몽타주로 풀어내는 장면이라든가 괴벨스를 등장시켜 당시의 영화들에 대한 수다를 또 일장연설로 가래떡 마냥 길게 뽑아내는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타란티노 영화 맞네 싶다가도 또 '졸러'와 '쇼산나'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결말을 보고 있노라면 또 타란티노 영화 스럽지 않기도 하고...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스필버그가 장인이라면 타란티노는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진짜 미치도록 노력하면 어떻게 스필버그의 발 끝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타란티노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물론 둘 다 넘사벽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크리스토프 발츠의 연기야 뭐 워낙 많이 회자 되었으니 그렇다치고,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진짜 진짜 훌륭하다. 억양과 말투, 턱짓까지 바꿔버리는 센스. 이 정도는 되어야 브래드 피트지.

다소 뜬금없지만 류승완의 <군함도>가 개봉해 논란을 일으켰던 작년 이맘때쯤 생각난 영화기도 하다. 역사 왜곡 논란이 유난히 많았는데 솔직히 이야기 틀 자체를 바꿔버리는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재미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극화는 있을 수 있지 않나. <바스터즈>가 그렇잖아. 마지막에 히틀러 시원하게 쏴죽여버리고 끝나는데. 고증이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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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8/05/08 01:38 # 답글

    다 좋긴 한데 브래드 피트가 생각보다 얼굴마담에 가까워서 아쉽기도 했죠.
    그나저나 패스벤더 처음본게 이영화였는데 나중에 매그니토로 나오기 전까지 얼굴을 기억 못했다는 전설이;;;
  • CINEKOON 2018/05/08 18:01 #

    저도 그랬어요. 외모 보다는 말빨 듣느라 정신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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