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3 10:52

데드풀2 극장전 (신작)


여러모로 할리우드 흥행 속편의 공식을 따른다. 더 크고, 더 요란하게-라는 그 법칙. 


스포일러 풀!


'<존 윅>에서 개 죽인 그 놈'으로 섭외된 데이빗 레이치 감독 덕분에 액션은 다소 화려해졌다. 수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카타나 등의 일본도를 쓰는 사무라이 영화 역시도 좋아하는데, 지금까지의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수위 때문에 댕강댕강 하지 못했던 걸 이 영화에선 그냥 앞뒤 안 가리고 해버리니까 그걸 보는 맛이 좀 있었다. 특히 초반부에 데드풀이 전세계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청부업자 일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 증기탕에서 야쿠자들과 칼부림을 떠버리는 장면에서의 쾌감이란. 팔이 진짜 댕강댕강이던데.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액션 보다도 유머는 더욱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문제는 그게 좀 과하다는 것. 애초에 액션보다는 유머와 캐릭터 특유의 코미디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진 시리즈인 것 알겠으나, 뭔가 지금 속편의 버전은 딱 좋을 때까지만 하면 좋을 개그를 두 방 세 방 더 치는 부장님 같은 느낌이다. 대표로 딱 하나 꼽자면 후반부 데드풀의 유언 장면은 지금 버전에 비해 30초 정도 덜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1편이 좋았던 이유는 과한 유머의 농도에 비해 비교적 이야기가 콤팩트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수퍼히어로 오리진 스토리라고 해봤자 별 게 없긴 하지만 1편은 너무나도 그걸 꿋꿋이, 그리고 묵직하게 잘 걸어갔던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속편은 좀 다르다. 시간 여행자 컨셉인 '케이블'이 메인 캐릭터 중 하나로 들어오다보니 여러가지 시간선을 오가는 이야기들이 생긴 덕분에 전체적인 그림이 크게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처럼, 작게는 라이언 존슨의 <루퍼>처럼 1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원래 좀 캐릭터가 막 나가면 이야기도 단순한 게 낫거든. 그런 면에서 이번 속편은 아쉬움이 좀 있다.

게다가 '바네사'의 죽음을 메인으로 진행되는 '웨이드 윌슨'의 내적 고뇌가 '러셀'이란 소년을 구하는 메인 스토리와 잘 붙지도 않는다. 1편이 멜로 영화였던 것처럼 이번 2편은 가족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그 가족 영화 컨셉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변한 느낌.

하지만 단점들만 이야기해서 그렇지, 어찌되었든 여전히 꽤 재밌는 영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그 브래드 피트를 막 죽여버리는 영화기도 하고, <그것>으로 한창 뜨기 시작한 빌 스카스가드란 젊은 배우 역시도 막 죽여버리는 영화. 그러면서 그 와중에 아무런 수퍼파워가 없는 '피터'란 인물은 또 살려놓는 영화. 전체적으로 괴랄해서 좋고, 좋게 괴랄하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역시 엑스포스 장면.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그렇게 홍보 하더니만 이렇게 과감히 다 죽여버릴 줄은 또 몰랐지.

1편이 그랬듯 여전히 각종 서브컬쳐 및 팝컬쳐 레퍼런스들을 끼고 사는 영화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콜로서스'의 <로보캅> 대사와 역시 쿠키 영상에서의 그린 랜턴 드립. <인셉션>이나 <버닝>이 각주에 설명이 많이 붙어 있는 영화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각주에 각종 하이퍼링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하이퍼링크 누르면 유튜브 어딘가나 구글 이미지 검색 어딘가로 붙잡혀 들어가는 거지. 이거 왠지 여러모로 <레디 플레이어 원>이랑 엇비슷한 느낌이구만.

쿠키 영상이 역시 대단한 영화고, 위에서 그린 랜턴 이야기도 했으니까 한마디 하자면. 라이언 레이놀즈는 미래를 예견해 <그린 랜턴>이란 영화가 망할 것임을 미리 알았어도 그 영화에 다시 출연했을 것 같다. 순전히 나중에 이렇게 본인 흑역사로 가지고 놀기 위해서. 그만큼 이 영화의 컨셉 자체가 너무 치트키야. 대충 만들어도 설정 같고 의도 같잖아. 언젠가 이 시리즈도 서서히 사그라들텐데, 어쩐지 그것마저도 라이언 레이놀즈와 제작진이 더 이상 찍기 싫을 때 일부러 대충 못 만들어놓고 끝낼 것 같다. 

사실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폭스의 '엑스맨 프랜차이즈'에 이 시리즈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하는 것. 애초에 본가는 들쭉날쭉이었던 데다가 최근작인 <아포칼립스>로 폭망했는데 어째 스핀오프인 이 영화가 더 잘 나가는 거냐. 영화 중간에 '저거너트'의 형이 '프로페서 X'라는 설정의 대사가 보이던데 그거 원작 설정이지 애초에 영화 본가쪽에선 일언반구도 없던 설정이잖아. 근데 스핀오프인 이 영화에서 막 지껄이는 것 보면 그냥 진짜 막 나가기로 했나보다 싶기도 하고...

하여튼 라이언 레이놀즈의 복면가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게는 봤다. 다만 3편은 좀 긴장해야할 듯. 재밌는 농담도 딱 두 번까지잖아. 잘 생각해라, 데드풀.

뱀발 1 - 얼른 돌아와요, 바네사.
뱀발 2 - 조쉬 브롤린 엄청 섹시하게 나온다. 이 배우를 안지가 십 년이 훨씬 넘었고 출연작도 꽤 많이 봤는데 이렇게 섹시한 배우일 줄은 또 몰랐네.
뱀발 3 - 나른한 도미노 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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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05/23 11:07 # 답글

    더 크고 요란하게라지만, 의외로 시가지전을 중간에 두고 좁은 고아원에서 마무리짓는 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보통은 터뜨리는 규모가 큰 시가지전을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둘 텐데... 그래서인지 [스카이폴]에서 비슷하게 느꼈던 감정이 느껴지더군요. 넓은 곳으로 가서 탁트인 시점에서 끝맺기 보다, 좁고 개인적인 영역에서 개인적인 싸움을 하는 느낌. 넓은 장소의 통기성이 없다보니 개인이 내뿜는 쉰내가 더 잘나서 그 사람의 여러가지를 깊게 알게 되는 느낌이랄까요.
  • CINEKOON 2018/05/23 11:07 #

    <스카이폴>과의 비유가 딱 맞아 떨어질 수도 있겠네요. 무엇보다도 그 영화에서의 악당은 자신이 집착하는 과거 상관 여성을 엄마라고 칭하고, 그 마지막 장소 역시도 그냥 보통 버려진 집이었으니... 이 영화에서의 러셀도 그렇죠.
  • 엑스트라 2018/05/24 10:54 # 답글

    데드풀 여친이 죽으니 웃으면서 보는 맛이 좀 떨어졌단 하죠. 다음 편에는 살아 등장해서 훈훈하게 봤으면......
    그리고 1편의 매력인 웃으면서 싸우는게 좀 줄어들었다는게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잘 활약하고 웃겨줬다는.
  • CINEKOON 2018/07/09 15:56 #

    바네사가 다합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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