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9 12:43

버닝 극장전 (신작)


이창동이 어려운 이야기를 애써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그의 영화들은 (생각보다) 늘 단순했고, (걱정보다) 늘 간결했다. 관객 각자가 느끼는 감상의 크기는 달라도, 해석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보는 관객들 마다 해석의 차이가 없지는 않되 그 서로 간의 해석을 오가는 생각 추의 진자 운동 간격이 크지는 않으면서도 서로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느낌. 헌데 8년 만의 신작은 정반대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의 이창동은 그 명성과 대중들의 걱정에 비해 철저히 대중영화의 결 안에서 간단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장인이었다. 그런데 <버닝>에는 유독 간단명료함이 없다. 분석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데에 품삯이 드는 이창동의 영화를 대체 얼마만에 만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개츠비'와 '포크너'를 들먹이며 소설을 쓰고파 하는 젊은 남성의 판타지인가. 아니면 요즘 방황 밖에 할 게 없는 젊은 세대가 방황 외에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또다른 젊은 세대에게 느끼는 박탈감의 현실적 묘사인가. 아니면 그냥 이창동은 장르 영화의 탈을 쓴 문예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걸까?

아직까지도 그 답은 알 수 없고,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다. 일단 이 영화 자체가 그리 흥미로운 영화가 나에게는 아닌 것이다. 재미없다, 볼만하다로 나눌 수 없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 어떡해, 보는내내 별 재미가 없는데.

유아인의 연기는 나쁘지 않지만 기존의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졸지에 제 2 모국어가 된 한국말로 열심히 연기하는 스티븐 연은 가련하면서도 아쉽다. 하지만 신데렐라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던 전종서에게 느끼는 실망감이 제일 큰 듯 하다. 연기라기보다는 그냥 찡찡대는 느낌이었다.

근데 뭔가 쓰다보니 이게 무슨 영화인지에 대한 일전의 질문에 나만의 답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이창동은 어쩌면 히피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청춘, 비루한 삶, 기성세대로부터의 탈주, 분노의 표출, 그리고 섹스와 대마! 정말 이건 이창동의 New American Cinema를 이은 Fucking Koream Cinema일지도. 다들 헬조선 헬조선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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