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9 16:04

얼리맨 극장전 (신작)


내 나이대의 사람들치고 클레이 애니메이션 안 좋아했던 사람들 없었을 걸? <패트와 매트>도 있고 <월레스와 그로밋>도 있고... 특히 <월레스와 그로밋>은 안 좋아하기가 정말이지 어려운 애니메이션이다. 꼭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서 좋아했던 건 아니고, 뭔가 굉장히 장르적이었거든. 스릴러와 SF와 코미디의 삼선 짬뽕 같은 그 맛. 게다가 애니메이션치고 서스펜스와 스릴도 진짜 꽤 잘 살렸던 시리즈였다. 장편이었던 <거대 토끼의 저주>도 그랬지만 단편에서도 엄청났거든. 치즈로 된 달 놀러가서 <터미네이터2>의 T-1000 같은 자판기 로봇과 벌인 추격전이나 악당 펭귄과의 열차 추격전은 정말이지... 

<월레스와 그로밋>의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든 신작답게 엄청난 기대를 하며 본 작품. 하지만 뭔가 소재를 잘못 만난 것 같다는 그 당혹감. 선사시대의 사람들과 축구라는 소재를 조합한 것 자체는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고 보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그게 별 재미가 없단 것이다. 코미디를 만들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화려한 액션이나 서스펜스를 만들기도 어렵고. 온전히 교훈적인 내용과 그 감동에 무게 중심이 많이 쏠려 있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인데 그 교훈 자체도 팀워크에 대한 고리타분한 교훈이라 별 재미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들에선 항상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중요했고, 또 재밌었다. 월레스가 만든 발명품들이나 그로밋의 1인 전투 비행기 시퀀스는 정말 대단하잖아. 이 영화도 배경이 선사시대이다보니 현대의 여러 물건들을 당시의 기술력으로 재창조해 써먹을 수 있었단 점에서 기대가 있었는데, 전기 면도기를 딱정벌레로 바꿔놓은 것 외에는 그것도 영 별 게 없다. 

아드만 스튜디오 작품들 중 가장 그냥저냥 본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근데 사실 관람 타이밍을 잘 못 잡은 것도 한 몫함. 어린이날 대체휴일이었던 월요일에 가서 봤는데 바로 뒷줄에 앉은 꼬마 숙녀가 영화 보는내내 변사 마냥 중계를 하느라. 영화 보는내내 어린이날 부모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했던 한 시간 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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