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4 10:13

독전 극장전 (신작)


스포일러 전쟁!


아쉬운 것들부터 말하자면,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 해석에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다. 차승원은 개성있는 악역 캐릭터를 만들기 바로 직전에 멈춰서버린 느낌이고, 박해준은 열심히 보여줬으나 제대로 보여줄 시간은 많이 할당 받지 못한 느낌이 또 있다. 류준열은 캐릭터 설정상 많이 튀는 연기를 했으면 아니 되었기에 그런 것이었겠지만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나칠 정도로 평범하게 느껴지고, 이와 직접적으로 붙는 조진웅은 연기의 톤이나 해석은 괜찮지만 인물의 내적인 감정 변화나 심리 변화 등이 좀 더 많이 보이는 연출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중 반은 온전히 배우탓이라고 둘러대기 어렵다. 내가 대충 짚어낸 이 단점들은 배우가 만들 수 있는 종류의 단점들이 아니다. 대신 이건 온전히 각본과 연출의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차승원과 박해준 등이 연기한 캐릭터는 그렇다쳐도, 주인공인 조진웅의 '원호'만은 그렇게 만들면 아니됐지. 결말의 그 아련함과 씁쓸함이 제대로 살려면 원호의 감정이 중요하잖아. 원래 이런 언더커버 영화들이란 게 다 그러니까. <도니 브래스코>에서 알 파치노의 캐릭터가 보여주었던 정도라면 대성공이었을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거 아니냐

하여튼 그런 연기나 캐릭터 묘사를 제외하고 본다면, 영화는 꽤 괜찮다. 아니, 사실 많이 괜찮게 느낀 편이다. 직접적인 원작으로 두기봉의 <마약전쟁>이 있고, 그 외에도 비슷한 종류의 영화를 수도없이 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벗겨먹은 게 어디 느와르 한 두 편인가. 게다가 암거래를 주선 하면서 연기를 통해 양쪽 모두를 속인다는 세부 설정은 브래드 버드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꽤 그럴 듯한 서스펜스로 보여줬던 적도 이미 있고.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작년의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이었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뻔하고 전형적이더라도 연출적으로 새로운 것을 고민 하자는 그 선언. 그리고 그 선언에 훌륭한 증명이 되어준 촬영과 조명으로 만든 섹시함. 변성현의 <불한당>과 마찬가지로 이해영의 <독전> 역시 그렇다. 

대중들 사이에 다소간의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섹시하다고, 멋지다고 느꼈지만 일부에서는 너무 겉멋만 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도 이해한다. 표현주의적으로 연출된 부분들이 많다보니 곳곳에 현실성이 없거든. 대표적인 게 용산역 마약공장 시퀀스일텐데, 실제 로케이션이든 세트든지 간에 그냥 세트처럼 보인다. 용산역에 저런 곳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그냥 말도 안 되게 보이는 거지. 

그럼에도 나는 어색하다는 느낌보다 멋있다는 느낌에 좀 더 기울었고, 중간중간 매력있는 부분들이 꽤 많다. 특히 농인 남매 캐릭터와 류준열의 '락' 간에 벌어지는 수화 장면들의 센스가 좋고, 故 김주혁 배우의 그 과한 연기가 좋다. 보는내내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져가 떠올랐다. 제대로 완성해낸 가장 마지막 유작에서 악당으로 불꽃같이 산화 했던 그런 모습. 다만 <다크 나이트>의 말미엔 히스 레져의 '조커'가 끝까지 살아남아 관객들의 씁쓸함을 돋우는 한편, <독전>의 중반엔 김주혁의 '진하림'이 총에 맞아 죽어 관객들의 코끝을 아릿하게 만든다.

결말 역시도 꽤 논란이 되는 것 같던데, 난 최근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좋았던 엔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오롯이 그 감정만이 중요한 대목이었다는 점에서. 물론 굳이 따져 본다면 락이 죽었을 것 같진 않다. 그 수까지 써가면서 노르웨이로 잠적한 건데 거기서 굳이 왜 죽거나 남이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겠나.

<천하장사 마돈나>도 좋았고, <페스티발>도 좋았지만, 그럼에도 이해영 감독의 최고작은 내게 있어 앞으로 <독전>이 될 것이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고민 하자는 그 선언. 그래서 이 영화는 이해영의 선전포고처럼 느껴진다. 아니, 악전고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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