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코, 올해의 망작.
<오버 더 톱>이라는 전무후무한 레퍼런스 영화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팔씨름이라는 소재 자체는 아직까지도 영화쪽에선 꽤 신선한 소재다. 그건 인정. 그리고 <오버 더 톱>이 전국민들이 다 알만한 흥행영화는 아녔잖아. 그리고 <챔피언>이 팔씨름 소재로 써먹은 건 한국영화에서 최초이기도 하고.
결국 스포츠 영화인 건데, 스포츠 영화라는 게 애시당초 스포츠 자체에만 잘 집중해 연출하면 감동과 쾌감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꼭 기승전결 이야기가 있어야만 감동할 수 있나. 그럴 거면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즌에 모든 국가대표팀들은 구구절절 눈물 짠내 나는 사연 하나씩 다 만들어야지. 근데 안 그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 보면 재밌기도 하고 눈물 나기도 하는 거잖아. 근데 이 영화는 굳이 또 구구절절한 사연을 넣는다. 하지만 그래, 여기까지도 괜찮아. 어쨌든 진짜 '스포츠'와는 다른 '영화'니까. 최소한의 이야기는 있어야겠지. 허나 그렇다고 또 골라잡은 게 가족 신파.
<오버 더 톱> 보다는 오히려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랑 비슷한 점이 더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입양아라는 설정도 그렇지만 우선 팔씨름이나 스키점프나 영화화된 적도 없고 영화화하기도 쉽지 않은 소재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하지만 <국가대표>는 스키점프라는 스포츠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를 어느 정도 연구하고 나온 영화였던 반면에 이 영화는 안 그렇다. 일단 기술 소개가 없어. 중간에 국내 챔피언이라는 착하게 생긴 놈이 나와서 세 가지 기술 정도를 소개하긴 하는데 그마저도 후루꾸고, 심지어 주인공인 마동석의 '마크'는 그런 기술 소개가 무색하게 오직 힘만으로 경기를 조져논다. 경기 하나 하나에 긴장감이 있고 임팩트가 있으려면 그 경기 안에서 기승전결이 또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그냥 마동석의 찡그린 얼굴 표정 클로즈업 하나만으로 다 훌쩍 훌쩍 넘기는 영화가 되어버림. 이게 뭐야. 최소한 어떤 스포츠를 소재삼아 다루려면 그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야 하는데, <챔피언>이 팔씨름을 대하는 태도는 형편없고 별 생각마저 없어보인다. 그게 더 싫어.
마동석의 연기는 하나같이 다 똑같다. 그게 지금까진 잘 먹혔었는데 아마 배우로서 앞으로는 조금 더 신중한 선택을 기울여야지 않을까. <프레데터>와 <코만도>, <터미네이터>의 히어로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어느 순간부터는 연기력에 대한 논란을 불식 시키려 코미디 위주의 영화만 선택했던 시기들이 있었다.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마동석은 좀 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이 필요하겠다. 한예리는 괜찮아서 별로 할 말이 없네.
아, 그냥 망작이라 별 말 하고 싶지 않다. 보는내내 몸을 심하게 꼬았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 천원이 아깝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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