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3 18:42

몬티 파이튼의 성배, 1975 대여점 (구작)


7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개그 센스 하나만큼은 반 세기를 앞선 희대의 괴작. 때문에 최근작 <레디 플레이어 원>도 그랬고 기타등등 각종 서양의 서브컬쳐에 전반적인 영향을 준 그야말로 띵작. 허나 반대로 따지고 본다면 극강의 개그 센스를 가진 것은 맞지만 영화 전체의 구성은 굉장히 허술하다기보다는 별 거 없고 그 몇 몇 고퀄리티 개그 장면을 제외하면 그 나머지는 실상 별 게 없다는 점에선 또 이상한 넌센스를 가진 작품. 삐까뻔쩍 영롱한 구슬들을 갖고 있는 건 맞는데 그 구슬들을 꿰는 실이 심하게 빈약하달까.

가장 좋아하는 구슬(장면)이라면 두 부분 정도. 초반부에 등장하는 농노 데니스의 사회계약론 설파 장면과 역시 후반부의 다리 퀴즈쇼 장면. 특히 후자는 정말 답이 없을 정도로 웃긴다. 이미 예전에 본 영화고 그 장면을 짤로도 몇 번 더 봤었는데 어째 볼 때마다 웃기냐. 참으로 기묘하고 신묘한 치트키스러운 타율. 

'병맛'이라는 단어가 일반 대중들에게 정착된 지금에 와서야 이런 정신 나간 기획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그 '병맛'이라는 말 조차도 없었던 70년대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정말이지 대단하다. '병맛'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 이미 약을 거하게 들이키고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니. 이것이야말로 원탁의 기사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핑백

  • DID U MISS ME ? :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2019-09-20 11:50:53 #

    ... 들었던 작품에 얽메여 결국엔 파국의 길을 걷는다. 테리 길리엄은 대체 과거 어느 시점의 자신에게 매혹되어 있는 걸까. 유머 감각만 보면 아직도 &lt;몬티 파이튼의 성배&gt; 시절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more

덧글

  • NRPU 2018/05/08 23:31 # 답글

    저는 흑기사랑 니! 니! 파트가 제일 재밌었네요
  • CINEKOON 2018/05/09 15:55 #

    니! 니!는 목소리가 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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